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08 16:14
수정 : 2011.12.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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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김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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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화·김부연의 그림이 있는 불란서 키친
한국이 얼마나 살기 편한 곳인지는 외국에 나가 며칠만 살아보면 금방 느낀다. 전화 한통으로 해결되는 배달 음식과 저렴한 택배, 특히 밤과 새벽을 가리지 않고 먹을 것과 놀 곳이 널려 있는 한국이 그리워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유럽은 오후 6~7시면 상점 문을 다 닫고, 식당도 너무 늦은 시간에는 한 끼도 얻어먹을 수 없다. 내가 양파수프를 처음 먹은 것은 프랑스에 도착하고 1년 뒤였다. 한국에서 어학원을 함께 다녔던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다가 그만 밤 10시가 넘어 버렸다. 뭔가 허전하고 출출한 느낌이 들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 어떻게 할 수도 없지’라는 생각을 할 때쯤, 친구가 양파수프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이 시간에 주문이 가능한 식당이 어디 있다고? 반문하는 내게 양파수프는 예외란다. 나의 염려와는 달리 그가 데리고 간 곳에서 양파수프를 맛보았다. 그 시간에 파리에서 우리로 치자면 해장국인 셈인 양파수프를 먹을 수 있다니!
양파수프의 유래는 루이 15세의 일화에서 시작한다. 루이 15세는 사냥터에 나갔다가 늦은 시간 거처에 돌아왔는데 음식 재료라고는 달랑 양파, 버터, 샴페인뿐이었단다. 있는 재료를 몽땅 섞어 어찌어찌 만들게 된 것이 양파수프의 역사다.
수프는 오목하고 작은 도기에 담는다. 노릇하게 녹은 치즈가 보글거리며 그릇 표면에 흘러내려 시각적으로도 너무 멋지다. ‘프렌치 어니언 수프’로 많이 알려진 이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포인트는 양파에 있다.
첫째는 당도가 높고 즙이 많은 양파를 고를 것. 위가 뾰족한 것보다는 옆으로 넓적한 양파가 훨씬 맛있다. 둘째는 양파를 카라멜리제(캐러멜 상태로 만드는 것)되도록 잘 볶을 것. 중불에 양파가 투명하게 될 때까지 볶아야 한다. 자칫하면 타버리기에 불을 약하게 할 수도 있지만 약불에서는 카라멜리제가 힘들다. 20여분 양파가 투명하게 될 때까지 볶다가 불의 세기를 올리면 냄비 표면이 갈색으로 변한다. 이때 물을 두어 숟가락 부어 갈색이 된 표면을 닦아 주면 서서히 카라멜리제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6~7회 반복하면 아주 맛있고 향 좋은 볶음 양파가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볶음 양파는 샌드위치나 햄버거 재료로 사용해도 아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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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어니언 수프(3인분)
⊙ 재료 | 양파 500g(2개 정도), 버터 25g, 밀가루 1큰술, 닭이나 사골 육수 1000ml(간단히 물을 사용해도 되지만 맛이 덜하다), 부케가르니(수프 등에 향을 내기 위해 만든 파슬리 등의 다발. 월계수, 타임, 오레가노 등의 허브 약간으로 만든다. 없으면 제외), 바게트 3조각, 그뤼예르 치즈 125g(없으면 모차렐라 치즈로 대체), 백포도주 조금, 소금후추
⊙ 만드는 법 | 1. 껍질을 벗긴 양파를 가늘게 채 썰어 카라멜리제 되게 약 30분 동안 볶은 다음 백포도주(화이트 와인)를 넣는다. 2. 밀가루를 넣어 잘 섞은 다음 육수를 붓고 부케가르니(허브 묶음)를 넣고 15분 정도 끓인다. 3. 부케가르니를 건져내고 수프 그릇에 1인분씩 옮겨 담아 바게트를 한 조각 올린 다음 치즈를 올려 200도 예열한 오븐에서 5~10분 정도 치즈가 적당히 녹을 때까지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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