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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8.16 18:25 수정 : 2015.08.16 18:25

중국 위안화 쇼크의 파장이 만만찮다. 올해 하반기 미국의 금리인상도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고령화, 인구 감소, 저성장, 가계부채 등 국내문제도 심각하다. 우리 경제의 위험요인이 국내외에 산적해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 가장 큰 위험요인은 다름 아닌 ‘대통령 리스크’다. 아무리 위험요인이 크더라도 국민이 합심하여 대처한다면 극복하지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런데 국민들의 의지를 모으는 데 대통령이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대통령이 방향감각마저 상실하고 있다면 결과는 재앙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험한 산길을, 어디로 가는지 목적지도 잘 모르면서, 그것도 깜깜한 밤에 뒤만 보면서 앞으로 무조건 달려 나간다. 더욱이 운전사 기분 내키는 대로 방향을 이리저리 틀면서 과속으로 질주한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한국 경제의 모양새다. 조금 더 가면 벼랑 끝인데 아집은 왜 그리도 센지. 주변에는 대통령 심기 살피기에 급급한 자들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최대 위험요인, 바로 ‘박근혜 리스크’다.

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 기업들, 국회를 양몰이 하듯 자기 마음대로 몰고 다니려고 한다. 박정희식 명령경제, 재벌 총수의 제왕적 경영 방식으로 한국 경제를 끌고 가려 한다. 경영능력이 부족한 재벌 2세의 무모한 독단적 경영을 보는 것 같다. 재벌그룹들에만 ‘오너 리스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 국가경제도 ‘오너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대통령이 마치 국가의 주인이나 되는 양 국민을 무시하고 전횡을 일삼는 국가경영의 위험성이 바로 그것이다. 그것이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박근혜 리스크’의 본질이다.

국민에 대해 ‘존경’이라는 표현을 거의 쓰지 않던 박 대통령이 지난 8월6일의 담화문에서는 무엇이 다급했는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표현을 무려 일곱 차례나 쓴 것이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그 담화문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정말 ‘존경받았다’고 느낀 국민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것은 단지 그간의 실정에 대한 사과를 갈음하는 형식적이고 비겁한 요식행위일 뿐이었다. 장관들, 청와대 부하직원들에게 하던 버릇대로 ‘존경하는’ 국민들에게도 ‘일방적 지시사항’을 하달한 대통령의 담화문에서 국민에 대한 존경심은 없었다. 국민을 시종 대하듯이 하는 태도만이 보였을 뿐이다.

국민을 하인이나 부하 대하듯이 하는 대통령에게서 진정 국민을 위하는 정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그런 대통령이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일 리 없다. 더욱이 담화문의 내용을 보면 유행이 한참 지난 낡은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같은 그렇고 그런 소리들뿐이었다. 박 대통령이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이른바 4대 개혁과 서비스산업 육성이 그 핵심내용인데, 여기서 자세한 평가는 생략하겠지만 거기에는 많은 허구와 기만적 내용, 심지어 독소조항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만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그 근저에 깔려 있는 국가경제 운영의 기본 패러다임이 부동산, 규제완화, 재벌의 3요소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 하면서 내건 창조경제도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 3요소를 기본골격으로 엮은 것에 불과하다. 낡아빠진 패러다임으로 새롭고 참신한 경제를 꽃피우겠다는 ‘창조적 허구성’과 다름없다. 창조경제는 길게 봐야 앞으로 1년이면 그 수명이 끝날 정치구호의 운명을 타고났다.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박 대통령이 진정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이루고 싶다면 ‘박근혜 리스크’부터 극복해야 한다. ‘박근혜’를 버리고 국민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시장에 가서 맹목적인 지지자들과 포옹이나 하는 정치 쇼를 그만해야 한다. 청년·중장년·노년, 지지층·비판층 가리지 말고 골고루 만나 대화하고 쓴소리도 들어야 한다. ‘국민과의 대화’를 비겁하게 피해서는 안 된다. 국민을 설득할 수 없으면 대통령이 국민에게 설득당해야 한다. 그것만이 해법이다.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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