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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28 19:50 수정 : 2011.03.15 09:27

중국을 바로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지만, 중국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중국어를 배우려는 이들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4일 이른 아침 서울 종로의 한 중국어학원에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학원에선 ‘중국어 열풍’
시장에선 ‘중국산 말고…’
긍정·부정적 인식 혼재
“중 성장에 반발·공포 섞여
역지사지 자세 필요” 지적

[중국의 길 실험과 도전]

3부 : 중국굴기와 한국

③우리안의 중국

한국인 머릿속 중국

새벽 바람이 아직은 차가운 지난 22일 오전 6시30분께, 서울 종로구의 한 중국어학원에서 만난 이수일(41)씨는 ‘중국어 말하기 입문 수업’ 준비에 바빴다. 20년 넘게 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중국지사 지원을 위해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중국이 성장하는 나라여서 (지사 근무가)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에게 중국은 여전히 기대감을 갖게 하는 나라인 듯했다. 그는 “우리 어렸을 땐 중국이라고 하면 ‘빨간 나라’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젠 갑부가 우리보다 수십배는 많을 정도로 힘도 있고 자원도 많고, 무엇보다 국제적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나라”라고 평가했다.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서 근무하는 홍아무개(34)씨는 야근을 마치고 학원을 찾는다. 홍씨는 “호텔에 취업하기 전에 영어는 기본이고 일본어도 자연스럽게 배우는데, 최근엔 중국 관광객이 늘면서 중국어가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이씨와는 좀 달랐다. 홍씨는 “중국이 좋아서 중국어를 배우는 것은 아니며, 호텔 같은 공공장소에서 매너가 없는 중국인들을 보면 진짜 대국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성장하는 중국 경제의 여파를 몸으로 느끼는 직장인들의 복잡한 속내와 달리, 생활에서 ‘중국’을 접하는 이들의 불신은 생각보다 깊었다. ‘중국산’ 제품과 ‘중국’이란 나라의 이미지가 뒤섞인 탓이다. 지난 18일 서울 도봉구 창동시장에서 만난 김은혜(51)씨는 “식재료에 방부제를 많이 뿌리거나 이상한 것을 섞는다는 보도가 자주 나와 중국산은 절대로 구입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지저분하고 우리나라보다 후진국인 것 같아 쉽게 믿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건너편 신창시장에서 영남상회를 운영하는 김정년(69)씨도 “손님들이 중국산인지 아닌지를 자꾸 물어 되도록 국산 야채를 구해 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중국인에 대한 인상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복잡한 속내는 지난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발표한 ‘한중 양국간 문화마찰 해소를 위한 소통모델 연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국인 23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의 중국인에 대한 인상은 ‘개방적이다, 근검절약한다, 활기차다’ 등 긍정적인 응답과 ‘권위적이다, 게으르다, 남을 잘 속인다’ 등 부정적인 응답이 비슷한 비율로 혼재돼 있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이런 이중적 인식의 바탕에는 ‘역사적으로 내면화된 두려움’이 있다고 분석했다. 임대근 한국외대 교수(중국문화)는 “우리 사회엔 역사적으로 우리가 중국보다 작고 약한 나라였다는 내면화된 공포가 늘 잠재돼 있었다”며 “현대에 들어 경제적·문화적(한류) 우월성으로 극복한 것처럼 보였지만 급격한 중국의 성장에 반발과 공포가 뒤섞이며 이중성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희 대진대 교수(중국학)도 “오랜기간 강대국인 중국의 주변국으로 존재해온 탓에,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모화’(慕華)를 통해 중국을 모방하거나 반중국 정서를 통해 중국을 비하하는 두 갈래로 나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 안의 이런 이중적인 인식이 중국에 대한 냉정하고 현실적인 이해를 방해할 뿐 아니라, 중국의 반한감정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중국정치경제학)는 “중국에 대한 이중성은 역사적 맥락이 있긴 하지만, 다른 문화와 약자를 존중하는 데 인색한 한국인의 포용력 부재 탓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강 교수는 “천안함 사태 때처럼 중국이 우리편을 들지 않는다고 비난하기에 앞서 왜 중국이 저런 판단을 내렸는지 등을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경 이유진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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