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2.24 12:00 수정 : 2011.02.24 12:00

꿀벅지의 비밀은 바로…

[매거진 esc] 심정희의 스타일 액츄얼리

‘시크릿’을 처음 본 건 한증막에서였다. 여성 전용 한증막의 벽에 걸린 대형 엘시디 티브이 속에서 춤추며 노래하던 네 명의 소녀는 예쁘고 안 예쁘고를 떠나 기이했다. 체크무늬 셔츠에 컬러풀한 핫팬츠 아래로 드러난 허벅지가 튼실해도 너무 튼실했으니까. ‘내 눈이 집에 있는 19인치짜리 브라운관 티브이에 길들여져 가로로 긴 요즘 티브이에 적응을 못 하는 걸까?’ 잠깐 의심해보았지만 화면 비율상 허벅지가 퍼져 나온다고 보기에는 종아리와 허리가 너무 가늘었다. 얼른 스마트폰의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고 검색창에 ‘시크릿’이라고 쳐 넣었다. 몸무게가 궁금했다. 멤버들 개개인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략 40㎏ 중후반대. ‘40㎏대에 저 허벅지가 가능하다고? 에이, 말도 안 돼!’

난 단정지었다. ‘꿀벅지’에 열광하는 세태에 이기지 못한 기획사들이 소속 가수들에게 허벅지 근육 주사까지 맞히기 시작했다고. 그리고 반성했다. 유이의 ‘꿀벅지’를 보면서 부러워했던, 그런 허벅지를 가져보겠다고 며칠이나마 허벅지 운동을 한 나도 어린 소녀들의 몸을 기이하게 만든 주범이라고. 그러나 반성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나저나 왜 요즘 여가수들은 저렇게 하이웨이스트 반바지나 치마를 즐겨 입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 덕분이었다. 참회의 눈물을 닦고 다시 시크릿 멤버들을 보았다. 그럼 그렇지.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뜯어본 그녀들의 허벅지는 건들면 ‘똑’ 하고 부러질 만큼 가늘지도 않았지만 얼핏 보았을 때만큼 튼튼하지도 않았다.

“비밀은 하이웨이스트 핫팬츠였어!” 어찌나 기뻤는지 하마터면 아르키메데스처럼 “유레카”를 외치며 한증막 밖으로 뛰어나갈 뻔했다. 자, 지금부터 ‘꿀벅지’의 비밀을 폭로할 테니 잘 들으시라. ‘하이웨이스트’란 원래보다 허리선이 높은 옷이나 실루엣을 뜻한다. 그런데 이 하이웨이스트를 시크릿 멤버들처럼 아주 짧게 입으면? 우리 눈은 두 가지 착각을 일으킨다. 첫째, 다리가 굉장히 길구나. 둘째, 바짓단 아래로 드러난 저 다리는 허벅지 중간쯤일 거야. 바지 길이가 30센티미터는 되어 보이니 말이야.

심정희의 스타일 액츄얼리
다시 말해 우리 눈은 허벅지가 막 시작되는 부분(엉덩이 바로 아래 부분)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 부분이 허벅지 중간이라고 착각해 ‘허벅지가 어쩜 저렇게 튼튼해?’라고 생각하거나 ‘꿀벅지’라는 환상을 품어왔던 것이다. 사람의 허벅지는 아래로 갈수록 가늘어지는데 가장 두꺼운 부분을 보고 ‘중간 정도 두꺼운 부분’이라고 착각해왔으니 그럴밖에.

어떤가? 그럴듯하지 않은가? “꿀벅지, 꿀벅지” 노래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속상하셨던 여자분들, 하이웨이스트 쇼츠 한번 입어보시라. 유이나 전효성의 꿀벅지를 거울 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에스콰이어> 패션에디터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심정희의 스타일이 있는 TV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