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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31 18:15 수정 : 2019.02.01 11:33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1995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상영되었다. 1983년에 출간된 동화 작가 딕 킹스미스의 소설 <양치기 돼지>를 원작으로 만든 <베이브>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꼬마 돼지 베이브>라는 제목으로 만날 수 있었다. 어린이 관객을 예상하며 손쉽게 만든 영화라고 속단할 수도 있겠으나, 준비 과정에만 7년이 걸린 이 영화는 전세계적인 흥행 몰이를 하면서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오르고, 감독 크리스 누난은 최우수감독상 후보로 지명되기까지 했다.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 닭처럼 이른 새벽에 사람들을 깨우는 오리가 등장하고, 동물들 사이에도 친소관계와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등 이 영화에는 인간 사회를 비판하는 면모가 보이기도 한다. 꼬마 돼지 베이브가 크리스마스 식탁에 오르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도 단지 이듬해 마을 축제에서 있을 햄 경진대회에 출품할 좋은 재료를 제공하리라는 기대일 뿐이었는데, 베이브는 양 도둑을 알려주는 등 자신의 효용성을 계속 주인에게 증명함으로써 양치기 돼지의 위치까지 승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를 보면 돼지의 능숙한 연기에 놀랄 수밖에 없다. 대단히 훌륭하게 조련된 돼지가 그 배역을 맡았을 것이라 추측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만, 사실 돼지는 성장 속도가 무척 빠르기 때문에 이 영화를 찍는 동안 48마리의 새끼 돼지가 교체 출연했다. 그것은 오히려 돼지의 전반적인 지능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암시해준다.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돼지의 연기 덕분에 영화가 나온 뒤 미국에서 돼지고기의 소비는 25%가 줄었고, 채식주의자의 수가 늘어났다.

이 영화가 개봉되었던 1995년은 때마침 ‘돼지의 해’였다. 동물 보호를 자칭하는 단체에서 벌인 무분별한 동물 학대에 마음마저 뒤숭숭한 이 시기에 또다시 맞는 ‘돼지의 해’ 설 연휴를 이 영화와 함께하며 동물과 공존해야 할 필요성을 되새기는 것은 어떨까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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