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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3 18:50 수정 : 2006.01.17 04:00

대학가요제로 ‘자고나니 스타 된’ 이상미씨

④ 대학가요제로 ‘자고나니 스타 된’ 이상미씨

“취업시험에서 떨어진 비애를 노래했더니 직업이 생기네요.”

면접에서 떨어졌던 자기 이야기를 노래로 불러 ‘스타’가 된 밴드 ‘익스’의 이상미(22·경북대 문헌정보학 4)씨에게 올해는 실패와 성공이 엇갈린 해다. 10월 <문화방송>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거머쥔 익스의 ‘잘 부탁드립니다’는 세 차례의 도전 끝에 올라간 대기업 면접에서 실수를 연발한 날 밤, 친구들과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던 이씨의 심정을 담았다.

“긴장한 탓에 엉뚱한 얘기만 늘어놓았죠/ 한잔 했어요. 속상한 마음 조금 달래려고. 나 이뻐요? 히~/ 한 번의 실수쯤은 눈감아 줄 수는 없나요/ 가끔은 혼자 펑펑 울고 털고 싶어요. 엉엉/ 안녕히 계세요. 지금까지 제 얘길 들어줘 정말 고마워요. 잘 부탁드립니다.”

면접에서 떨어진 날
소주 기울이던 심정 담아
대상 거머쥐고 ‘날개’

이씨는 “면접에서 예상 못한 질문이 나와 대답을 못했는데, 그 뒤로 너무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한” 것에 대한 자책과 험난한 현실이 주는 절망을 노래에 담았다고 했다. 절망을 소재로 삼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발랄한 표현법과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가 묻어나는 노래다. 이 노래로 일약 유명해진 이씨는 광고와 드라마에도 출연하고 있고, 본격적인 가수 데뷔를 위해 지금 첫 음반을 준비 중이다. 대학가요제에 나갈 준비를 하느라 마지막 학기 중간고사를 빼먹은 바람에 현재는 휴학 상태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된’ 이씨에게 친구들은 무슨 말을 했을까? “저보고 이제 취직 걱정 안 해도 되니 좋겠다고 그러데요.” 이씨는 며칠 전 대구의 친구와 전화해 “걔는? 걔는?” 하고 물으며 친구들의 취업 상황을 알아본 뒤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제가 입학했을 땐 1학년은 3분의 1 정도만 취업 준비를 했는데, 요즘은 1학년 때부터 다들 취업에 매달려요.”

네 살 때부터 빗자루 들고 노래를 불렀고, 고등학생 때부터 밴드 활동을 한 이 ‘끼’ 많은 대학생도 음악을 빼면 다른 대학생들과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해왔다. 취업에 도움 될까 싶어 심리학과 영문학을 부전공했고, 학교 앞 보드카페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는 “지방은 서울보다 소식이 늦고, 일부러 구하려고 하지 않으면 정보를 얻기가 힘들다”며 “지방대는 취업 정보에서 매우 불리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평생 대구 밖에서 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이씨는 얼마 전 ‘익스’ 구성원인 방지연(22·대구대)씨와 함께 서울에 오피스텔을 마련했다. 새벽 5시면 일어나는데, 어떤 때는 다음날 새벽 2~3시에 잠자리에 들 정도로 바쁘다. 요즘 고민거리는 억센 사투리를 고쳐야 할지의 문제다. 한 방송사 관계자가 “사투리 쓰면 심의에서 걸린다”는 농담을 건넸는데, 농담이래도 부담스럽다. 친구들과 ‘서울말’을 연습하고 있다. 가장 잘하는 서울말은 “뭐야~?”, “왜 그러니~?”라며 활짝 웃는다.


내년 3월께 발표할 계획인 새 음반 내용은 아직 확정되진 않았는데, ‘잘 부탁드립니다’처럼 사회성을 곁들인 곡도 들어갈 것이라고 이씨는 귀띔했다. 자신의 외모가 인기를 더하는 데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지적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흔들림 없이 우리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 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대학가요제 전까지는 노래 부르는 걸 직업으로 삼는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그런데 하나에 관심 갖고 꾸준히 하니까 뭔가 잘 되는 것 같네요?”

글 이본영, 사진 김경호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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