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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03 10:21 수정 : 2011.05.03 11:56

서울소닉:대한민국 밴드들의 북미투어일기

[착한콘서트 두드림] 41회 서울소닉 북미투어 애프터파티 참관 보고서

일 시 : 2011년 4월 29일. 잿빛 하늘이 결국 굵은 비를 쏟아낸 금요일 밤 8시
행선지 : 홍대 인근 라이브 클럽 ‘타’
준비물 : 질주본능과 열린 마음, 그리고 스탠딩 공연이니 되도록 운동화 착용 요망!
동행인 : 마음은 언제나 20살인 하니TV ‘착한콘서트 두드림’ 작가

4월 25일 월요일 아침. 쏟아지는 회색빛 스팸 메일들 사이로 메일 한 통이 눈에 들어왔다.

보낸사람 : 러브락 레이블 기명신 대표
안녕하세요. 서울소닉 북미투어 에프터 파티가 29일 7시 30분 클럽 타에서 펼쳐집니다. 응원해 주신 여러분과 다녀온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두근두근! 그때만 해도 이 파티에 참석해야만 하는 이유가 3가지쯤 됐다. 이유는 좀 단순하다.

하나, 질주본능 같은 게 샘솟았다. (이건 본능이다!)

둘, 아마도 퇴근 뒤에 할 일 없는 외로운 금요일 오후일 것이다!

셋, 가장 중요했던 이유는 두드림에 ‘의리출연’ 해준 ‘서울소닉’팀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착한콘서트 두드림 41회 ‘서울소닉 스페셜’에 출연했던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 이디오 테입, 비둘기우유)가 한자리에 모여 공연을 한단다. 와우! 그 문제적 밴드들의 공연을 보러 간다.

‘서울소닉’은 다양하고 에너지 넘치는 한국의 라이브 음악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세계에 알리고자 기획된 프로젝트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은석씨는 “ ‘서울소닉’은 아이튠스 등에 음악을 공급하는 에이전트 회사 ‘디에프에스비 콜렉티브’가 마련한 기획으로, 음원을 통한 간접적 경로에 공연을 통한 직접적 방식을 더해 국내 뮤지션·밴드들의 외국시장 진출을 촉진한다는 야심찬 의도였다”고 설명한다.

# 오늘 잘 달릴수 있을까?

갤럭시 익스프레스, 이디오 테입, 비둘기우유가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됐다. 지난 3월부터 한 달 동안 캐나다와 미국의 5개 도시를 돌며 대한민국 대표로 공연을 마치고 돌아왔다. 록의 본고장 미국에 다녀온 세 밴드는 얼마나 당당해진 호흡으로 무대에 오를까? 영상을 편집을 하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음악이지만, 현장에서 직접 듣게 될 라이브 음악을 향한 기대감은 일주일을 설렘으로 보내기에 충분했다.

그날이 다가왔다.


‘서울소닉’이란 이름으로 북미투어에 참여한 밴드 ‘비둘기 우유’. 사진서울소닉 제공
18시 30분 : 월요일 아침에 샘솟았던 질주본능은 어디로 간 것인가? 간신히 마감을 마치고 홍대로 출발할 때, 다리에 힘이 풀렸다.

19시 53분 : 홍대 클럽 ‘타’ 앞. 젊음의 거리는 이미 어마한 인파로 넘실거렸다. 머뭇거림이 많은 나는 그새 고민에 빠진다. 음표처럼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밴드들과 소년·소녀들 사이에서 ‘오늘 잘 뛸 수 있을 것인가?’

자유롭고 싶으면 무대 앞으로 가까이! 견딜 수 없다면 무대에서 조금 먼 객석 끝으로! 결국, 객석 뒤편에 한 발자국 내딛는 것으로 결정했다. (질주본능은 이대로 멈출 것인가?)

20시 : 선수입장!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팀은 ‘비둘기 우유’다. 2003년 결성된 ‘비둘기 우유’는 1990년대 초반 미국 인디록의 인기 장르였던 ‘슈게이징’의 어법으로 자신들만의 사이키델릭 음악을 표현하고 있는 4인조 록밴드다.

비둘기와 우유인지, 상상할수록 무서운 맛인 비둘기 맛 우유인지 밴드의 이름에 대해 물어본다는 것을 새카맣게 잊었다. 머릿속의 물음표를 이 자리에 이렇게 쓸 수밖에 없음을. (아시는 분 제보 바랍니다!)

“한국에 오니까 한국말을 할 수 있어서 편하네요.” (이종석)

북미투어를 떠나기 전, 팔이 부러져 기타를 눕히고 공연을 해야 했던 이종석씨의 연주는 이제는 제대로 된 모습을 갖췄다. 기타 도난이라는 수모를 겪어 ‘두드림’을 통해 범인에게 자수를 권한 함지혜씨는 시처럼 가사를 읊조린다. 몽환적인 음악에 빠져들어 가만히 앉아 고개를 까딱까딱하게 만든 사운드에 점점 더 힘이 실렸다. 기타 노이즈가 짙은 안개처럼 공연장을 가득히 덮고 있을 때, 드럼이 맨 앞으로 나와 있는 것 같은 힘찬 연주곡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고요한 호수 위에 둥둥 떠있는 것 같았다. 이들이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국의 대중음악을 들려주고 돌아왔다는게 가슴 벅찬 밤이었다.

# 온몸으로 느끼는…이건 그냥 록!

비둘기우유의 공연이 끝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객석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소녀들의 웅성거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북미투어의 여정을 담은 영상 상영이 끝나자 스크린 뒤로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등장했다.

꺄아악! 누군가 소리를 질렀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울소닉’이란 이름으로 북미투어에 참여한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 사진 서울소닉 제공
“롱 타임 노씨 (Long time no see). 위 아 갤럭시 익스프레스 (We are Galaxy Express). 렛츠고! (Let’s Go)” (박종현)

온몸으로 이건 그냥 ‘록!’이란 걸 들려주는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오랜만에 한국의 관객들 앞에 섰다. 무대 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는 표정을 한 세 사람은 순수한 열정을 강렬한 사운드로 전해준다.

까만 선글라스를 낀 이주현씨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같이 야간 비행을 하자”고 제안했다. ‘난 누군가, 여긴 어딘가’. 막상 비행길에 오르니 사소한 감정도 의식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다. 그저 흐르는 음악에 몸을 맡기면 되는 거였다. 무대 위의 밴드와 관객들이 하나가 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숱한 공연을 만나 왔지만 이토록 하나가 돼 즐기는 공연은 오랜만이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 기우는 사라진지 오래다. 나는 뛰고 있었다. 아니, 날고 있었다.

국내 일렉트로닉 음악계의 유명 디제이 ‘디구루’를 중심으로 2008년 결성된 ‘이디오테입’이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랐다. 북미투어 기간 동안 악기를 직접 부셔가며 가장 한국적인 전자음악을 들려주고 돌아온 용사들이다. ‘이디오테입’은 전자음악과 밴드음악의 경계를 무너뜨린 차별화된 시도로 한국음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 파란눈 사나이, 금발 여인, 모두가 친구

세 명의 연주자들은 끊임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쉴 세 없이 손을 놀렸다. 손가락은 바쁘게 기계 위를 날아다니는데, 두 발은 동동 구르며 자신이 연주하는 리듬을 즐기던 제제(디제이). 무대 가운데 서서 멤버 제제(디제이)와 디알의 리듬에 균형을 맞추며 온몸으로 자신의 음악을 표현하던 디구루(디제이). 드럼이 부서지면 어쩌나, 역동적인 파워와 심벌의 하우링을 끊임없이 조절하는 연주를 보여준 디알(드럼). ‘이디오테입’의 연주는 봄비가 심술내던 밤을 더욱 깊어가게 만들었다.

지치지 않는 열정의 관객들은 무대와 더 가까운 거리에 자리를 잡았고, 나는 한걸음 물러나 객석을 둘러봤다.

“자, 위 아더 프렌드 (We are the friend)가 됩시다” (이주현)

공연장을 찾은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파란 눈동자의 사나이도 금발의 여인도 그 순간 같이 호흡하고, 손을 잡고, 춤을 추고, 그렇게 허물없이 친구가 됐다. 이 모든 건, 음악 덕분이었다.

‘서울소닉’이란 이름으로 북미투어에 참여한 밴드 ‘이디오테입’. 사진 서울소닉 제공
“음악은 스포츠가 아니잖아요. 누가 이기고 지고 하는 게 아니라 듣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즐길 수 있으면 되는 거잖아요.” (갤럭시 익스프레스 드러머 김희권)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도 괜찮은 깊은 밤. 서울 소닉 팀이 들려준 음악은 결국,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과 우리를 친구로 만들었다. - 참관 보고서 끝.

서울소닉 북미투어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그들의 뒷 얘기가 이제 막 궁금해졌다면 혹은 더 궁금하시다면 가보세요!

http://seoulsonic.tumblr.com/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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