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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1.15 18:52 수정 : 2015.11.16 10:34

[이동걸 칼럼] 대통령이 창피하다

국민들은 암담하고 참담하다. 젊은이들은 이제 다 포기한 세대가 되어버렸다. 젊은이들이 이 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것을 젊은이들의 패배주의 탓으로 돌리지 마라. 아무리 ‘노오력’해도 참담한 현실에서 벗어날 가망이 없게 만든 기성세대와 대통령의 잘못이다.

대통령이 할 일은 젊은이들을 암담하게 만들고 국민들을 불안·참담하게 만든 현실을 고치는 거다. 그것이 민생이고 경국인 것을 정작 이 나라의 대통령만 모른단 말인가. 역사 교과서를 대통령 마음대로 뜯어고친다고 이 나라 젊은이들에게 자긍심이 심어질까.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자라날까. 국민들에게 희망이 생기고 젊은이들의 앞에 밝은 미래가 펼쳐질까. 국민들은 다 아는, 그러나 우리 대통령만 모르는 우리나라의 참담한 현실을 보자.

노인빈곤율은 45%로 우리나라가 단연 세계 1위다(이하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비교). 오이시디 평균의 세배를 넘을 정도로 매우 심각하다. 빈곤은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국민 전체의 빈곤율도 매우 심한 편이다(6위). 절망한 국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노인자살률은 1위, 나라 전체 자살률은 2위다.

우리 국민들이 일을 안 해서 빈곤한가? 아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079시간으로 2위다. 오이시디 평균보다 약 20%, 300시간 이상 더 일한다. 일은 많이 하는데 고용 상태는 가장 불안하다. 비정규직 비율은 오이시디 평균의 2배나 된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도 최하위권이다. 3년 근무 뒤 정규직 전환 비율이 우리나라는 22%에 불과해 오이시디 평균 53%의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친다. 정규직이 된다고 해서 안정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정규직의 고용보호지수는 22위로 최하위권이다. 장기근속자 비율은 제일 낮고 단기근속자 비율은 제일 높다. 정규직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일을 많이 해도 임금 불평등이 심해 빈곤을 벗어나기 힘든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임금 불평등 지수는 2, 3위 수준이고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약 25%로 미국과 1, 2위를 다툰다. 최저임금 이하 노동자 비율도 15%로 단연 1위다. 오이시디 평균의 약 3배나 된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 노동자 4명에 1명은 저임금 노동자고, 7명 중 1명은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도 못 벌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예산 비율은 꼴찌고, 조세의 소득 불평등 개선 효과도 최하위권이다. 우리 노동자는 낮은 임금에 일을 많이 해야 하니 평균 수면시간은 꼴찌,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꼴찌다. 그러니 국민행복지수도 꼴찌, 아동의 ‘삶의 만족도’도 꼴찌인 것은 당연하다. 이러니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된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오이시디 꼴찌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정부가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부패지수는 오이시디 34개국 가운데 27위나 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정말 참담해하는 것은 이게 아니다. 대통령이 창피하다는 거다. 대통령이 말을 다반사로 바꾸면서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 창피하다. 노동 현실은 최악인데도 노동개혁이라 우기면서 노동개악을 하려 하고, 얼굴빛 하나 안 변하면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는 것이 창피하다. ‘독기 어린’ 표정을 하며 국민들에게 나만 따르는 것이 신의라고 겁박하는 것이 창피하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외신기자들에게 ‘혼’ 교육 운운하는 것이 창피하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며 국가 자부심·자긍심 운운하는 것이 창피하다. 박 대통령이 마치 박정희를 빙의해서 ‘신정’을 하려는 것처럼 보이니 정말 남이 볼까 창피하다. 민생을 팽개치고 ‘선거질’이나 하는 게 정말 창피하다.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패배주의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자부심과 자긍심의 시작이다. 잘못을 잘못이라고 인정할 때 잘한 것을 잘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것만이 박정희를 역사에서 죽이지 않는 길이란 걸 모르나. 대통령한테서 희망이 안 보인다. 다음에는 정말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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