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6.20 13:53 수정 : 2013.10.31 14:04

가수 강산에씨. 사진/두루두루 에이엠씨제공

[착한콘서트 두드림] 44회.
새 앨범 ‘키스’ 발표한 강산에

‘하얀 빤스를 싫어하는 나. 노래가사 외우기가 힘든 나. 머리를 긁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나. 유혹에 바로 넘어가는 나. 술은 끝까지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나. (중략) 모두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나.’

자필로 꽉꽉 채워 쓴 열 여섯 줄의 긴 프로필이 그의 누리집 대문에 걸려있다. (혹시, 누군지 눈치 채셨나요?)

유혹에 바로 넘어간다던 그가 최근 ‘키스(Kiss)’라는 제목의 앨범을 내고 만인을 유혹하고 있다. “키스(Kiss)나 포옹은 장려해야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키스(Kiss)란 노래를 만들었어요.” (미소) 키스를 부르는 반가운 이름 강산에를 그의 연습실 ‘나비’에서 만났다. 발목 위로 보이는 하늘색 양말, 빨간 바지, 무엇보다 동그란 금테 안경이 잘 어울렸다.  

[착한콘서트 두드림 44회] '키스' 발표한 강산에

강산에는 요즘 홍대에서 논다. 인디 음악계 후배들과도 서슴없이 어울리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의 후배사랑은 남다르다.   

“예전에 비하면 외롭지 않죠. 후배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지나온 시간, 힘들었던 시절과 순수하게 좋아서 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돼요. 그 친구들을 보면서 에너지를 얻고 거꾸로 그 친구들도 나를 보면서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서로 좋은 것이죠.”   

지난해에는 독립 레이블 ‘레코드 맛’을 차렸다. “후배들이 다양한 맛을 내는 음악을 하도록 큰 그릇이 되주고 싶다”는게 꿈이다.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는 강산에는 후배들과 함께 하는 기획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후배들과 ‘절친’이 되는 비결이 뭘까? “제가 떡(?)만 안되면… (웃음) 후배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다 똑같은 뮤지션으로 생각하죠.”

애정이 담긴 응원도 잊지 않았다.

“킵고잉!(Keep Going) 정직한 마음으로 계속해봤으면 좋겠어요. 저도 예전에 많이 망가져봤거든요.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자신이 선택한 거니까, 자신을 믿고 쭉 가보세요. 분명히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고, 힘들겠죠. (미소) 그건 어쩔 수가 없거든요. 뭘 하든, 왕도도 없고, 방법도 없어요.”     

 
강산에씨가 후배 음악인 박종현(갤럭시 익스프레스 기타·보컬)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하니TV ‘착한 콘서트, 두드림’ 영상 갈무리

목청껏 부르던 강산에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하고 따듯해졌다. 앨범을 듣는 동안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였다. 분명 강산에의 새 앨범이 맞다. 앨범 자켓에 그의 얼굴이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간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 걸까.

“속삭이듯이 노래해보고 싶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늘 지르기만 했으니까. (웃음) 새로운 도전이었죠. 상당한 훈련을 했습니다. 키를 낮추고 마이크를 가까이 대니까 큰 소리를 못 내겠더라고요. 처음엔 답답했죠. 안 해봤으니까. 제 목소리가 나긋나긋해지니까 확실히 여성팬들이 많이 늘더라고요.” (웃음)

새 앨범엔 딱 5곡만 담았다.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없듯이. 각각의 곡엔 앙증맞은 사연이 담겨있다. 삐딱했던 시선은 잠시 거뒀고 이야기는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첫 번째 곡 ‘그 날 아침’의 가사는 달랑 두 문장이다. ‘그 날 아침, 당신 집 앞.’ 3호선 버터플라이의 기타리스트 성기완이 쓴 시가 노래가됐다.

“우연히 연습실에 굴러다니는 책을 집어 들었는데, 오래전부터 알고지낸 성기완씨 시집이더라고요. 이 친구가 시집도 냈구나. (폭소) 제가 이 시(그 날 아침)를 노래 만든다고 하니까 성기완씨가 ‘형, 나 이거 아픈데’라고 하더라고요. 그에겐 사연이 있는 시 같았죠. 그 시가 제 마음을 움직였고, 듣는 사람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가수 강산에씨. 사진/두루두루 에이엠씨제공
그에게 코믹한 본능이 숨겨져 있던 걸까.

“다신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한지 며칠도 안돼, 떡 됐슴다 또 떡 됐슴다~” (떡 됐슴다 중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제목의 ‘떡 됐슴다’도 있다.

“‘떡 됐슴다’는 반성의 노래에요. 어느 날 술 먹고 제대로 떡이 됐는데 ‘지금 내가 뭐하고 있지’, ‘이렇게 살아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젠 몸도 챙겨야 할 나이인데….” (웃음)

‘키스를 자주하느냐’는 느닷없는 질문엔 오른손 두 번째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고 “와그라노! 그런 건, 노코멘트”라고 했다. 대신,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키스’에 제대로 꽂혀 만든 곡 ‘키스’를 들어보면 ‘강산에판’ 황홀한 키스 경험과 상상을 엿볼 수 있다”고 강력한 힌트를 줬다.

그 밖에 출근길에 전력질주를 하게 만드는 곡 잡잡(Jab Jab)과 낯선 사람과도 어울려 블루스를 추게 만드는 곡 ‘타임 투 댄스(Time to Dance)’가 수록되어있다. 이 곡은 히트곡 ‘넌 할 수 있어’의 작사에 참여했던 강산에의 아내 나비씨가 가사를 썼다.

가사가 없는 원 코드의 곡을 만들고, 함경도 사투리를 섞은 랩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면 안 될까’ 고민하다가 ‘하고 싶다’고 생각되면 꼭 해야한다는 그가 남긴 성과다. 즐기고 있다는게 얼굴에 다 쓰여있다. 그의 음악 실험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 도전을 쉽게 멈출 수 없다는 그가 대중을 향해 약간의 이기적인(?) 고백을 했다.

“오래 오래 사세요. 여러분이 오래 살아야 저도 오랫동안 노래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오랫동안 노래하고 싶으니까요.” (웃음)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사진 두루두루 에이엠씨제공.    

     

♪이럴 땐, 이런 음악

강산에가 소개하는 미니앨범 키스(KISS) 맛보기

  #트랙 2. 떡 됐슴다

(미리듣기)

지인과 어울려 밤새 술 마신 다음 날 아침, 엄청난 숙취와 함께 그 사람의 집에서 깨어 난 후, 반성하는 의미로 만든 곡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그 친구에게 ‘부끄럽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죠. 원래 느리고 우울하게 반성하는 곡이었으나, 편곡 과정에서 80년대 디스코스러운 곡이 됐네요.

 

#트랙 4. 키스(KISS)

(미리듣기)

마이크가 촛불이라도 된 양, 목소리의 미세한 강약을 조절하며 불렀습니다. 녹음을 하는 동안 여러가지 보컬스타일을 시험하는 계기가 되었죠. 클림트의 ‘키스(Kiss)’에 대해 알아보던 중, 우리 가요에 ‘키스(Kiss)’라는 당연한 제목의 곡이 많지 않음을 알았죠. 옳거니. ‘키스란 곡을 만들어야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키스 자체에 대한 느낌을 스트레이트하게 가사로 옮겨봤어요.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착한 콘서트 ‘두드림’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