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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10 18:27 수정 : 2019.01.10 19:27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라벤나 남쪽에 있는 작은 강을 이탈리아 사람들은 루비코네강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역사적 사실 때문에 사람들은 라틴어 이름인 루비콘강으로 기억한다. 기원전 49년 갈리아에 파견되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결단 끝에 건넜다고 하는 바로 그 강이다. 그 두 강이 같은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역사가들은 대체적으로 그 둘이 같다는 견해를 유지한다.

카이사르가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사실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로마가 세력을 확장할 무렵 전장에 파견된 장군이 군사를 거느리고 돌아올 때 루비콘강에 도달하면 로마에 충성한다는 의미로 무장을 해제해야 한다는 규약이 있었다. 무장을 한 채 강을 건넌다는 것은 로마에 대한 반역을, 즉 로마에 내전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뜻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역사가 수에토니우스가 상세한 기록을 남겼다. 그에 따르면 결행 직전의 순간까지도 카이사르는 확고한 결심을 하지 못했다. 그는 주변의 참모들에게 “아직도 퇴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작은 다리를 건너면 무기를 들고 싸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던 것이다.

바로 이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초현실적인 일이 일어났다고 수에토니우스는 전한다. 용모가 고상하고 눈빛이 수려한 한 사람이 나타나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그의 주위에 군인들이 모여들었는데, 그중에는 나팔수도 있었다. 그가 갑자기 나팔을 빼앗아 들고는 진격의 나팔 소리를 울리며 강의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이에 카이사르가 외쳤다. “신의 전조와 적의 불법 행위가 우리를 부르는 곳으로 가자. 주사위는 던져졌다.”

실지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출처가 그리스의 극작가 메난드로스인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말을 카이사르가 정말로 그리스어로 언명했을까? 어쨌든 이후 “루비콘강을 건넜다”와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말은 위험을 무릅쓰고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감행했다는 사실을 표현하는 관용어가 되었다. 1월10일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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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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