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지향점이다.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는 상식적 선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우리 사회는 권력을 가진 집단에게만 기회가 주어졌고 과정은 편법으로 얼룩졌다. 그래서 결과는 처참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펼칠지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은 지루한 과정일 것이다. 답이 하나만 있지도 않다. 미디어 산업만 봐도 그렇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할수록 기업의 신음소리는 거칠다. 2000년을 전후로 통신기업과 금융자본이 미디어 산업에 파고들면서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는 시장에서 밀려났다. 정보를 생산하지만 가치를 누리지 못한다. 이제는 시장에서 어디까지를 미디어 영역으로 볼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미디어기업이 잘하는 것은 정보 생산이지만, 효율을 목적으로 정보를 훔치는 일에 종사하는 언론인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이렇듯 지적재산이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신문 정책은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첫째, 신문 지원제도이다. 신문시장은 엄밀한 의미에서 기사가 유통되는 종이신문과 인터넷, 모바일, 방송 영역으로 나뉜다. 그러나 이러한 유통영역을 독자적 시장으로 나눌 순 없다. 현행 신문 지원제도는 종이신문 지원에 집중한다. 당연히 종이신문을 많이 찍어내는 사업자에게 유리하다. 역차별도 있다. 방송에 진출한 신문사업자는 광고판매대행사를 설립하여 신문과 방송, 인터넷에 걸쳐 결합판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신문만 발행하면 이러한 혜택은 없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언론공약을 통해 미디어콘텐츠 생산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계획은 신문 지원제도 개편에도 반영될 필요가 있다. 유통망보다는 정보생산자 지원이 시급하다. 둘째, 공동체라디오 도입이다. 문재인 정부의 언론공약이다. 공동체라디오는 신문과 함께 지역에서 다양한 여론형성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공동체라디오를 지역자본이나 지역정치인이 소유할 경우에는 여론집중이 심각해진다. 그래서 공동체라디오에 일정한 비율로 지역신문의 지분참여를 보장하고, 나머지는 공공기관이나 시민단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매번 지역신문발전을 위해 특별기금을 조성하는 것 보다 지역신문이 자생력을 얻도록 제도화하는 게 낫다. 셋째, 정책의 통합관리이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와 달리 언론정책을 미디어장악의 수단으로 휘두르지 않고 있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미디어를 협치를 위한 영역으로 규정하고 정부부처와 공영방송의 비정상적 운영을 정상화시키려는 의지가 강하다. 인위적 개편보다는 미디어 스스로 혁신할 수 있도록 규제의 틀을 개혁하는 건 올바른 방향이다. 그렇다면 언론장악을 목적으로 한 다양한 규제수단을 과감히 정비하고, 미디어정책을 담당하는 정부부처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가장 선행될 일은 미디어기업의 혁신이다. 미디어기업은 정부 개입에 민감하다. 언론의 자유를 구속받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부지원금은 앞다투어 챙긴다. 당장 하루살이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 시지프스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유를 위해 고단한 수고를 할 의지가 있다면, 차라리 지원이라는 공을 발로 차버리고, 스스로 산을 깎아내리는 혁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 미디어가 정치에 의존한 만큼 조롱받는 현실을 바꿔야하기 때문이다.
미디어 |
[미디어 전망대] 혁신이 우선이다 / 심영섭 |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지향점이다.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는 상식적 선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우리 사회는 권력을 가진 집단에게만 기회가 주어졌고 과정은 편법으로 얼룩졌다. 그래서 결과는 처참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펼칠지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은 지루한 과정일 것이다. 답이 하나만 있지도 않다. 미디어 산업만 봐도 그렇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할수록 기업의 신음소리는 거칠다. 2000년을 전후로 통신기업과 금융자본이 미디어 산업에 파고들면서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는 시장에서 밀려났다. 정보를 생산하지만 가치를 누리지 못한다. 이제는 시장에서 어디까지를 미디어 영역으로 볼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미디어기업이 잘하는 것은 정보 생산이지만, 효율을 목적으로 정보를 훔치는 일에 종사하는 언론인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이렇듯 지적재산이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신문 정책은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첫째, 신문 지원제도이다. 신문시장은 엄밀한 의미에서 기사가 유통되는 종이신문과 인터넷, 모바일, 방송 영역으로 나뉜다. 그러나 이러한 유통영역을 독자적 시장으로 나눌 순 없다. 현행 신문 지원제도는 종이신문 지원에 집중한다. 당연히 종이신문을 많이 찍어내는 사업자에게 유리하다. 역차별도 있다. 방송에 진출한 신문사업자는 광고판매대행사를 설립하여 신문과 방송, 인터넷에 걸쳐 결합판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신문만 발행하면 이러한 혜택은 없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언론공약을 통해 미디어콘텐츠 생산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계획은 신문 지원제도 개편에도 반영될 필요가 있다. 유통망보다는 정보생산자 지원이 시급하다. 둘째, 공동체라디오 도입이다. 문재인 정부의 언론공약이다. 공동체라디오는 신문과 함께 지역에서 다양한 여론형성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공동체라디오를 지역자본이나 지역정치인이 소유할 경우에는 여론집중이 심각해진다. 그래서 공동체라디오에 일정한 비율로 지역신문의 지분참여를 보장하고, 나머지는 공공기관이나 시민단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매번 지역신문발전을 위해 특별기금을 조성하는 것 보다 지역신문이 자생력을 얻도록 제도화하는 게 낫다. 셋째, 정책의 통합관리이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와 달리 언론정책을 미디어장악의 수단으로 휘두르지 않고 있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미디어를 협치를 위한 영역으로 규정하고 정부부처와 공영방송의 비정상적 운영을 정상화시키려는 의지가 강하다. 인위적 개편보다는 미디어 스스로 혁신할 수 있도록 규제의 틀을 개혁하는 건 올바른 방향이다. 그렇다면 언론장악을 목적으로 한 다양한 규제수단을 과감히 정비하고, 미디어정책을 담당하는 정부부처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가장 선행될 일은 미디어기업의 혁신이다. 미디어기업은 정부 개입에 민감하다. 언론의 자유를 구속받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부지원금은 앞다투어 챙긴다. 당장 하루살이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 시지프스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유를 위해 고단한 수고를 할 의지가 있다면, 차라리 지원이라는 공을 발로 차버리고, 스스로 산을 깎아내리는 혁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 미디어가 정치에 의존한 만큼 조롱받는 현실을 바꿔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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