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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19 19:22 수정 : 2012.03.19 19:22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4·11 총선에 나설 여야 양대 진영의 후보자가 대부분 결정되었다. 아직 마무리 가심질이 약간 남았지만 윤곽은 잡힌 셈이다.

새누리당은 지역구에서 현역의원 41%를 바꾸는 물갈이를 단행했다. 반드시 개선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위기를 대처하는 각오를 보여준 셈이다. 오도된 역사관과 시대착오적 여성관의 불식, 시대와 민심의 동향을 읽으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결과적으로 총선과 대선의 주도권을 잡은 느낌이다.

민주통합당이 상대적으로 옹색해 보인다. 호남지역의 몇몇 노장을 제외하고는 주목할 만한 인적 교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시민사회를 포함한 여러 세력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지분을 배려해야 했기에 운신의 폭이 좁았다. 뒷말도 많았다. 통합진보당과의 연합공천을 성사시키느라 숨은 애로도 컸다. 이래저래 저간의 사정을 고려하면 결과는 참아줄 만하다. 특히 몇몇 호남 출신 다선의원들이 안방을 벗어나 ‘적지’에서 승부를 거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구도를 깨려는 노력은 실로 고맙다.

야권 단일후보 경선의 결과도 좋은 편이다. 진보세력의 상징적 인물들이 후보로 확정되었으니.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 해묵은 경구를 양당 모두 어느 정도 극복한 느낌이다.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구에서 여성의 비율은 아직 미미하다. 지방 인사와 노년층이 소외되었다. 비례대표 후보는 수도권 인사 일색이다시피 하다. 경향(京鄕)의 ‘균형발전’의 모토가 무색하다. 청년의 영입은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오로지 젊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도 문제다. 그렇다면 노인은 나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버림받아야 한단 말인가? ‘노령화 사회’의 지혜가 아쉽다.

체면상 내놓고 악쓰지는 못해도 이곳저곳에서 볼멘소리가 들린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야당 후보를 치명적인 곤경에 빠뜨린 노인 폄하 발언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아무리 참신하고 이상이 높은 인재라고 해도 당선 가능성을 전혀 도외시할 수 없다. 의석 확보 없이 정권을 유지할 수도 교체할 수도 없으니. 유권자의 입장에서 투표가 ‘최선’보다는 ‘차악’을 택하는 국민의식이라면, 정당의 입장에서 후보의 공천은 현실성 있는 ‘차선’을 구하는 작업이다.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다. 무소속, 신당, 공천 탈락자들이 어떤 분파의 길을 택할 것인지 알 수 없다. 이판사판,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친정에 타격을 주는 행보에 나설지도 모른다. 그러나 크게 우려할 바는 아니다. 과거 경험으로 보아 대세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 이기면 대체로 복귀하기 마련이다. 달리 갈 곳도 없으려니와 여태껏 그래 왔으니까.

이제 남은 일은 모두가 힘을 합쳐서 모범적인 선거를 치르는 일이다. 남은 3주, 정당과 후보자들은 어떻게 하면 냉랭한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끌어낼 것인가 고심해야 한다. 엄격한 선거법을 탓하지 말고 엄정하고 깨끗하게 치러야 한다. 인구분포나 지역구도상 선거는 새누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정권 심판’에 나선 야권이 승리하려면 연합공천의 정신을 살려 적극 공조해야 한다. 야권연대는 공천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당선의 연대로 이어져야 한다. 그리하여 정책의 연대로 국회를 이끌어야만 한다.

아직 4·11 총선 결과를 점치기에는 시기상조다. 결과가 12월 대통령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더더구나 알 수 없다. 새누리당이 얻는 의석수에 따라 사실상 공천을 총괄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미지에 다소 영향이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진배없다. 달리 인물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박근혜씨를 제치고 후보가 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여야 모두에게 주어진 책무가 있다. 이명박 정부가 남은 기간을 잘 마무리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특히 이 대통령의 ‘한나라’를 버리고 ‘새누리’로의 출발을 이끈 박근혜씨의 책무는 막중하다. 비록 총선의 결과로 그의 당이 야당으로 전락하더라도 말이다.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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