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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22 16:58 수정 : 2012.02.25 23:46

[매거진 esc] 男과장 S의 오피스 메아리

사무실에서 종종 시장기가 돈다. 항상 배가 고프다는 점에서, 회사는 학교와 닮았다. 학생 때는 도시락이라도 미리 까먹을 수 있었지만, 회사는 아니다. 특히 당신이 짬 안 찬 사원급 직원에 불과하다면, 간식을 향한 외출 10분은 ‘개념 없는 애 낙인’ 10개월을 보장한다. 그러다 보니 사무실에는 종종 인간의 탈을 쓴 불가사리들이 서식한다. 사무실 불가사리들은 상상도 못한 식재료들로 허기를 달랜다.

첫째로 해장형 불가사리가 있다. 소맥으로 혹사시킨 위를 국물로 달랜다. 식품 회사 오 대리는 커피 마시듯 조미료를 온수에 타 마신다. 몇 년 전 회사 자연조미료 보도자료를 쓰다가, 우연히 물에 타 마셔봤다. 속을 달래주는 뜨끈하고 구수한 맛이 어묵 국물 같아 애용하게 됐다. 책상 위 비타민 옆엔 항상 조미료 병이 있다. 중공업 기업 신입사원 김아무개씨는 조미료 대신 라면수프를 넣고 종이컵 해장국을 만든다. 수프는 간식으로 생라면을 뽀개 먹고 남은 거나, 부대찌개집 라면사리에서 남는 것을 챙긴다. 단점이 있다면 국물 냄새가 진해 눈총을 살 수 있다는 것.

둘째 유형은 심심풀이형이다. 입이 심심해 그냥 아무거나 욱여넣는 이상한 애들이다. 김 회사에 다니는 후배는 툭하면 김을 먹는다. 고소한 감칠맛에 대여섯 봉을 먹는다. 단, 물은 절대 안 된다. 한 번 짜다고 물을 마셨다가, 뱃속에서 김이 탱탱 불어 밥상머리에서 깨작댄다고 혼났다. 요즘엔 불어터지는 김 대신 탕비실에 있는 설탕을 퍼먹는다.

마지막으로 육식 불가사리를 꼽을 수 있다. 든든하고 기름진 메뉴를 좋아해 햄이나 소시지 같은 인스턴트식품을 미리 사무실 냉장고에 넣어둔다. 그리고 시장할 때 데우지도 않은 채 그냥 먹는다. 참치 통조림도 까서 그냥 먹고, 캔햄을 커피메이커 가열판 위에 데워 티스푼으로 퍼먹기도 한다. 심지어 냉동만두도 날로 먹는다. 전자레인지 따위는 없다. 차가운 냉동만두를 그냥 입에 넣고 꼭꼭 씹어 먹는다. 시원한 게 제법 맛있단다. 일반인들에겐 경악스러워 한 개만 달라는 사람도 없어 좋다.

그런 사람이 진짜 있냐고? 바로 나다. 안타깝게도 불가사리짓을 해서 허기를 달래봤자, 돌아오는 건 영양불균형의 위협과 혐오 섞인 눈초리뿐이다. 술 작작 퍼마시고 일찍 일어나자. 집에서 아내님께서 해주시는 뜨신 밥 먹고 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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