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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17 08:54 수정 : 2010.12.10 14:19

낙동강 공사 내용

[4대강 거짓과 진실] ① 운하 아니라더니…

■ 정부가 말하는 ‘운하가 아닌 8가지 이유’

최근 국정감사에서 정부 연구기관의 4대강 유람선 운항 검토보고서, 영산강 하굿둑 통문 확대 방안 등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4대강 사업이 결국 또다른 대운하로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국토부는 줄곧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과 전혀 다르다고 주장해 왔다. 2008년 12월29일 ‘4대강 살리기 사업 첫 삽’이란 보도자료에서 4대강 살리기와 대운하를 비교하는 자료를 제시했다. 4대강 사업은 ‘기존 수심 활용, 준설은 강의 측면과 주변 파냄, 1~2m 소형 보 건설’인데 견줘 대운하 사업은 ‘전구간 수심 6.1m, 물길 정비는 전구간 100~200m 일정하게 유지, 5~10m의 대형 보 필요’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4대강 정비계획이 마스터플랜으로 바뀌면서 준설과 보의 규모가 애초 묘사한 대운하와 비슷하게 되자 “200년 빈도의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준설 깊이를 정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대운하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국토부는 2009년 12월28일 ‘4대강 사업이 운하가 아닌 7가지 이유’란 보도자료를 냈다. 이후 보도 등 비슷한 논란이 일 때마다 정부 해명의 뼈대를 이루는 이 이유는 ① 강과 강을 연결하지 않는다 ② 갑문을 설치하지 않는다 ③ 터미널을 설치하지 않는다 ④ 수심이 일정하지 않다 ⑤ 강을 직선화하지 않는다 ⑥ 저수로 폭이 일정하지 않다 ⑦ 교량을 철거하거나 신설하지 않는다 등이다. 이에 더해 지난 6월13일 박재완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시민사회 75인의 공개질문에 답변하면서, 낙동강에는 대운하 때 검토한 6개보다 많은 10개의 보를 짓기 때문에 운하로서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를 추가했다.(해명 ⑧)

“폭 200~300m 돼야 운항”↔독일운하는 55m 불과

“자연선형 수로, 운하 부적합”↔수로 넓어 문제없어

■ 풀리지 않는 의문

정부 해명의 상당수는 동문서답이다.(해명 ①②③⑦⑧) 의혹의 핵심은 지금 대운하를 건설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장차 대운하로 이어질 공사를 하고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여기엔 물 확보와 홍수 대책을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깊이와 폭으로 강바닥을 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고, 따라서 선박 운항을 위한 물길 확보가 근본 목적이 아니냐는 의문이 담겨 있다. 일단 물길을 확보해 놓으면, 장차 보에 갑문을 다는 등 추가공사를 통해 대운하를 추진할 기반이 마련된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만일 갑문 설치 등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돼 다음 정부가 4대강 주운사업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한다면, 이미 물길과 보를 건설한 상태에서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 대운하 때보다 훨씬 경제성이 높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시민들은 미래를 내다보고 걱정하는데, 정부는 당장 운하가 아닌데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고 다그치는 형국이다.


나머지 ④⑤⑥의 해명을 살펴보자. 정부는 화물선이 운항하려면 6m 이상의 일정한 수심이 필요한데 실제로 구간별 최소수심은 2.5~6m로 제각각이고, 6m 이상의 수심은 낙동강의 61%, 전체 구간의 26.5%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먼저 수심을 보면, 정부가 말하는 필요수심 6.1m는 한반도 대운하 보고서에서 2500t급 선박 중 가장 덩치가 큰 배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선박의 물속 깊이(흘수) 4.7m에 30% 여유를 준 값이다. 그러나 국제수상교통시설협회(PIANC)의 내륙수운 기준을 보면, 이보다 낮은 수심에서도 다양한 배가 다닐 수 있다. 1500~3000t급 자체 동력을 가진 바지선은 3.3~3.6m의 수심이면 되고, 470~700t급 바지선(끌려가는 바지선이라면 1000~1200t급)은 2.08~2.6m의 수심이면 된다. 대운하의 모델이었던 독일 라인-마인-도나우(RMD) 운하의 수심은 4m이다. 4대강 사업이 끝나면 강 가운데는 사다리꼴 단면의 깊고 넓은 고랑이 생긴다.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보면, 낙동강은 하굿둑에서 경북 구미시 칠곡보까지 최소 수심은 6m이고, 칠곡보에서 경북 상주시 영강 합류점까지 최소 수심은 4m이다. 안동댐 부근의 최상류를 뺀 낙동강의 대부분 구간에서 3000t급 선박 운항이 가능한 수심이다. 영산강도 하굿둑에서 광주천 합류점까지 최소 수심이 5m여서 3000t급 선박이 너끈히 다닐 수 있다. 한강은 팔당댐에서 섬강 합류점까지 최소 수심이 3m여서 1200t급 바지선이 다닐 수 있고, 같은 배는 최소 수심이 2.5m인 금강 하구에서 세종시 금남보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4대강 공사 뒤 한강·영산강 ·금강의 수심과 저수로 폭
정부는 수심뿐 아니라 안전한 운항을 위해 평상시 물이 차 있는 저수로가 폭 200~300m로 일정하게 확보돼야 하는데 4대강 사업에서는 자연적인 하천의 형상을 유지해 구간별로 수로폭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4대강 대부분의 구간에서, 지나치게 넉넉하게 잡은 이런 조건을 충족한다. 한반도 대운하 보고서에서는 2500t급 선박 가운데 가장 큰 폭 14.8m의 배가 다니려면 수로폭이 104m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고, 독일 라인-마인-도나우 운하의 수로폭은 55m이다. 4대강 사업이 끝나면 낙동강의 저수로 폭은 하굿둑에서 상주 영강 합류점까지 평균 464m이고 가장 좁은 구간인 합천보~달성보 구간도 340m에 이르게 된다. 낙동강의 10개 구간 가운데 7개 구간에서 저수로 폭이 공사 전보다 곱절 이상 늘어난다. 한강도 팔당에서 섬강 합류점까지 저수로 폭이 381~603m이고 섬강에서 충주댐까지도 176m나 된다. 금강은 하굿둑에서 미호천 합류점까지 저수로 폭이 249~621m이고, 영산강은 하굿둑에서 광주천 합류점까지 260~653m여서, 4대강 거의 모든 구간에서 저수로 폭은 2500t급 선박이 다니기에 충분하게 확보된다.

정부는 화물선의 안전 운항을 위해선 수로를 직선화해야 하지만 4대강 사업은 자연 선형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힌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끝나면 대부분의 구간에서 저수로 폭이 300~500m에 이르러 직강화를 하지 않아도 배가 얼마든지 다닐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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