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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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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3D 입체 마음테라피
Q 예비 여대생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남과 공감 못 하는 부분을 자연스럽게 숨기지 못했습니다. 상대방에게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반응해야 하는데, 노력해도 ‘공감하는 척’하는 게 티가 나요. 가장 큰 문제는, 예의를 갖추고자 꼭 해야 하는 형식적인 인사나 말 등을 전달하는 방식이 서툴러 본의 아니게 무례하거나 남을 불쾌하게 한다는 겁니다. 10대 후반쯤 되니 어른들조차도 그런 건 용납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고 여겨서인지 기분 나빠 하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점을 의식하면서 더 어색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예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이라 생각해도 표정관리가 안 됩니다. 피곤할 때는 더 티가 나고요. 어색한 표현 방식 때문에 갖가지 오해도 자주 사고, 욕도 많이 먹어 왔습니다. 그럴수록 더 움츠러들고 어색해졌고요.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애초에 남에게 열린 따뜻한 마음을 갖기 위해 성품 개조를 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기중심적이고 배타적이고 닫힌 제 마음 때문인가요? 그렇다면 불편함을 감수하고 억지로라도 나누려고 노력하면 그런 성품이 바뀔까요? 성품이라는 게 잘 바뀌지 않는데 가식적으로 흉내만 내게 되지 않을까요? 이 때문에 사람들을 대면할 일이 적은 직업을 택하는 것을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을 대하는 일에 지긋지긋할 정도로 고통과 두려움을 느낍니다. 답답합니다. 도와주세요.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A 누구나 자기중심적, 소통도 연습 필요해
미드 ‘라이 투 미’를 참고해보세요→
먼저 타인과 공감하는 것과 자기중심적인ㅁ것은 서로 별 상관이 없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나이팅게일이나 헬렌 켈러, 간디, 이순신 같은 사람들도 모두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아니 사람은 누구나 그렇습니다. 다만 자신의 재능을 누구를 위해서 쓰느냐가 있을 뿐이지요.
공감하는 척하는 게 티 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유추하기 힘듭니다만, 공감을 나타내는 일종의 스킬에 대해서 부족함을 느끼고 계신 듯합니다.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 시선과 몸짓, 고개의 각도와 같은 비언어적 정보가 입으로 나오는 언어적 정보보다 훨씬 많다고 합니다. 즉 입이 아니라 몸으로 말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같은 말을 해도 듣기에 기분 좋은 사람과 아닌 사람이 있죠. 대화는 듣고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만 보고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후자에 대해 본인은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세요. 앉아 있는 자세가 비뚤지는 않았는지, 시선을 너무 굴리는 건 아닌지,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쁘게 입술을 삐쭉 내밀거나 쩝쩝 소리를 내는 건 아닌지 말이죠. 참고 자료로 미국 드라마 <라이 투 미> 시리즈를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얼굴 표정으로 거짓과 위선을 가려내는 내용인데, 재미삼아 보면서 혹 나도 저렇게 타인에게 불신을 주지는 않는지 살펴봐도 좋을 것 같군요.
그리고 대화에서 공감하는 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잘 듣는 것’이에요. 하고 싶은 말을 참으면서 경청하는 것. 지금 대화의 맥락이 어디서 나왔는지 그 서사적 구조를 더듬어 들어가보세요. 아주 어려워 보이지만 누군가에 먼저 말을 거는 행위는 약간의 위로를 받고 싶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존심에 상처 나지 않는 티스푼 하나 정도의 위로 말이죠.
혹시 이런 행위를 가식적이라거나 나에게는 전혀 맞지 않아 사람을 마주할 일 적은 직업을 생각하신다면, 정말 크나큰 오산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어떤 가치관이나 직업을 갖더라도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부대끼며 살아야 합니다. 타인과 연대 없이 살아가겠다는 건 사실 직업의 종류가 아니라 부모님의 재력이 중요합니다. 돈이 너무너무 많아서 집에서 평생 놀고먹어도 좋을 정도라면 대화가 아닌 명령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드라마 속 밥맛 떨어지는 부잣집 딸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거 아니잖아요.^^ 세상을 숨가쁘게 살아오다 보면 누구나 한두개씩 소중한 것을 놓치고 오기 마련입니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에요. 그러니까 노력해보세요.
김남훈 프로레슬러·<청춘매뉴얼제작소> 저자
‘아이(I)-메시지’로 표현을 해보세요 →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 이 지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사람과 어울리고 대면하지 않으면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사람들과 대면하는 것이 불편하고 괴로운 사람도 있지요.
영화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남자주인공 ‘라스’도 그렇습니다. 혼자 지내기를 좋아하는 라스는 타인과의 가벼운 스킨십조차 어찌할 바를 몰라합니다. 심지어 사람이 아닌 인형과 연애를 할 정도니까요. 처음엔 그런 그를 보며 뜨악해하던 동네 사람들도 차츰 그의 따뜻하고 진실한 마음을 이해하고, 인형 ‘비앙카’를 기꺼이 이웃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결국 사람들이 주인공 라스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 순간들은, 라스가 아닌 척할 때가 아니라 바로 ‘라스가 라스였을 때’입니다. 게다가 비앙카는 아무 말도 못하는 인형이지만, 그냥 내 말을 들어주는 것처럼 거기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라스는 치유가 됩니다. 그러니 만약 내가 먼저 타인에게 의사표현하고 말 거는 것이 어렵다면, 그냥 상대방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세요. 조용히, 열심히 들어주는 것도 ‘내가 당신을 존중한다’는 의사표현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서툴고 어색하다면,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어요. ‘I’(아이) 메시지로 내 감정 표현을 해보는 것입니다. 아주 간단해요. 주어를 ‘나’로 설정해서 말하는 건데, 가령 “도대체 너는 왜 그러니?”가 아니라, “나는 ~~한 기분이 들었어”라고 하는 것이죠. I-메시지로 말을 하게 되면, 내 마음을 잘 열어보여주게 되고, 상대편이 당신을 더 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어떠세요? 수줍더라도 진심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내 마음을 조금은 열어놓는 당신. 어느덧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가 돼 있을 것 같은데요.^^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상담심리학)·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장
성품 개조가 아니라 기술 훈련이 필요 →
적어도 사연을 쓰고 있는 현재의 주인공께선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고 싶지 않아 노력도 해보셨고, 그러다 어색해지는 상황 때문에 괴로워하실 정도로 남의 반응에도 꽤 신경 쓰고 계시니, 그만큼은 자기중심적이지도 배타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남들을 위해 자신의 표현과 행동을 다듬고 예의범절을 갖추고자 하는 것을 가식적이라고까지 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첫인상이 나쁜 어떤 사람과의 인사에서 ‘난 당신이 별로이고, 반갑지도 않아요’란 마음을 솔직히 드러내버리는 대신 가벼운 미소를 띠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한다고 해서 자신을 정직하지 못하다 나무라겠느냐는 거죠. 여기서 상냥한 인사는 그 사람을 싫어하는데 좋아하는 것처럼 속이려는 게 아니라 우선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사용한 방법이겠지요.
그러니 자신의 성품을 개조해야 한다고 탓하기 전에 적절한 대인관계 기술을 실제 배우고 익히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이런 훈련에는 다음의 두 가지 요소를 잘 배합해야 하는데요. 첫째는 골라 쓸 대처방식을 충분히 이해하고 습득하여 자신의 것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고, 둘째는 그것들을 적절한 상황에서 잘 골라 쓸 수 있도록 맥락을 짚어내는 눈치를 기르는 것입니다. 첫번째를 위해서는 호감을 줄 수 있는 표정과 미소 짓기를 연습한다든지, 자주 접하는 상황에서 사용할 괜찮은 문장들을 준비하고 반복해서 말해보는 등 자신에게 아직 어색하고 서툰 것을 소화하는 구체적인 연습까지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를 위해서는 이런 방법들을 스스로 판단한 상황에 적용해보는 시행착오를 통해 길러나가야 할 텐데요. 필요에 따라서는 이런 부분을 같이 의논하고 모니터링해줄 전문가와 작업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사람들의 반응을 신경 쓰는 사연 내용을 보면 좋은 관계에 대한 주인공의 바람이 읽혀집니다. 상대를 위해 연습한 나의 기술들은 형식적인 대처에 그치지 않고 그 사람과 어울려 지내는 시간의 불편함을 줄여주거나 공감을 조금 깊게 만들 기회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자신의 따뜻한 면을 눈치 채는 사람도 생겨날 것이고 그때 주인공께서 자신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소기윤 정신과 전문의·미소정신과 원장
※ 이번주를 끝으로 ‘3D입체마음테라피’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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