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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23 11:50 수정 : 2012.04.23 22:56

스테이시 스나이더

프라이버시의 종말 10대때 올린 글이 ‘취업 걸림돌’

#1. 200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밀러스빌대학 졸업반이던 25살의 스테이시 스나이더는 교사 자격증 취득을 앞두고 한 장의 사진 때문에 오래 준비해온 교사의 꿈이 무산됐다. 대학쪽이 스나이더가 마이스페이스에 올린 사진을 두고 “교사로서 부적절한 사진”이라며 문제삼아, 교사 자격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해적모자를 쓰고 플라스틱 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는 사진 한 장(사진)이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바람에 취업의 길이 막힌 것이다. 지난해 국내 번역된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의 <잊혀질 권리(원제 Delete)>에 소개된 사례의 하나다.

#2. 경남지방경찰청 소속의 한 여경은 지난 9일 갑자기 대기발령 처분을 받았다. 2004년 경남 밀양에서 일어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당시 친구이던 가해자 미니홈페이지에 피해자를 비방하는 글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쏟아진 탓이다. 글을 올렸을 당시 그는 고교 3학년으로 미성년자였지만, 성폭행 피해자를 비방하고 친구인 가해자를 두둔했다. 미니홈피는 실명을 쓰도록 돼 있어 글쓴이의 이름이 드러난다. 가해자의 미니홈피에 글을 남겼던 친구가 성인이 된 뒤에 경찰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그동안 국외에서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올린 과거 글이 문제가 되어 취업이 좌절되거나 직장에서 곤란한 지경에 처하는 일이 국내에서도 발생한 것이다.

해당 여경은 문제가 불거진 날 바로 경남지방경찰청 자유게시판에 사과문(사진)을 올려 용서를 구했다. “7년 전 고등학교 시절 철모르고 올린 글이지만 피해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며 “평생의 짐으로 안고 자숙하겠다. 앞으로 생활하면서 언행에 조심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경찰이 되겠다”고 용서를 구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여론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경남지방경찰청 홈페이지는 지난 9일 이후 여러 차례 접속장애를 기록할 정도로 접속이 폭주했다. 실명 확인을 거쳐야 글을 올릴 수 있는 이 게시판에는 4000여건에 이르는 항의글이 쏟아졌다. 문제가 불거진 이후 경남지방경찰청 자유게시판에 2주 동안 올라온 글의 양은 지난 10년간 올라온 글과 맞먹는 수준이다. ‘철없던 시절의 잘못’이라는 해명은 거의 수용되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과거 다른 행적들까지 게시판에 올라와 비난의 대상이 됐다.

경남지방경찰청 소속 여경이 올린 사과문.
정작 글쓴이 스스로는 잊고 있었을지도 모를 미성년 시절 깊은 생각없이 남겼던 인터넷 댓글 하나가 취업과 사회적 평판을 좌우하는 칼날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순간 작성자의 통제를 벗어나 시간와 공간을 뛰어넘어서 검색되는 현실에서 미성년자들을 보호하고 디지털 환경의 치명적 위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해지고 있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지난 2010년 “앞으로 청소년들은 성인이 되는 순간 자신의 ‘디지털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모두 이름을 바꿔야 할지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철없던 때의 일탈이나 장난마저 모두 보존돼 검색되는 세상에서의 새 출발은 새로운 ‘아이디’ 부여밖에 없다는 말이다.

미국에서는 대학 입학이나 취업을 앞둔 사람을 대상으로 인터넷에 남아 있는 부정적 행실을 지워주는 사업이 성업중이다. ‘레퓨테이션닷컴’(Reputation.com), ‘리무브유어네임’(RemoveYourName.com), ‘디펜드마이네임’(DefendMyName.com) 등은 한 달에 15달러를 내면 인터넷에서 자신이 어떻게 언급되는지를 알려주고, 월 30달러를 내면 검색엔진에서 부정적 정보를 삭제하거나 감춰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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