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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15 20:18 수정 : 2012.03.18 23:24

‘10만 팔로어’ 혜민 스님의 조언 “열심히 연애하면 나를 발견할 수 있어요”

지난해 여름, 할리우드의 인기 배우 리처드 기어가 한국을 찾았을 때 사람들의 시선은 리처드 기어 옆에서 통역을 했던 한 ‘꽃미남’ 스님에 꽂혀 있었다. 그의 ‘잘생긴’ 얼굴과 더불어 ‘하버드대 출신 승려’라는 배경이 알려지자 대중들의 호기심은 더욱 높아졌다. 트위터 팔로어가 급증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작한 트위터였지만, 소통하는 마음으로 아픈 이들을 어루만지는 글들을 남기기 시작했다. 스님의 글은 삭막해져가는 트위터 세상에서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이번 ‘청춘상담 앱’의 주인공은 10만 팔로어가 선택한 혜민 스님이다. 저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발간을 즈음하여 잠시 한국을 찾은 스님을 대학원에서 인도철학을 공부하는 구자현, 각종 고민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는 에세이스트 김현진, 졸업을 앞두고 마음이 싱숭생숭하다는 이윤영 인디고 유스북페어 팀장이 만났다.

  혜민 스님을 끝으로 ‘청춘상담 앱’은 막을 내린다. 지난해 5월20일 ‘시골의사 박경철’ 편을 시작으로 총 20명의 시대의 멘토가 등장했다. 이번 마지막회 제목을 눈여겨봐 달라. 진행·정리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혜민 스님은?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 뒤, 영화를 공부하러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로 유학. 이후 전공을 바꿔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석사, 프린스턴대에서 종교학 박사 학위를 받음. 현재 미국 매사추세츠주햄프셔대에서 종교학 교수로 재직 중. 하버드대 재학 중 출가를 결심해, 2000년 봄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아 조계종 승려가 됨. 트위터 @haeminsunim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혜민 스님이 청년 인터뷰어들의 질문에 유쾌한 표정으로 대답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힘든 상황은 성숙의 밑거름   

혜민 모두 반갑습니다.(합장)

일동 (합장)

김현진(이하 김) 잘생기셨어요.(웃음)

혜민 하하. 미국에선 그런 소리 한마디도 안 들어요. 미국하고 한국하고 사람 보는 눈이 달라요.

구자현(이하 구) 맞아요. 저는 한국에서 안 먹히는 얼굴인데 예전에 외국 나갔더니 그쪽 여자들한테 속칭 ‘헌팅’이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사람은 역시 각자 살 곳이 있나봐요. 하하.

혜민저는 제가 잘생겼다는 생각 전혀 안 하고 살아요. 하지만 누군가 그렇게 칭찬해주시면 감사하죠. 또 그만큼 내가 잘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스님이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트위터잖아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지금의 현상을 어떻게 보시나요? 또 어떤 점을 경계해야 할까요?

혜민 예전엔 동네 사람들 서너명 모여서 얘기하고 그 순간으로 끝났죠. 거기서 얘기한 것을 퍼뜨릴 미디어가 없었던 거예요. 에스엔에스가 일종의 ‘동네 이야기’를 전파하는 미디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요. 대중들이 지금 나의 생각이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거죠. 엄청나게 놀랐을 거라고 봐요. 자신의 생각과 같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하죠. 단,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라면 에스엔에스에 올리면 안 된다고 봐요. 툭 던진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거든요.

이윤영(이하 이) 한 학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대학 생활에 대한 회의가 항상 들어요. 어떤 결단을 내리고 싶은데 확신이 서지 않아요.

혜민 이 세상에 100% 확신은 없는 거 같아요.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웃음)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이 있죠. 너무 많이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해요. 너무 멀리까지 생각하지 마세요. 잘못된 선택이면 뒤로 가서 바꾸면 돼요. 우리의 의식은 질문을 받고 처리할 때까지 시간이 좀 걸려요. 하지만 그런 와중에 무의식은 충분히 고민을 하고 있죠. 그래서 어느 날 아침 눈 뜰 때라든가, 친구와 얘기하는 도중 같은 순간에 답이 ‘탁’ 나와요. 남의 훌륭한 얘기를 듣거나 따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 안에 답이 있어요. 그걸 믿으세요. 무의식이 포착하는 정보는 의식이 포착하는 정보의 2만배라고 해요. 번지점프를 하는 방법은 단 하나예요. 그냥 뛰어내리는 거죠. ‘무섭지 않을까’, ‘로프가 끊어지면 어떡해’란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결국 못 뛰어내려요.

스님은 출가라는 어려운 선택을 하신 분이잖아요. 어려움 같은 건 없으셨나요?

혜민 고등학교 다닐 때 나 스스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여기 지식이 있으니 빨아들여라 지시하고 그걸로 가치를 매기는 교육에 부조리함을 느꼈어요. 또 제가 음악과 미술을 좋아했는데 대학 가는 데 도움 안 되는 공부라는 인식이 강했죠. 중창단 활동도 했었는데 다들 ‘시간낭비’라고 했어요. 나중에 더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런 부조리한 상황들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러한 부조리함이 있기 때문에 생각이 깊어지는 것이거든요. 미국에서 보면 평탄하게 자란 청년들은 정의나 공동선 같은 깊은 생각을 안 해요. 힘들고 어려운 상황들은 우리의 사고를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밑거름이 됩니다. 다 과정인 거죠.

 

진정한 행복은 ‘관계’에서   

전 하고 싶은 건 다 저지르고 살았어요. 그런데 상처가 너무 커요. 요즘엔 괜히 태어났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잠도 잘 못 자고 매사에 의욕이 없어요.

혜민 선택을 못하는 친구들과 정반대 상황이군요. 특별한 고민이 있는 건 아니고요? (혜민 스님은 고민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가지 단답형 질문을 던졌다. 지면 사정상 생략한다.)

실은 1년 전에 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

혜민 아, 답이 나왔네. 아직 현진씨의 무의식은 ‘아버님’을 처리하고 있는 거예요. 스스로 정리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호죠. 지금은 나를 어마어마하게 사랑해줘야 하는 시기예요. 자신한테 뭘 요구하지 마세요. 만나고 싶은 사람 다 만나고, 먹고 싶은 거 먹으세요. 그리고 덧붙여서 돌아가신 아버님을 위해 착한 일을 하세요. 아버님의 이름으로 봉사활동 같은 선을 베푸세요. 아버님의 이름으로 선행을 하다 보면 조금씩 힘이 다져져서 다시 일어나는 느낌이 들 거예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요. 병이 아니니깐 많은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를 많이 하세요. 지금의 느낌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세요.

마음에는 아버지에 대한 정이 남아 있지만 평생 가족들을 너무 힘들게 하셨어요.

혜민 심지어 며느리도 시어머니 욕하면서 정이 든다고 하지 않아요? 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어요. 현진씨의 밑바탕에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깔려 있어요. 아버지가 가족을 돌보지 못한 부분이 아쉽겠지만 아버님은 그 자체로 열심히 노력하신 거잖아요. 현진씨도 아버님을 많이 닮지 않았을까요.

(눈물) 

예전엔 결혼 생각이 없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결혼을 고민하게 됩니다. 나로 인해 한 여자를 구속하게 되지 않을까 부담감도 생기고, 저의 미래 계획하고 충돌하는 부분도 있고요.

혜민 원래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하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나 ‘방랑의 시기’예요. 그 시기가 지금 찾아온 거예요. 예전엔 가정을 먼저 꾸리고 경제적 기반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반대죠. 경제적 기반을 만들고 결혼을 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거 같아요. 과거보다 결혼하기 어려워진 건 사실이죠.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을 수 있어요. 이것저것 고민하기보다는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사랑해야 하는 사랑을 하세요. 그냥 사랑을 하라는 거죠. 조건을 따지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욕심이에요. 사랑은 무조건입니다. 사랑에 이유가 붙으면 가짜죠.

노트북 하나 들고 글 쓰면서 생활하려고 한다면 ‘너 미쳤어?’란 질타가 쏟아져요. 번듯한 직장을 찾으라는 압박이죠.

혜민 직장을 통해 얻는 성공과 경제적 자립은 물론 행복감을 주기는 하지요. 하지만 심리학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진정한 행복은 배우자·친구 등 주변 사람들로부터 온다는 거예요. 친한 친구들끼리 만나서 밥을 함께 먹을 때 주는 행복감은 자신의 급여가 두 배로 올랐을 때의 행복감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우리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행복이라면 일에 쏟는 에너지의 30% 정도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써보세요. 진정한 행복은 관계에서 옵니다. 행복하지 않으면 성공할 이유도 없지요.

다른 사람들이 제 인생에 대해 간섭을 많이 합니다.

혜민 한국 사회가 특히 그렇죠. 명절 때 친척들이 주는 스트레스, 잘 알고 있습니다.(웃음) 결국 본인 스스로 인생의 주도권을 쥐어야 풀리는 문제이지요. 우리는 살면서 외부로부터 많은 정보들을 접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정보들에 대해 반응만 하기 때문에 힘든 것이거든요. 그래서 좋은 사람을 보면 좋은 반응을 하고, 나쁜 사람을 보면 나쁜 반응을 하지요. 인생 전체가 반응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정을 내려서 인생의 방향타를 쥐어야 합니다. 부처님은 이것을 ‘원’을 세운다고 하신 것이지요.

  

세상이 바쁠까, 내가 바쁠까    

요즘 여기저기 청춘들을 위한 콘서트를 많이 하잖아요. 유행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한계가 느껴집니다. 위로에서 그치고 더이상 나가지 못하는 느낌이랄까요. 세상은 바뀌지도 않고요.

혜민 첫째, 위로는 필요합니다. 지금 느끼고 있는 고통과 절망이 나 혼자만이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위안은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지요. 둘째,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보지 말고 나를 살펴보세요. 우리는 마음이라는 창구를 통해 세상을 봅니다. 지금 세상 복잡하고 바쁘죠. 하지만 정말 세상이 바쁜지, 자신의 마음이 바쁜지 한번 돌아보세요.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입니다.(웃음)

청년들 스스로의 고민이 부족한 것은 인정합니다.

혜민 내 안의 소리를 못 듣는 상황이죠. (가슴에 손을 대며) 우리가 찾고자 하는 건 이 안에 다 있습니다. 잠깐 멈추고, 들으려고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듣고 싶어하는 것이지요. 의지하는 겁니다. 스스로가 찾을 수 있는 건데 그게 귀찮은 거죠. 스스로를 의심하고, 또 막상 본인이 하려니까 무서운 겁니다. 그래서 ‘멘토’가 뜨는 거 아니겠어요. 누구의 말을 듣고 위로를 받았으면서도 나를 위해 무언가 더 안 해 준다며 투정을 부리면 안 됩니다. ‘저 멘토들을 차고 이제 내가 나아갈래’ 이게 멋있는 거죠.

외람된 얘기지만 스님의 학벌이 대중들에게 인기를 끄는 한 요인이라고 봅니다. 한국의 교육이 권력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나요?

혜민학력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가란 질문이죠? 저도 해결할 묘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큰소리로 웃음) 우리나라 참 희한하죠. 나이가 50~60대가 되어도 어느 대학 나왔느냐는 게 중요한 나라니까요. 서양에선 이런 얘기 안 하거든요. 그 사람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요. 제가 승복을 입고 뉴욕 맨해튼을 돌아다니면 아이들이 와서 “쿵후 해보세요”라고 합니다. 제 동네에선 주민들이 “하루에 명상을 몇 시간 하느냐”고 묻습니다. 그들에겐 제가 무언가 ‘하는’ 사람이지요. 하지만 한국에 들어와서 택시를 타면 대뜸 “스님은 어느 절에서 오셨습니까” 묻습니다. 소속과 출신을 묻는 것이지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문화가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모두 좋은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지금 나라를 뒤흔드는 큰 죄를 지은 분들 가운데 좋은 대학 나온 분들이 얼마나 많아요?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더라도 덕망 있고 존경받는 분들이라면 사회에서 조명을 해야 합니다. 개인 스스로도 ‘좋지 못한 대학을 나왔다’며 위축되지 말아야 합니다. 삶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람이라면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스님이 말씀하시는 ‘나’를 보는 교육을 현재 청년들은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혜민 주변에서 고민 상담하는 청년들 가운데 이런 분들이 많아요. 연수도 가고 자격증 따면서 스펙을 쌓았는데 막상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거죠. 스스로 내가 진정으로 뭘 원하는지 고민해 본 순간이 없어서 그래요. 저는 두 가지를 조언해 드립니다. 첫째, 연애를 열심히 하세요. 나의 모습은 나 스스로 보려고 하면 안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 모습이 거울 보듯 드러납니다. 하지만 웬만한 관계 속에서 내 밑천이 다 드러날 만큼 나를 까발리지 않죠. 하지만 연애할 땐 다 나옵니다.(웃음) 사람에 대한 이해나 연민이 그만큼 깊어져요. 많이 만나 보세요. 둘째, 책을 많이 읽으세요. 간접경험은 매우 중요합니다. 편향되지 않도록 두루두루 읽으세요. 혼자 일어설 수 있고,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참 나’라는 것이 너무 막막합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요?

혜민 우리 마음 안에 있는 의식의 공간에서 생각과 감정이 올라옵니다. 하지만 잘 보세요.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들은 나와 상관없이 나왔다가 사라집니다. 화가 났을 때를 가정해 보죠. 화가 난다는 것은 무언가가 내게 화를 내도록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나랑 상관없이 어느 순간 사라지죠. ‘화야, 너 사라져’ 해야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그 화는 나의 화가 아니기 때문이죠. 모든 감정이 나의 감정이 아닌데 우리는 ‘내 것’이라고 붙잡고 있는 겁니다. ‘참 나’는 누굴까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이러한 감정이 생기거나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화가 사라진 것을 어느 순간 알아차리는 존재가 있어요. 이 주시자는 생각이나 감정이 아닙니다. 생각이나 감정에 더럽혀진 적이 없는 존재지요. ‘이놈’은 의식의 공간에서 뭔가 일어나면 즉시 알죠. 하지만 사람들은 그 존재를 모르죠. 맛도 없고 형태도 없거든요. 하지만 분명 살아있습니다. 감정에서 한발짝 떨어져 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내가 화가 났구나’라고 아는 순간 우리는 이미 화 밖에 있는 것이지요.

[구] 승려와 학자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으시나요?

[혜민] 학문을 하다 보면 스스로가 겸손해짐을 느낍니다. 공부를 제대로 안 하면 용감해지죠.(웃음)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한국 불교가 최고다’ 이런 위험한 생각도 하게 되고요. 학문을 하다 보면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학자적인 생각만 있고 종교인의 자세가 없다면 그것은 열정이 없는 껍데기입니다. 목숨과 바꾸면서까지 찾으려고 했던 종교적 가치나 경험들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보통 학자들은 냉철하게 생각하는 것이 옳고 그것이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니지요. 두 가지 모두 중요합니다. 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김] 승려, 교수, 파워 트위터리언 등 여러 가지 호칭이 있는데 어떤 걸 원하세요?

[혜민] 전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 안 해요. 동네 오빠? 아니지, 동네 스님이요! 지나가다가 흔히 보이는 동네 스님!

[일동](웃음)

[혜민] 참,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거. 운동하세요! 많은 것이 풀립니다.  

진행·정리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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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멀리서 찾았을까

 유행처럼 번져가고 우후죽순 넘쳐나는 청춘 콘서트. 솔직한 심정으로, 이 현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마음 치유 콘서트’와 파워 트위터리언으로서 청년들을 향한 메시지를 던지는 혜민 스님과의 인터뷰가 잡혔고, 이제껏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을 다 하고 오리다, 다짐했다. “위로와 격려 말고,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지 제안하고 요구해주세요!”

 우문현답이라고 했던가. 혜민 스님은 단 한마디로 대답하셨다. “답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라.” 우리는 습관적으로 외부의 시선에 스스로를 가둔다. 옳음과 선을 누군가 실현해주길 바라는 것. 내가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는 곧 스스로 자유를 포기하는 것과 같지만, 우리는 쉽게 후자를 택한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믿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 우리 시대의 멘토들에게 위로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대등하게 더 나은 곳을 향해 갈 수 있는 것은 바로 나 스스로였던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좀더 스스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통감한 인터뷰였다. 이윤영  

그냥 두려고 한다  

 부친을 잃은 고통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우울증이 좀 심해서 힘든가보구나, 하는 상황에서 별 기대 없이 스님을 뵈었다가 큰 위로를 얻었다. 우리 안에 있는 어떤 신비로운 것이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한다. 나도 그가 답을 찾아가도록 좀 놔두어보려 한다. 김현진

 

오만을 경계하자   

 ‘균형감이 곧 성숙함’.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다. 스님은 알려주기보다는 무엇인가를 깨닫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셨다. 목청 높일 일이 많은 요즘, 나부터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오만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구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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