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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15 08:40 수정 : 2010.06.01 15:10

주꾸미

[매거진 esc] 예종석의 신도문대작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듯이 주꾸미는 역시 봄이라야 제맛이 난다.

요즘 서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산란 전의 주꾸미는 살이 쫀득하면서도 사근사근한 것이 맛깔스러운데다, 흔히들 머리라 부르는 몸통에 꽉 찬 알을 오도독오도독 씹는 맛 또한 아주 자별하다. 주꾸미의 알은 삶아 놓으면 그 모양새가 흡사 밥알 같아서 바닷가 사람들은 ‘주꾸미밥’이라 부르기도 한다.

다리가 10개라 십각목(十脚目)에 속하는 오징어와 달리 주꾸미와 낙지는 다리가 여덟개라 팔각목(八脚目)이고 생긴 것도 비슷해 주꾸미를 낙지 새끼로 혼동하는 사람들도 많다. 주꾸미와 낙지는 같은 문어과이기는 해도 종류는 다르다. 주꾸미는 낙지에 비해 몸집이 작을 뿐 아니라 다리도 일정하게 짧아, 두개의 다리가 나머지 여섯개의 다리보다 훨씬 긴 낙지와는 외관상으로도 확연하게 구분된다.

주꾸미는 뿔소라 중에서도 몸집이 크고 입이 넓은 피뿔고둥 껍질 속에 알을 낳으며, 그 속에서 서식하기도 한다. 물고기들이 위협할 때에도 주꾸미는 피뿔고둥의 껍질 속에 숨는다고 하는데 바닷가 사람들은 이러한 습성을 주꾸미를 잡는 데 이용하기도 한다. 기다란 줄에 피뿔고둥 껍데기를 일정한 간격으로 달아 바다에 가라앉혀 놓으면 밤에 활동하는 주꾸미가 이 속에 들어가기 때문에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민들이 ‘소라방’이라 부르는 이 전통적인 어구를 이용하면 ‘낭장망’이라는 그물로 잡는 것에 비해 어획량은 적어도 주꾸미를 산 채로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상품가치를 월등히 높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자산어보>는 주꾸미를 속칭으로는 ‘죽금어’라 부르고 한문으로는 ‘웅크릴 준’자를 써서 ‘준어’라 기록하고 있다. 준어라는 이름은 피뿔고둥 껍데기 속에 웅크리고 있는 주꾸미의 모습에서 유래한 것 같고 죽금어는 주꾸미의 어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주꾸미는 호사가들에 의해 강정음식으로 치부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문어나 낙지는 물 밖으로 나오면 늘어져서 흐느적거리지만 주꾸미는 다리를 꼿꼿이 세워 버티고 있을 정도로 힘이 좋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주꾸미는 불포화 지방산과 디에이치에이(DHA)가 풍부해서 두뇌 발달에 좋고 타우린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시력과 피로 회복에도 이로워 성인은 물론 아이들의 건강에 유익하다고 한다. 주꾸미는 회로 먹어도 좋고 데치거나 샤브샤브를 해먹어도 맛있으며, 연포탕을 하거나 고추장양념을 해서 구워먹어도 훌륭하다. 매년 4월이 되면 충남 보령의 무창포와 태안의 몽산포항, 서천의 마량리, 홍성의 어사리 등지에서 주꾸미 축제가 앞다퉈 열린다. 이 일대에는 주꾸미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즐비하지만 몽대포구의 몽대횟집(041-672-2254)은 회, 볶음, 샤브샤브를 다 잘한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샤브샤브를 먹고 난 뒤 마무리로 해먹는 주꾸미먹물라면도 맛이 유별나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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