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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26 21:43 수정 : 2011.05.27 11:29

제윤경/에듀머니 대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이야기>라는 책에서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의 결과를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 자금의 대부분은 원래 목표였던 가난한 사람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데 사용된 것이 아니라 소비에 사용되었다.” 그는 초기 이 계획을 열렬히 지지했던 사람들조차 비판자로 돌아서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결과적으로 무담보 소액 대출 사업이 실패했다고 결론짓는다.

이 결론에 따르면 서민 금융기반 강화를 위해 미소금융과 햇살론 등을 확장하겠다는 우리 정부는 실패한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뒷북 정책을 시행하는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서민들은 정부에서 빌려주는 돈 외에도 카드사를 통해 지나치게 많은 신용이 주어진다. 카드 한도가 소득의 5배 이상이 되는 가정이 흔하고 카드론과 리볼빙 이용까지 점점 확대된다.

정부의 무담보 소액 대출은 기존의 카드 대출을 상환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상담 중 만났던 어느 사람은 햇살론을 카드사로부터 압류당하기도 했다. 햇살론으로 카드빚을 갚아야 할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그러고 나면 다시 카드사에서 카드 한도를 늘려주는 불필요한 친절을 베푼다. 햇살론과 카드대출 이자에 허덕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당장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한 주어지는 신용에 쉽게 손이 갈 수밖에 없다. 결국 카드대출과 정부의 소액 대출, 다시 카드대출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에 갇히게 된다. 정부의 소액 무담보 대출이 회생과 자립계획을 지연시키게 만들고 가계 재정상태를 파산으로 내모는 데 한몫하는 것이다.

빚은 결국 미래의 소득을 당겨쓰는 것이다. 정부의 사업은 빚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저축을 통해 자립의 동기를 키우고 약탈적 신용의 악순환에서 구제하는 일이어야 한다. 특히 복지로 주어져야 할 것조차 금융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심각한 정책 실패일 수밖에 없다. 복지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저축을 장려하는 정책으로 저소득 서민 가계를 구제하는 일이 시급한 때이다.

제윤경/에듀머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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