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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28 18:12 수정 : 2019.03.01 13:29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지난주에 얼굴을 검게 칠한 백인들이 무대에 올라 흑인을 조롱하며 백인 청중을 즐겁게 만들었던 민스트럴 쇼라는 대중 공연을 소개한 바 있다. 본디 1830년대 미국의 동북부에서 막간극 비슷하게 출발했던 이 쇼는 남북전쟁 직전에 대규모의 무대로 확장되어 오페라를 대중의 취향에 맞춘 것이라고 받아들여지기까지 했다. 1837년의 대공황 이후 관객의 감소로 공연 무대가 위축되었을 때 민스트럴 쇼가 연예계를 부활시켰던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노예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공연이 노예의 가정을 행복하게 묘사하는 한편 그들을 조롱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해방 노예 출신으로 노예제 폐지를 위해 투쟁했던 작가 프레더릭 더글러스는 이 무대에 오르는 백인들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그들은 백인 사회의 야비한 쓰레기에 불과하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타고난 안색을 우리로부터 훔쳤다. 그들은 백인 동료 시민들의 취향까지 타락시킨다.”

노예제 찬성론자들은 물론 다른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이러한 공연이 도주 노예들을 동정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사회의 규범을 존중하지 않을뿐더러 남부만의 ‘특수한 제도’인 노예제를 비하한다고 불평했던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20세기로 바뀔 무렵에 민스트럴 쇼는 인기가 시들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시민권 운동의 확대와 관련이 있음이 확실하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에 이와 관련된 자그마한 소동이 일어났다. 2018년 10월23일 변호사 출신으로서 방송에 진출하여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메긴 켈리가 자신의 이름이 붙은 토크쇼에서 핼러윈에 흑인 분장을 한 연예인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던 것이다. 어렸을 적에 흔히 보았던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었다. 곧 비난이 쏟아졌고 켈리는 사과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렇지만 사흘 뒤 <엔비시>(NBC) 방송국에서는 ‘메긴 켈리 쇼’를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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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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