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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14 11:03 수정 : 2011.04.14 16:09

[매거진 esc] 이응일 감독의 디지털 불청객
일정·연락처·문서작성…어디서나 유용한 ‘클라우드 컴퓨팅’

필자의 사회초년병 시절, 선배의 권유로 ‘프랭클린 플래너’라는 다이어리를 샀다. 만듦새는 훌륭했지만 귀차니즘 탓에 쓰다 안 쓰길 반복했다. 그래도 해마다 정월이면 산뜻하게 1년치 속지를 갈아끼워 넣었건만 그마저도 그만두게 되었다. 2009년 말 찾아온 ‘아이폰’을 쓰면서 정리 습관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처음에는 아이폰 연락처와 구글 주소록을 동기화시켜 수첩과 메모지에 흩어져 있던 연락처들을 인터넷에 모으니 그 깔끔함과 활용성이 놀라웠다. 점차 일정, 메모, 스크랩 모두를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관리하게 되었다. 그뿐이 아니다. 사무실에서 만든 문서 파일은 귀찮게 복사하지 않아도 신비로운 어딘가를 거쳐 어느새 집 컴퓨터로 옮겨와 있었다. 다이어리와 명함책, 유에스비(USB) 메모리와 포스트잇은 이처럼 형체를 바꾸어 어디서든 출몰하는 전자구름의 귀신에게 설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이와 같이 내가 작성한 디지털 자료가 저 멀리-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되어 인터넷을 통해 어떤 기기로든 접근할 수 있는 것을 ‘클라우드(구름) 컴퓨팅’이라고 한다. 사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다음 한메일 등의 웹메일이나 기존의 유료 웹하드도 이에 속한다. 다만 세계 최대 아이티(IT)기업 구글이 2006년에 이를 ‘정보기술 패러다임을 바꿀 엄청난 구상’으로 설정한 이래, 스마트폰 보급과 웹2.0의 발전에 힘입어 나날이 우리 생활에 파고들고 있다.

오늘은 돈 들이지 않고도 일과 생활을 가뿐하게 돕는 클라우드 서비스들을 필자의 입맛 위주로 소개해 드리겠다. 스마트폰이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없어도 무방하다.

1. 일정 관리 | 구글 캘린더와 포트의 찰떡궁합

구글 캘린더 초기화면은 구글답게 심심하지만 덕분에 쉽게 배울 수 있다. 원하는 시간을 마우스로 클릭해 일정을 생성한 뒤 마우스로 옮기거나 늘리고 줄일 수 있다. 생일이나 운동처럼 종일 있거나 반복되는 일정도 지정할 수 있다.

구글 캘린더

‘내 캘린더’의 ‘할 일 목록’을 눌러 켜보자. 장보기 리스트처럼 딱히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일을 적어둘 수 있다. ‘다른 캘린더’에서는 재미있는 캘린더를 추가할 수 있는데 필자는 ‘대한민국 기념일’과 ‘주소록 친구의 생일’, ‘달의 위상’을 구독한다. 캘린더 공유는 정말 막강한 기능이다. ‘내 캘린더’에서 새 캘린더를 추가해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 각자 올린 일정을 보거나 수정할 수 있다. 여럿이 협업하는 프로젝트에는 필수다.

이렇게 만들어진 일정은 다른 컴퓨터는 물론 스마트폰으로 접근할 수 있다. 기본 캘린더 앱을 포함해 이것저것 써봤지만 포켓 인포먼트(Pocket Informant)가 가장 좋았다. 거금 12.99달러지만, 작은 화면에 모든 기능을 담고도 쉽고 직관적이다.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국내 포털업체에서도 유사한 캘린더 서비스를 개설했는데 공연·입시·스포츠 등 국내 정보 캘린더가 다양하게 제공된다.

2. 연락처 관리 | 스마트폰 연락처와 구글 주소록

구글 계정을 만든 김에 구글 지메일도 쓰시라. 지메일 자체보다 그 안의 주소록이 워낙 편리하다. 먼저 스마트폰으로 새로 만난 사람의 연락처를 받는 족족 저장한다. 안드로이드폰은 입력 후 구글 주소록과 곧바로 동기화된다고 하는데, 아이폰은 ‘아이튠스’로 컴퓨터에 백업받을 때에만 동기화된다.

연락처 관리

이렇게 만들어진 구글 주소록은 지메일을 통해 메일 보낼 때 무척 유용하다. ‘받는 사람’ 난에 이름만 넣어도 메일 주소가 절로 나타난다. 단체 메일 보내기도 훨씬 쉽다. 검색이나 바뀐 연락처 수정 등 관리도 체계적인데, 가나다순으로 빼곡히 이어지는 주소록을 보면 왠지 뿌듯해진다.

3. USB여 안녕 | 드롭박스

드롭박스(dropbox.com)는 써본 사람 모두 추천하는 훌륭한 웹 기반 파일저장 서비스다. 우선 컴퓨터에 드롭박스 설치 프로그램을 깔고, 계정 등록을 한다. 집 데스크톱-노트북-사무실 등 모두 설치하길 권한다. 또 스마트폰에도 무료 전용 앱을 설치한다. 이제 사무실 컴퓨터의 드롭박스 폴더에 파일을 그냥 ‘던져넣어’ 보자. 화면 구석의 드롭박스 아이콘이 움직이면서 태평양 건너 드롭박스 서버에 내 파일이 올라갈 것이다. 이제 집에 가서 내 컴퓨터를 켜면 같은 파일이 쓱 내려온다. 즉 나의 모든 장치와 서버의 파일들이 동기화되는 것이다.

기본 2기가 무료 제공이고 지인 추천을 통해 8기가까지 확장 가능하다. 그밖에 파일 링크 공유 등 편리한 기능이 많다. 다만 업로드 속도가 느린 것이 불만이다. 국내에는 케이티(KT) 유클라우드, 네이버 엔(N)드라이브, 나우콤 세컨드라이브 등이 있으나 파일 크기, 기간 등에 제한이 있고 드롭박스만큼 간편하지 않다.

4. 프로그램 없어도 괜찮아 | 웹오피스와 웹앨범

좀더 순수한 형태의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아예 응용프로그램 자체가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되고, 웹브라우저 화면에 모든 인터페이스가 가상으로 구현된다. 따라서 오피스나 포토샵 등이 없어도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 대신 인터넷 접속이 안 될 경우 아무 작업도 할 수 없다.

웹오피스와 웹앨범

구글은 역시 선두주자답게 구글 독스(docs.google.com)를 제공한다. 한글과컴퓨터의 씽크프리 온라인(thinkfree.com)은 1기가바이트의 문서 저장공간을 주며, 씽크프리 오피스 모바일이라는 스마트폰 앱도 나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 웹 앱스(office.live.com)를 선보였다.

구글의 피카사 웹앨범(picasaweb.google.com)은 피카소의 이름을 딴 웹앨범 서비스다. 웹에 사진을 보관해 어디서든 볼 수 있고, 간단한 수정도 가능하다. 클라우드는 아니지만 함께 제공되는 피카사 프로그램은 깔끔한 무료 사진관리 프로그램이다. 특히 얼굴 인식 기능으로 지인들의 얼굴을 정확하게 분류해내는 것을 보면 기가 차다.

국내 업체가 만든 엘클라우드(elcloud.com)는 월정액을 내면 오피스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맞춤형 클라우드 서비스다. 이밖에 지면관계로 생략했지만, ‘에버노트’는 메모, 웹 스크랩, 손글씨 등을 포함하는 최고의 클라우드 메모장이다. ‘어썸노트’라는 3.99달러짜리 스마트폰 앱과 연동시키면 무적의 한 쌍이 된다.

5. 에필로그

당연한 말이지만 클라우드 서비스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주소록 등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고 소중한 데이터가 망가질 수도 있다. 그러니 비밀번호 등의 보안에 유의하고, 이따금 자료 백업에 신경쓸 필요가 있다. 필자는 걸핏하면 다이어리를 잃어버리던 것에 비하면 낫다고 생각하고 맘 편하게 쓴다. 하지만 세상이 즐거우려면 끝까지 다이어리의 손맛을 고수하고픈 사람도 있어야 하겠다.

끝으로 이번 연재글은 한글과컴퓨터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씽크프리 온라인으로 작성했음을 밝힌다.

이응일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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