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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15 05:00 수정 : 2018.08.15 09:53

김도훈/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

<더 스킴>(The Skimm)이라는 미디어가 있다. 여성들이 이끌어가는 여성들을 위한 미디어다. 더 스킴은 <엔비시>(NBC)에서 일하던 대니얼 바이스버그와 칼리 재킨이 2012년에 창업했다. 더 스킴의 스킬은 간단하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나 구글 검색시장이 아니라 이메일을 주요 무기로 삼는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뉴스레터를 통해 구독자를 모으는 방식이다.

더 스킴은 매일 아침 뉴스레터를 구독자들에게 보내준다. 당신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뉴스의 홍수에 질려있을 것이다. 더 스킴의 뉴스레터를 열면 그 전날의 주요 뉴스 중 가장 중요한 것들을 빠르게 캐치할 수 있다. 영어로 스킴(Skimm)은 ‘훑어본다'는 의미를 지닌다. 더 스킴은 딱딱하지 않다. 중요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지나치게 깊게 파고들지 않는다. 타겟층도 분명하다. 밀레니얼 세대의 여성이다.

그런데 허프포스트 미국판에서 일하다가 페이스북으로 옮긴 미국인 여성 친구는 “더 스킴 같은 모델이 굉장히 재미있는 것 같다"는 내 말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는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더 스킴은 여성과 여성의 지성에 대한 모독이야.” 그는 “더 스킴은 여성 독자들이 남성 독자들보다 시사에 밝지 않다는 기본 전제를 가진 미디어”라고 덧붙였다. 여성들은 친구가 설명해주듯이 쉽고 간결하게 시사를 전해야만 알아듣는다는 전제가 미소지니(Misogyny·여성의 타자화, 배제)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더 스킴이 지금 폭발하듯 성장한 뒤 정체기에 있는 뉴미디어들에게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 스킴은 모두가 경원시하는 뉴스레터 시장이 여전히 유효하며, 그것을 특정 타겟을 겨냥해서 활용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증거 중 하나다. 아침 메일로 받은 더 스킴의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라는 섹션에는 ‘예멘’ 내전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문단만 읽으면 당신은 친구들과의 점심 식사에서 “어제 예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라고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지 모른다. 세상은 빠르게 돌아간다. 뉴스는 넘친다. 당신에게 필요한 건 단 한 문단으로 설명해주는 똘똘한 친구의 요약 설명일지도 모른다.

<디에디트> 화면 갈무리.

한국에도 여성들이 만든 여성을 위한 미디어가 있다. 하경화 이혜민 공동대표가 창업한 <디에디트>다. 이 미디어는 ‘당신의 취향, 여자의 리뷰'라는 슬로건을 통해 테크, 라이프스타일 등을 리뷰한다. 특히 재미있는 건 디에디트의 화법이다. ‘여자의 취향'이라며 성별을 완전히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은 아직 한국에서는 어떤 미디어들도 시도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디에디트는 충분히 독창적인 자기만의 숨결을 얻어내는 데 성공한다.

단순히 여성이 화자라는 것만으로도 미디어는 달라질 수 있는가? 더 스킴과 디에디트는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나 역시 거기에 동의한다. 모든 뉴미디어가 비슷한 플랫폼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지금, 푸대가 달라지는 순간 담기는 술의 맛도 달라진다. 아이들을 위한 미디어는 아이들이, 노년을 위한 미디어는 노년이 만드는 것을 한 번 생각해보시라. 지금은 2018년이다. 화자와 독자가 같은 미디어는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게 미디어 진화의 방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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