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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31 17:54 수정 : 2019.11.01 02:05

조한욱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미국. 잘 유지해왔던 나라다. 그 독립선언문은 얼마나 훌륭한가?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천부의 권리를 지키려고 영국과 싸워 독립을 얻었다는 거, 인정한다.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은 또 얼마나 훌륭한가?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정부를 만드는 게 남북전쟁을 추동한 이유였다는 명언이 수많은 사람의 심금을 바닥부터 울렸다는 거, 인정한다.

그런데 어떤 순간들마다 미국은 수많은 타자들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미 대륙 원주민들의 권익을 돌봐야 한다고 말했던 목회자 앤 허친슨은 여자라는 이유로 이중의 박해를 받아 살해되지 않았던가? 노동력의 부족을 메꾸려고 인간을 거래하여 노예제로 성립하는 대농장을 운영했던 것은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애초에 인디언도 흑인도 인간이 아니었겠지. 어쨌든 인디언 말살의 과정도 노예제의 참혹함도 미국 국민들이 고발했으니 여전히 미국은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미국 국민들이 아시아 끝자락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어떤 나라의 사람들이 미국 언론의 가치관을 진정 사랑한다며 뭔 짓들을 하고 있거든. 그 나라에서는 미국이 받들어 모시는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기자라는 사람들이 “단독”을 꿈꾸면서 검찰에서 주는 정보를 받아쓰고 있거든. 워터게이트를 밝힌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틴 기자를 생각하면 그 나라의 기자들이 부끄러워지네. 미국을 비판하려던 게 미안해지네.

더 놀라운 것은 별생각 없는 그 나라의 인간들이 성조기를 들고 예수 그리스도를 팔아가면서 언론과 사상의 자유를 마음껏 낭비하는 방식. 그들이 종교와 민주주의 본래의 가치를 훼손할 때 제대로 된 미국 국민이라면 화가 나지 않을까? 폭력을 행사하며 계엄을 노래하며 반이성의 극치를 보이는 그들의 모임에 나부끼는 성조기가 부끄럽지 않을까? 방위비나 더 내라고 하면서 인간보다는 고양이 걱정이나 하는 사람이 미국의 대사로 있는 것을 알기나 할까? 알고 나면 미국의 국민임이 많이 부끄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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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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