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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02 15:39 수정 : 2011.06.02 16:30

크라이슬러코리아 제공

[이경섭의 자동차 공인중개소]
욕망과 현실 사이 고민되는 ‘세컨드 카’ 고르기

세컨드가 더 좋다. 첫번째 말고 두번째, 여벌로 갖게 되는 새것을 더 좋아한다. 날마다 만나는 첫번째 말고 가끔 만나는 두번째. 여자들은 몰라도 남자들은 대개 그렇다. 오해 말길. 여기서 세컨드란 당신이 지금 생각하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다. 세컨드 카 말이다.

집에 차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하던 때가 그리 오래된 얘기가 아닌데, 이제 ‘차가 한대 더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시절이 됐다. 부자가 아니더라도 남자 차, 여자 차 혹은 출퇴근용 차, 가족용 차를 따로 두는 집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심지어 부부가 단둘이 살아도 각자 차를 몰고 다니는 일이 흔하다. 물론 이럴 때는 퍼스트, 세컨드 개념은 아니고 둘 다 퍼스트, 즉 일상용 차의 의미이겠지만 말이다.

이경섭의 자동차 공인중개소
나도 언제부턴가 세컨드 카를 고민하게 됐다. 캠핑을 시작하고부터였다. 지금 출퇴근용으로 타고 있는 해치백은 일상생활에서 네 가족이 타고 다니기에 아무런 부족함이 없지만 막상 주말에 짐 싸들고 1박2일 야외에 나가려고 하면 지붕에 울산바위만한 루프 백을 얹지 않고는 출발이 어려웠다. 남들에게 항상 거짓도 섞지 않고 멀쩡한 얼굴로 해대는 내 차 자랑, “난 이 차를 산 뒤로 시동 걸 때마다 행복해. 주행거리 10만㎞를 뛴 지금까지 그렇다니까.” 이런 찬란한 자긍심에 빛이 바래곤 했다. ‘잘해야 한달에 고작 한두번 텐트와 타프를 싣기 위해 차를 바꿔야 하는가.’ 이런 고민은 유효기간이 길지 않았다. ‘나 홀로 자가용 출퇴근족’인 주제에 거대한 밴이나 스포츠실용차(SUV)를 몰고 출근길 도로로 나서는 일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판단이 절대 아니었다. 명분이 약했다. 주말에 골프 치는 것도 포기하고 가족을 위한다는 거룩한 이유로 시작한 캠핑을 이제 와 그만둘 수 없다고 할 때 방법은 딱 하나, 세컨드 카를 사는 일밖에 없었다.

내 차 두고 6인승 이상 세컨드 카? 부담스러워

그리하여 몇 가지 모델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먼저, 기아차 ‘카니발’. 미니밴의 교과서 같은 닷지 ‘캐러밴’(크라이슬러 그랜드보이저로 출시되기도 했다)을 철저히 벤치마킹해서 승차 인원과 수납공간 활용 면에서 최상의 선택이 될 만했다. 대여섯명을 태우고도 2박3일 캠핑 장비를 실을 수 있었다. 게다가 주말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다는 장점도 컸다. 하지만 적어도 세컨드 카는 아니었다. 주말에 가끔 쓰기 위해 세워둘 차로는 너무 거창하고 아까웠다. 새로 출시된 쉐보레 ‘올란도’ 역시 같은 이유로 탈락. 크기도 적당하고 핸들링도 의외로 재미있어서 마음이 흔들렸지만 내 차를 팔지 않는다고 했을 때 구성이 애매했다. 그래서 중고차 시장을 뒤져서 알아보고 있는 것이 현대차 ‘스타렉스 6인승 밴’. 언뜻 생각하기에 이 차가 최고였다. 경트럭만큼이나 엄청난 짐을 가득 싣고도 네 식구가 편안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으니까. 게다가 세금 면에서도 유리하고. 평소에 캠핑 장비를 넣어두고 한달에 두번만 쓰면 본전 뽑겠다 싶어 몸이 달아올랐다. 여기까지는 내 생각.

지프 랭글러 루비콘, 기아차 모닝 비교

견적 영 안 나오면, 확실하게 성격 다른 두대로

복병을 만났다. 이 글을 쓰는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 바로 아내였다. 아이들이 어릴 때, 마누라가 그토록 차를 사겠다고 소원해도 꿈쩍도 않던 사람이 ‘고작’ 캠핑을 가려고 차를 또 사느냐는 거다. 이것과 관련해 아내는 깊은 원한…까지는 아니지만 몹시 서운한 스토리가 있다. 아이들이 어리면 어디 가까운 곳을 외출하려고 해도 엄마들은 힘들다고 했다. 기저귀 가방을 든 채, 하나는 업고 하나는 걸려서 버스 타는 일이 ‘장난이 아니더라’고 했다.


모닝. 기아자동차 제공

그래서 차를 사서 끌고 다니겠다고 했을 때 나는 이런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첫째, 도로는 여성이 운전하기에 너무도 험난한 곳이다. 둘째, 대중교통에 견줘 자가운전이 교통사고에 훨씬 취약하다. 그랬더니 마땅히 대응할 말을 찾지 못한 아내는 조용히 포기하고 말았는데 그때 곱씹은 응어리가 컸나 보다. 캠핑을 위한 차라니, 어딜? 어림도 없지. 이리하여 나의 야심 찬 ‘캠핑을 위한 세컨드 카 구입’ 계획은 검토 단계에서 답보중이다.

모닝. 기아자동차 제공

일반적으로 세컨드 카의 개념은 ‘가정용’이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가끔 나오는 미국 중산층의 생활 모습. 남편은 도심에서 일을 하며 중형 승용차를 타고 아내는 교외의 주택에서 ‘랜드로버’나 포드 ‘익스플로러’, 크라이슬러의 ‘그랜드보이저’ 같은 차를 타면서 이른바 ‘사커맘’(대도시 교외에 살면서 학교 마친 아이를 차로 축구연습장에 데려다주는, 미국의 백인 중상류층 엄마)으로 살아가는…. 이것이 일반적 퍼스트 카와 세컨드 카의 개념이다. 미국인들은 ‘연약한’ 아내를 위해 튼튼한 트럭을 사주는 게 멋진 남편의 당연한 책무라 여긴다는데, 우리 경우는 조금 달라서 대개 중형 승용차를 탄 아빠와 소형이나 경차(꼭 빨간색)를 탄 엄마의 모습이 익숙하다. 운전하기 쉽고 주차하기도 쉬운 작은 차는 세컨드 카, 남들 보기에 ‘먹어주는’ 중형 세단은 퍼스트 카여야 한다는 얘기겠지.

그러나 이 조합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운전에 좀더 익숙한 남편이 쓰는 차, 매일 기름을 태워야 하는 출퇴근용 차야말로 경차여야 한다.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거나 가끔 온 식구가 타고 나가는 중형급 이상의 차가 세컨드 카여야 한다는 얘기.

그렇다면, 이 두대의 조합은 어떤가 상상해본다. 이래저래 가장 무난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래도 불편하고 저래도 마뜩잖은 평범한 중형 세단 대신 확실하게 성격 있는 차 두대를 가지는 것. 이를테면 지프 ‘랭글러’(사진 위) 한대와 기아차 ‘모닝’(사진 아래) 한대를 사는 거다. 물론 이 경우 출퇴근으로 쓸 퍼스트 카는 모닝이다. 기동성 좋고 기름 덜 들고 주차하기도 좋으니까. 하지만 이 한대로는 자동차 마니아의 불타는 열정을 도무지 달랠 길 없으므로 주말 레저를 확실하게 보장할 랭글러를 세컨드 카로 두는 거다. 와~! 생각해보니 이건 거의 환상의 조합 같아서 가슴이 뛴다. “당신을 위해 준비했어.” 어느 날 우릉거리는 랭글러를 몰고 집에 돌아가 멋지게 키를 던지며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 아내는 놀라서 머리를 천장에 부딪히겠지만.

이경섭 월간 <모터트렌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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