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1.24 14:19
수정 : 2011.11.2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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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17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셜록 홈즈> 출연진이 최우수작품상으로 뽑힌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뮤지컬대상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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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송용진의 턴 온 더 뮤지컬
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 후보의 두근두근 행복, 그래도 상은 받아야 맛이지!
얼마 전 제17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뮤지컬 시상식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행사다. 나도 뮤지컬 <셜록 홈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10회 때 신인상 후보, 그 뒤에 조연상 후보에 올라 번번이 상은 못 받았지만, 그래도 수상엔 번번이 실패했지만 욕심이 안 난다면 거짓말! 보통 시상대에 오른 배우들의 첫마디는 이렇다. “제가 상을 받을 줄은 정말로 몰랐어요.” 그러고는 “수상소감도 준비를 못 했다”면서도 감사해야 할 사람들 이름은 청산유수로 읊어댄다.
정말 준비를 못 했을까? 나만 해도 수상 가능성을 점쳐봤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 가능성은 좀 희박해 보였지만 그래도 ‘혹시…?’라는 생각까지 지울 순 없었다. 그러면서 (민망하게도) 수상소감도 생각해보고 감사할 분들 리스트도 살짝 뽑아보면서 소심하게 즐기고 있었다. 시상식 날짜가 다가오자 시상식 패션도 빌렸다. 주변에선 점점 노미네이트 된 것만으로도 축하를 해줬다. 심지어 “왠지 네가 받을 것 같아”라는 이야기까지 하기 시작한다. 없던 기대감도 점점 커져가기 마련.
드디어 시상식 당일. 평소 잘 가지 않는 미용실에 가서 헤어·메이크업까지 받고 살짝 들뜬 마음으로 시상식장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과 평소 잘 모르고 얼굴만 알던 배우들과 인사를 나누며 들어섰다. 게다가 이번 시상식은 지상파 방송에 생중계됐고, 내가 공연한 <셜록 홈즈>는 무려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어 더욱 긴장됐다. 시상식이 시작되고 부문별 수상자가 호명되고 수상소감이 이어졌다. <셜록 홈즈>는 작곡상과 극본상까지 받았다. 마음은 더욱 들뜨고… 드디어 남우주연상 시상시간이 다가오자 갑자기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혹시라도 수상하면 감사한 분들 이름 빼먹지 않으려고 되새기고 있었다. 시상자들이 후보를 한명 한명 소개하고 드디어 봉투가 열렸다. 가슴은 더욱 쿵쾅거렸다. 그러다가 수상자 이름을 불렀다. 물론 나는 아니었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니 조금 허했다.
아무튼 우아하게 일어나 수상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다시 웃으며 앉아서 얌전히 수상소감을 들었다. 개인적으로 ㄱ군이 받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또다른 ㄱ군이 상을 받았다. 솔직히 좀 부러웠다. 하하하! 뭐, 모든 후보들이 나랑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내가 ‘턴 온 더 뮤지컬’을 계속 쓰게 된다면 언젠가 수상자의 소감도 한번 써보고 싶다. 무엇보다 뮤지컬대상 최고의 상인 최우수작품상! 너무나 자랑스럽게도 <셜록 홈즈>가 뽑혔다, 야호! 개인상은 아니지만 내가 주연한 작품이 상을 받았다. 시상대에도 올라봤고 개인상 받은 것만큼 주변 지인들에게 축하도 받았다. 무척이나 행복해서 눈물이 났다. 수상자들의 눈물을 이해할 수 있었다. 소극장 창작 뮤지컬이 많은 대형 뮤지컬을 누르고 최우수작품상을 받다니,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날 밤 나는 개인상을 못 받은 허전함을 회식자리에서 쇠고기로 배부르게 채워버렸다.
송용진 음악창작단 ‘해적’ 대표·뮤지컬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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