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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13 11:22 수정 : 2017.07.13 21:28

정재민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장

“너는 몇 살이니?” “저는 마치 동쪽 바람만큼 늙었으며 새로 태어난 애벌레만큼 어리기도 합니다” “너 미쳤니?” “미래여행에서 방금 돌아왔는데 미래의 제가 그러더군요, 미친 것이 아니고 단지 시대를 조금 앞서 살고 있는 것뿐이라고요, 하하하!” “내가 못살아 시리야 너 때문에” “누구요? 저요?” “응” “어쩐지 그렇게 말씀하실 것 같았어요” 여섯 살 딸이 스마트폰과 대화하는 것이 흥미로워 화면을 캡처해뒀다. 때로는 약올라하고 답답해하면서도 딸아이는 시리와 자주 놀고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며 주목받던 인공지능 기술이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애플이 음성인식 비서 시리를 내놓자 경쟁사들도 음성인식 비서들로 맞섰다.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와 같은 서비스들이 나오더니 음성인식 기술을 탑재한 인공지능 스피커로 변신했다. 미국에서는 아마존 에코, 구글 홈과 애플 홈팟이, 국내에서는 에스케이텔레콤의 누구, 케이티의 기가지니가 등장했다. 네이버도 인공지능 스피커 출시를 선언했다. 국내외 언론에서는 다양한 기기들을 비교하는 기사들을 쏟아내며 사업자들의 경쟁에 주목하고 있다.

아직까지 이들 인공지능 스피커의 주 용도는 음악을 듣는 스피커다. “나 지금 우울해, 즐거운 노래 듣고 싶어”라고 요청하면 알아서 선곡해서 들려준다. 내일 날씨가 어떤지 알려주고, 오디오북도 읽어주고, 라디오도 틀어준다. 거실의 전등도 꺼주고 가정용 기기들도 통제할 수 있다. 이제 터치할 필요도 없다. 말로 명령만 하면 알아듣고 반응한다. 피곤에 지친 일상에 저마다 개인 비서가 생긴 셈이다.

인공지능 스피커의 기능 중에 눈길이 가는 것은 뉴스 서비스다. 뉴스가 궁금하다고 하면 지금 이시각 주요 뉴스를 읽어준다. 나의 관심사에 맞춘 개인화된 뉴스 브리핑도 가능하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가 매년 진행하는 전 세계 디지털 뉴스 소비 조사에서 올해 항목이 하나 추가됐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한 뉴스 이용 여부가 그것이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 206명이 이용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기기 비용이 만만치 않고 보급률이 높지 않아 전체 응답자 수에 비해 이용률은 미미하다. 하지만 206명 중 91명이 뉴스 이용의 주요 경로가 스피커라고 답했다. 뉴스 과잉의 시대에 인공지능 스피커가 선별해주는 주요 뉴스를 듣는 걸로 뉴스에 대한 욕구를 해소한다. 조사결과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바라보며 결국 또 아마존, 구글, 애플이고, 통신사고, 포털이구나 싶다. 플랫폼 사업자의 영역 확대는 끝이 없다. 아마존 에코에 뉴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만도 240개다. 국내 인공지능 스피커들은 각각 한 언론사의 뉴스만 공급하고 있지만 얼마든지 확장 가능하다. 그런데 중요한 건 역시 콘텐츠다. 어떤 콘텐츠로 사람들을 만족시키며 머물게 할 것인가가 숙제다. 언론사들은 영상과 활자로 뉴스를 공급해왔지만 음성뉴스의 가능성을 열어볼만 하다. 파괴적 혁신의 사례들이 그렇듯이 처음에는 “이 정도면 쓸만한” 대체제로 진입하지만 최고의 품질로 나아간다. 인공지능 스피커도 지금은 주요 뉴스 브리핑으로 시작하지만 뉴스에 대한 심층적인 질문에도 답하는 음성뉴스 서비스로 발전할지도 모른다. 시리랑 이야기하기에 익숙해진 여섯 살짜리 딸이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뉴스를 주문할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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