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판타스틱 덕후백서
일본서 열리는 ‘커스텀 바이크 쇼’ 해마다 찾는 에디 유 모터사이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가죽재킷과 가죽바지 차림에 긴 부츠를 신고 황야를 내달리는 거친 마초. 혹은 ‘빠라바라바라밤~ 오빠 달려!’ 같은 소음을 내며 한밤중 텅 빈 도심을 질주하는 폭주족. 그래픽노블(만화책의 일종) 전문출판사 서울비주얼웍스의 에디 유(40) 대표는 모터사이클 마니아지만 이런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헐렁한 청바지 같은 편한 옷을 입고 서울 홍대앞이나 이태원 등을 누빈다. 모터사이클 엔진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와 소음, 얼굴로 고스란히 불어오는 모래바람은 그의 몸 안에 끓어오르는 ‘열’을 식혀 준다. 그는 5년간 스쿠터를 즐기다 3년 전부터 ‘스트리트 바이크’를 타고 있다. 도시 안에서 타는 상대적으로 작고 스타일리시한 모터사이클이다.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그의 바이크 패션은 독특하고 재미있다. 바지 벨트에 걸린 체인(왼쪽 사진)은 뒷주머니에 꽂은 지갑이 떨어지지 않게 해준다. 살펴보면 여기엔 성모 마리아와 해골 등 다양한 문양들이 촘촘히 새겨져 있다. 금도 은도 아닌 황동 재질인데, 70여만원이나 주고 일본에서 구했다. 체인과 연결된 장지갑도 쓰면 쓸수록 멋이 더해지는 가죽 제품이다. 헬멧(오른쪽)에는 직접 문양을 그려 넣었다. 묵직해 보이는 모터사이클 열쇠도 세공업자에게 주문제작했다. 이런 패션은 모터사이클과 한 몸을 이룬다. 그에게 모터사이클은 상처 치유제일 뿐 아니라 예전엔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독특한 문화를 만나게 해 준 창구다. 나고야에서 현금 찾아 헤맨 까닭은 모터사이클을 즐기기 시작할 무렵인 2008년 4월, 유 대표는 일본 나고야에서 현금입출금기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서울에서는 살 수 없는 진귀한 티셔츠를 잔뜩 발견했지만 현금이 부족했다. 옷만 수백만원어치를 살 만큼 그의 이성을 마비시킨 곳은 ‘나고야 조인츠 커스텀 바이크 쇼’라는 행사장. 개인 취향대로 개조하거나 주문생산한 제품을 커스텀 바이크라고 부른다. 1년에 한두대씩 커스텀 바이크를 만드는 전문 빌더(제작자)들이 자신의 철학을 담은 제품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로, 모터사이클용 티셔츠·바지, 헬멧·체인·가죽제품 등을 파는 숍들도 들어선다. 관객들이 몰고 온 모터사이클도 전시품 뺨치는 개성을 자랑하기 때문에 또다른 구경거리다. 당시엔 이런 곳을 찾는 한국인이 거의 없었다.
일본서 열리는 ‘커스텀 바이크 쇼’ 해마다 찾는 에디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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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의 눈길을 끈 건 엔진과 프레임, 안장 등 여러 부품을 조합해 만든 옛날식 커스텀 바이크와 그에 맞게 디자인된 옷·체인 등 패션이었다. “한 브랜드의 바느질 방식이 특이해서 물어보니 1950년대 미싱을 활용해서 당시 느낌을 재현했더라구요. 한 디자인마다 10장 이상을 만들지 않아서 질도 좋고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었죠. 오리지널리티(독창성)에 대한 경외심 같은 게 생긴다니까요. 그래서 어떤 제품은 명품 브랜드보다 더 비싸게 팔리기도 해요.” 한번 맛본 신세계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와 친구들은 8개월 뒤 요코하마로 향했다. 거기선 나고야에서 본 쇼보다 더 큰 규모의 ‘핫로드 커스텀 쇼’가 열렸다. 핫로드는 자동차를 머슬카(1960년대 미국에서 붐을 일으킨 남성미가 강조된 스포츠카)로 개조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이 행사에서도 옛날식으로 만들어진 커스텀 바이크와 패션, 타투 등을 만날 수 있다. 유 대표는 3년째 해마다 4월이면 나고야, 12월이면 요코하마로 향하고 있다. 행사에 여러번 가다 보니 나고야에서 인기 많은 모터사이클 스타일을 파악했다. 핸들은 위로 올라가 있고 발로 시동을 거는 형태다. 유 대표 일행을 알아보는 한 일본의 전문 빌더는 블로그에 그들을 ‘한국에서 온 용감한 전사들’이라고 소개했다.
유 대표가 일본에서 가져온 모터사이클 의류·헬멧 카탈로그와 직접 산 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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