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07 15:31
수정 : 2006.12.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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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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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이야기
얼마전에 <프레시안>에서 연락이 왔다. <노근리 이야기>라는 만화책에 대해 글을 좀 써 달라는 것이다. 노근리 이야기는 박건웅이라는 만화가가 1년 동안 작업, ‘새만화책’이라는 출판사에서 출판한 대작이다. 건웅이는 그 동안 해방전후사와 제주 4.3이야기 등에 깊이 천착해 온 정말로 드문 귀한 작가다.
나는 너무도 바쁘고 책도 두꺼워 시간이 없다고 했다가 그래도 건웅이와 새만화책에서 이렇게 애써 만든건데 싶어 밤늦게 책을 폈는데 금방 읽고 멍하게 있다가 쓴 글이 아래와 같다.
처음 박건웅이 준 책을 받았을 때 그 두터운 부피감과 그림의 이쁨으로 충분히 뻑적지근한 물건이라고 느꼈는데 책을 펴니 역시 이제는 다듬어져 모양이 갖춰지는 그림, 서정적이면서 잔잔한 연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호흡…. 역시 건웅이다, 건웅이가 큰일을 했다, 이런 후배가 있어 너무나 믿음직스럽고 든든하다….이런 칭찬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미술계의 신학철 선배가 한 “한국전쟁에 대한 글을 읽고 밤새도록 울었다”는 말이 생각났다. 난 그러지를 못했는데…. 그래서 그 형은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거야….
이렇게 한 장 한 장 책장이 넘어 가고 이야기가 고개를 넘어 가니, 아, 그런 생각조차 없어져버렸다. 단숨에 다 읽고 책을 덮으니 말조차 막혀버렸다. 그저 먹먹할 뿐… 그저 먹먹할 뿐.
그러다 밤이 늦어 몸을 씼으니 그제서야 뱃속에서 끄억 끄억 끄억 울음이 올라 온다. 신열처럼 밤이 지나갔다. 지금도 내 마음 자락은 노근리의 들을, 기찻길을, 굴 속을 헤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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