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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04 18:11 수정 : 2019.04.05 14:09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아버지는 순회 목사여서 캠핑카에 가족을 태우고 돌아다녔다. 둘째인 딸 줄리아 힐은 일곱살 때 신기한 경험을 했다. 나비가 하이킹을 하던 그에게 날아와 손가락에 앉더니 끝날 때까지 친구가 되어준 것이다. 그때부터 “나비”가 별명이 되었고 나비를 뜻하는 버터플라이는 그의 이름에 따라다녔다. 술에 취한 친구 대신 운전을 해주다가 다른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받혀 운전대가 두개골에 박힌 사고는 그의 일생에 전환점이었다. 수술 이후 1년 이상 재활 치료를 받았던 그는 성공적인 경력을 위해서만 살았던 자신의 삶이 헛됨을 깨달았던 것이다. “머리에 박힌 운전대는 나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몰고 갔다.”

1997년 12월10일 그는 환경단체에서 ‘루나’라고 이름을 붙인 천년을 넘게 산 세쿼이아 나무에 올라갔다. 그리고 내려오지 않았다. 738일 동안. 태평양목재회사에서 세쿼이아 나무숲을 벌목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50미터가 넘는 높이의 그 나무 위에 올라가 우리식으로 말하면 정확하게 한평 크기의 단을 만들고 거기에서 기거했던 것이다. 찬비와 태풍 같은 자연만이 위험이 아니었다. 헬리콥터를 동원한 위협, 목재회사 직원들의 열흘 동안의 포위, 벌목꾼들의 협박이 그가 겪은 시련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가 이겼다. 태평양목재회사에서는 루나를 포함한 그 숲의 나무들을 모두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나비는 땅 위에 내려앉았다. 환경단체에서는 적립된 기금 5만달러를 목재회사에 보상금으로 제공했다. 목재회사는 그 금액을 지역의 훔볼트주립대학교에 기부하여 숲의 생태환경을 보존하는 연구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훗날 무뢰한들이 전기톱으로 루나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밑동의 절반가량이 잘린 것이었다. 그러나 구조대원들이 발견하고 치료하여 루나는 지금도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취리히 공대의 생태학자 자부리 가줄의 책 <숲>은 이 사건으로부터 시작하여 숲의 전반적인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식목일을 맞이하여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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