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19 18:31
수정 : 2019.12.20 02:34
조한욱 ㅣ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조엘 로버츠 포인셋은 미국의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법관이 되어 상류층으로 남아 있으라는 아버지의 충고를 받아들이기엔 해외에서 새로운 문물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너무도 컸다. 그는 유럽 그랜드투어를 마친 뒤 러시아 여행도 다녀왔다. 차르였던 알렉산드르로부터 그곳의 군대에 남아달라는 제안까지 받았지만 고국으로 돌아간 그는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미국의 ‘특수 요원’으로 파견되어 외교관으로 활약했다. 의사이기도 했던 그는 식물학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의 전신인 미국과학진흥위원회의 발기인이기도 했다.
미국의 초대 주멕시코 대사였던 그는 멕시코에서 특이한 식물을 발견하여 그것을 고향에 보냈다. 1826년의 일이었다. 점차 그 식물이 ‘포인세티아’라고 불리게 되어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 전까지는 단지 “멕시코의 불꽃”이나 “색칠한 잎”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그렇지만 당시까지도 미국에서 이 식물은 크리스마스와 연관되지 않았다. 그것은 또 다른 맥락에서 살펴봐야 할 문제였다.
전설이라 하니 진위를 확인하긴 어렵다 할지라도 거기엔 민중의 지혜나 염원이 실려 있을 것이다. 16세기 멕시코에 페피타 또는 마리아라는 이름의 소녀가 있었다 한다. 예수의 생일에 아무것도 바칠 게 없던 그 가난한 소녀에게 천사가 나타나 길가에 있는 들풀을 모아다가 성당의 제단 앞에 두라고 했다. 거기에서 갑자기 진홍색의 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그것이 포인세티아가 되었다는 것이다. 17세기부터 프란시스코 수도회에서 그 식물로 성탄절 행사를 꾸미기 시작했다. 잎의 별 모양은 베들레헴의 별, 붉은색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성혈을 상징한다는 것이었다.
오늘날 미국에서 12월12일은 ‘포인세티아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1900년부터 독일에서 온 이주민이 길거리에서 그 꽃을 팔기 시작한 뒤 그 후손들이 재배법을 개발하고 독점하여 식물이 기업이 되었다. 그 방법을 알아낸 한 연구자의 공표에 의해 다행히도 독점은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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