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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12 14:30 수정 : 2012.01.12 14:30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매거진 esc] 3D 입체 마음테라피
남을 너무 많이 의식하면서 살아요

Q. 저는 남을 참 많이 의식합니다. 제 딴에는 배려심이 많고 남을 먼저 생각한다며 좋은 성격이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지만, 변명에 불과한 것 같아요. 심지어는 엄마께서 이런 저를 보시고 “모든 사람이 너에게 관심 있는 게 아니니 의식하지 말라”고까지 하시지만 고쳐지지가 않아요. 예를 들어, 튀는 옷을 입는 날에는 ‘내가 이 옷을 입으면 사람들이 무슨 반응을 보일까? 오버한다고 생각하려나?’ 이렇게 혼자 고민하기도 하고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때도 ‘내가 이 말을 한다면 상대방은 이런 반응을 보일 테니, 나는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언젠가부터 제가 아닌 남을 중심으로 생각하게 돼 버린 것 같습니다.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자신감 넘치고 이러지 않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부터 잘 나오지 않는 성적에 대한 수치심, 외모에 대한 자신감 결여 등 모든 문제들이 뒤섞이면서 자신감이 없어지고 남을 너무 많이 의식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제 곧 대학교에 입학할 텐데 제발 제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제 생각대로, 제멋대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고 싶어요. 무엇이 저를 계속 겁나고 두렵게 만드는 걸까요? 또 이런 저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타인의 평가 리스트를 만들어보세요 →

우선 남을 잘 의식해야 배려도 하는 것이니만큼, 합리화와 변명이라고 깎아내리기 전에 현재의 방식에도 취할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아마도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만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치여본 분들이라면 지금 주인공께 격려를 아끼지 않을 테니까요. 문제는 주인공께서 예전엔 안 그랬는데 어느덧 남을 의식하는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불편하게 느낀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대로 제멋대로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시는 게 이해가 되지만 한편 그렇게 지내는 것 역시 편하게 느낄 분 같지 않네요.

남을 많이 의식한다는 것은, 남이 내리는 나에 대한 평가에 민감하다는 것일 텐데요. 자신의 가치에 대해 남이 내리는 평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스스로가 자신에게 내리는 평가임에도, 자신감이 떨어져 있을 때의 나는 남이 매기는 점수에 좌우되기 쉬운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경우도 스스로 진단하셨듯이 성적과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는 동안 남이 자신에게 내리는 평가에 더 민감해진 듯한데요. 게다가 스스로에게 내렸던 부정적인 평가로 말미암아 이미 남들도 자신을 그렇게 볼 것이라는 전제를 하게 되고 이 때문에 예상하고 있는 비난을 줄여보고자 남에게 더 맞추고 자기주장을 줄이는 방식을 취해온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필요한 것은 첫째, 자기 자신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이해를 스스로 해보는 노력이고 둘째, 남의 평가들도 자신의 주관적이고 부정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부분만 취하려는 노력일 것입니다. 가령, 고등학교 시절 동안 스스로의 주된 평가 기준이었던 성적과 외모 외에도(물론 이에 대해서도 현재의 재평가가 필요하지만) 내 가치를 재는 데 좀더 다양하고 중요한 것이 많다는 점을 고려한 상태에서, 자신에 대해 스스로 맘에 들어 하는 부분들의 목록을 작성해 보시고 그중에 남들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체크해서 강조해보세요. 그런 다음, 남들이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 같은 부분들을 목록으로 작성해보시고 그중에 나 스스로가 자신감이 없어서 지레짐작하는 것들을 체크해서 지워보는 겁니다. 이런 식의 시도를 시작으로 앞으로의 대학생활에서는 자신을 바라보는 남과 나의 시선을 균형 있게 사용한 자기 돌아보기를 하시며 스스로를 아끼는 마음을 더 키워나가시기 바랍니다.

정신과 전문의·미소정신과 원장


작은 성공은 자신감 회복의 에너지 →

일본 드라마 <고쿠센>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이 세상에는 세가지 자신이 있어. 내가 아는 자기 자신. 남이 아는 자기 자신. 그리고 진짜 자기 자신.”

나 자신을 안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종교와 학문이 궁극적으로는 스스로를 아는 것에 대한 어려움과 한계를 지적하고 있으니까요. 특히 우리 정규교육과정에서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자기객관화를 해야 합니다. 님도 입시를 위해 절대·상대평가로 다른 학생들과 우열을 비교해 석차를 정하는 기준에 맞춘 공부를 많이 했을 겁니다. 이러한 학습은 주어진 문제를 기계적으로 푸는 것만 연마할 뿐,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즉 문제가 발생했을 때 스스로 해결하거나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정하는 교양을 배우지 못했을 겁니다.

제가 가장 먼저 하고픈 말은 자신감이 없다는 본인의 성격을 일단 내 탓이라 생각하지 말란 겁니다. 일단 잘못된 교육을 한 학교와 부모님께 돌리세요. 그리고 약간 마음의 위안을 삼으세요. 위안을 삼되 미워하지는 마시고요. 그분들도 국가와 사회가 만들어준 큰 시스템 안에서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따라갔을 뿐입니다.

그다음 단계가 중요한데, 제가 추천하고픈 방법은 바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겁니다. 나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찾아가거나 병원 응급실에 가서 병마에 괴로워하는 사람을 보며 자기위로 하라는 게 아닙니다. 진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를 치유할 방법을 찾는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을 스스로 느껴보라는 겁니다.

인간이 자존감을 확보하는 최강의 방법은 바로 타인을 돕는 겁니다. 이렇게 자기감정의 에너지를 확보한 상태에서 아주 작은 성공을 모아보세요. 매일 팔굽혀펴기 20개 하기, 책 20쪽 읽기, 방 청소하기, 설거지하기 등등. 아주 작은 성공도 상관없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 시베리아 포로수용소 탈출에 성공한 독일군 포로의 탈출 도구는 고작 돌멩이 10개였습니다. 오른쪽 주머니에 돌멩이 10개를 채우고 천 발자국에 돌멩이 하나를 왼쪽 주머니로 옮기는 일을 무한반복하며 추위 속에서 정신을 잃지 않고 그 험난한 길을 뚫고 나온 것이죠.

프로레슬러·<청춘매뉴얼제작소> 저자

타인의 시선, 역발상이 필요해요 →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것은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죠.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나를 두렵게 만드는 것, 나를 뒤흔드는 것도 실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 들어 있는 스스로의 시선과 검열 때문이겠죠. 그리고 그런 스스로의 자기검열 속에는 타인에게 사랑받고 예쁨받고 싶은 밑마음, 혹은 다른 사람에게 미움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다른 사람을 의식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모두 예쁨받을 수도 미움받을 수도 없는데 말이죠.

헤밍웨이가 한 이 말이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내가 아닌 것으로 사랑받느니, 나 자신으로 미움받겠다.” 어때요, 당당하고 참 좋죠? 그래서 ‘탱크’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프로골퍼 최경주는 이렇게 말했죠. “(갤러리를)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 뒤에서 소리가 나면 그런가 보다 해야 한다. 사진을 찍으면 ‘나를 좋아하니까 찍나 보다’ 하고 그냥 쳐야 한다.”

역발상이 필요합니다. 이번주엔 한번 튀는 옷을 입고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만나보기 전에 내가 하고 있는 상상과 예측을 체크해봅시다. 사람들 반응을 수치화해도 돼요. ‘몇 명의 사람들이 내 옷차림에 대해 이러이러하게 이야기할 것이다’라고…. 그런데 실제로 제가 보기에 아마 의외로, 몇 가지 소소한 반응 외에 사람들에게서 별 반응이 없어 놀라실지도 모릅니다. 사실, 세상엔 님보다 더 흥미롭고 더 눈길을 사로잡는 것 천지거든요.^^

대구사이버대 교수(상담심리학)·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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