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5.03 19:38
수정 : 2012.05.0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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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청년유니온 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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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싸한 말로 포장하려 해도
청년인턴은 비정규직일 뿐…
재정투입 통한 정규직 창출이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실마리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청년실업 해결책의 양대산맥은 ‘청년창업지원’과 ‘청년인턴제’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정부 주도하에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한 청년인턴제는 ‘반짝반짝’거린다. 그 실효성 때문이 아니라 반짝 취업, 반짝 경험의 세계로 청년들을 인도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청년인턴제를 환영할 수 없는 이유,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청년실업 현상 중 특이한 것은 청년실업자 수보다 취업준비생 수가 10만에서 15만가량 더 많다는 점이다.(매달 15일에 발표되는 통계청의 고용동향 참조) 즉 구직을 위해 면접을 보고 이력서를 넣으러 다니는 청년보다 공무원시험 등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취업준비생 중에는 대졸자뿐만이 아니라, 1~2년 직장 경험이 있는 청년들의 비중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대해 청년들을 탓하기 전에 ‘왜’라는 물음표를 던져보자. 그렇지 않다면 결론은 정부의 청년실업대책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현재 청년실업 문제를 대하는 고용노동부나 기획재정부 등의 인식을 요약해 보면 이렇다. 첫째,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10% 수준으로 유럽의 청년실업률 20%에 비하면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2003년 청년고용수치 -30만을 기점으로 실질청년실업률은 계속 수직 상승하여 2011년에 25%에 육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도 청년실업률을 22.1%라고 발표한 바가 있다. 게다가 장기실업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마련돼 있는 유럽의 복지국가에 견주어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는 우리나라의 고실업은 더 위험한 문제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
둘째, 우리나라 청년실업 문제는 2008년 세계 경제위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경제위기가 끝나면 금방 해결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는 아이엠에프(IMF) 구제금융과 아이티(IT)거품 붕괴 이후인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시작돼, 세계 경제위기를 거치며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것이다.
셋째, 청년들의 눈이 너무 높아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만 선호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생겨나는 사회적인 현상이지, 개인의 눈높이를 운운하며 책임을 전가할 수준의 문제는 아니다. 임금과 근무환경의 큰 격차는 물론이고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안정성과 비전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청춘을 소모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런 근시안적이고 안일한 생각 탓에 정부는 땜질용, 생색내기용이라는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2009년부터 지금까지 모양만 조금씩 변형시켜가며 청년인턴제도를 밀어붙여 왔다. 제대로 된 시스템도 마련해놓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장에 책상 하나만 덜렁 갖다 놓는 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부작용이 많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공기업 인턴들의 ‘실업급여 반환 사태’다. 공기업에서 6개월 동안 인턴을 마친 청년들이 실업급여를 수급했다가 고용노동부의 지침에 따라 이를 다시 반환한 일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주5일제가 도입되면서 토요일은 무급처리가 됐기 때문이다. 근무기간만을 놓고 볼 때는 180일 이상의 수급요건을 갖추었으나, 토요일을 임금기초일수에서 제외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수급요건을 채우지 못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청년인턴제도 시행 전에는 4대 보험에서 주5일제를 적용해서 실업급여를 지급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2009년 이 일이 터졌을 때,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 결국 청년인턴들만 희생양이 된 것이다. 이 밖에도 제대로 된 직업훈련 프로그램도 없이 가동된 청년인턴제는 단순반복 업무에 커피 심부름 등 잡일 위주로 운영돼 실효성에 의문을 낳았고, 행정인턴의 경우 정원 미달이라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청년인턴제도가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기업 인턴들은 정규직 전환과 연계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 인턴의 경우 정규직 전환율이 90%에 육박했다는 기사가 연일 뉴스를 장식했고 이에 대기업들도 질세라 우수한 인턴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너도나도 발표를 했다. 하지만 그 현실은 어떠했나?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홍희덕 의원실에서 발표한 ‘청년인턴제 현황 보고’를 보면 중소기업의 정규직 전환 이후 고용률이 얼마나 유지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통계도, 평가도, 사후대책도 없다. 대기업들의 경우, 정규직 전환이라는 ‘희망고문’ 아래에 인턴들을 자발적 노예로 길들여 간다.
청년인턴제의 확산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청년들에 대한 직업훈련 비용을 기업이 아닌 사회가 고스란히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교육 비용은 대학에 전가하고, 기업에 맞는 인재가 되는 훈련 과정은 사회에 떠넘긴 채 기업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20대의 절반 이상이 이미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청년인턴이라는 또 하나의 굴레는 오늘의 청년들을 더욱 옥죄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괜찮은 기업을 들어가려면 인턴이라는 관문을 하나 더 통과해야 함은 물론, 그 인턴 경력을 인정받아 다시 인턴이 되는 웃지 못할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다. 인턴은 청년들에게 또 하나의 굴레일 뿐이다.
일자리 문제의 해법은 명확하다. ‘좋은 일자리’라고 말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많이 늘리면 된다. 그리고 여기에 재정을 투자하면 된다. 아무리 그럴싸한 말로 꼼수를 부려도 청년인턴은 비정규직이고, 청년을 소모하는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5월1일부터 비정규직 113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박원순 서울시장님에게 ‘그분’이 좀 배우셨으면 좋겠다. 청년실업률 25%, 청년비정규직 60%라는 수치보다 더 깊게 드리워진 청년들의 절망의 깊이를 이해하는 것, 여기에 청년실업 문제의 해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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