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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18 21:29 수정 : 2010.08.18 21:29

[매거진 esc] 남기자 T의 ‘마흔전야 사춘기’

요즘 삼십대 남자들의 술자리 화두는 “언제부턴가 예쁜 여자, 몸매 좋은 여자가 급증한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당장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스쳐가는 저 넘치는 ‘매력’들은 도대체 어떤 출처로, 어느 직장, 어느 세계에서 활동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못생긴 동기, 키 작은 후배, 나이 많은 직장 상사까지 뒤섞여 예외 없이 목소리를 높인다. “존재의 ‘라인’은 섭식이 결정한다”며 식생활이 서구화된 까닭을 유추하는 이부터 세계 음식은 되레 동양화하고 있다며 반박하는 이, 얼굴을 많이들 고쳐 그렇다는 이부터 그러면 몸매는 어떻게 설명할 거냐 따지는 이까지 자못 심각하게 부딪친다.

하지만 결국 취해버리고 테이블을 엎겠다 난동하는 까닭은 “그런데 왜 내 주변엔 없냐”라는 의문 때문이다. 결국 “아무튼 젊은 애들은 좋겠다”며 남성들은 수천가지 욕을 쏟아낸다.

꼭 그래서일까만, 남자는 서른살도, 마흔살도, 쉰살도 이십대 여성한테 지분거린다. 유부남도 노총각도 이십대 여성한테 지분거린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기선 그 가운데 하나만 꼽아보려고 한다. 한마디로, 수컷들은 이성의 ‘노련함’을 버텨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이 남성의 노련함을 평가하는 방식과 천지차이다. 앞선 칼럼에서 남성의 이혼도 바람도, (무분별한) 성욕도, 이성을 상대로 한 ‘인정투정’에서 비롯된다고 했는데, 이성의 노련함만큼 ‘인정욕’을 짓밟는 숙적도 없다.

A는 삼십대 초 비교적 늦은 나이에 처음 이성과 섹스를 했는데, 그야말로 최절정 좌절이었다고 한다. 섬광처럼 빠른 사정 때문도 아니고, 제 침대 옆 서랍에 콘돔을 구비해둔 여성의 프로 근성 때문도 아니었다고 한다. 헐레벌떡 정신도 차리지 못하는 A에게 코맹맹이 소리로 “황홀했다” 전하는 교태 때문이었다. A는 “노련했지만 정말 가식적인 티가 났다”고 말한다. 실화다. A에게 거짓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유경험자를 압도하지 못한 콤플렉스, 심지어 유경험 자체에 대한 혐오, 당장 서랍 속 콘돔 때문에 기겁했을 수도 있다. 진짜 노련했다면 티 났을까 싶고, 노련함이 순수의 반대말도 아닐 터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본질은 노련하지 않은 세상에서 자신만 노련하기를 남성들은 무모하리만큼 갈구한다는 점이다. 상징적으로, 여성 쪽에서 먼저 고백하고 사귀자 해 성공했다는 경우를 별로 못 봤다. 숭고하고 은혜로운 고백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화들짝했다면 (그 또한 여러 이유겠지만) 앞서 여성의 노련함을 보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노련함과 나이, 직장생활 여부 따위가 무슨 상관이냐고? 없다고 말하는 분에겐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이니 잊으시라. 남자들은 노련하지 않을 법한 ‘미지의 세계’를 그저 또 술안주 삼을 뿐이다. 그럼 노련하지 않음은 무엇인가. 여성은 A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바라는 모습은 사정한 저 남자를 꼭 껴안고 머리나 개처럼 쓰다듬어주는 일이다. 조용히.

사춘기 고백 및 고발 demianis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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