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등 스마트폰이 닌텐도디에스(DS) 같은 게임기로서의 인기를 얻게 될지 여부도 업계의 큰 관심거리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서울 시내 지하철에서 어린이들이 게임기에 열중한 모습. 김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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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평⑩] 유아용 앱
동물원·자장가 대표적…‘장난감’ 앱도 속속 등장
국내 앱은 아직 초기 단계…태블릿형 PC도 주목
“아이폰은 두,세살 먹은 애들도 잘 갖고 논다. 그래서 ‘아이’폰인가 보다.”
지난해 말 아이폰이 국내에 정식 출시한 뒤 나오던 우스갯소리다. 앞면에 하나밖에 없는 버튼과 부드러운 터치스크린 등을 갖춘 아이폰의 이용 환경(유저 인터페이스)이 노소를 막론하고 쉽게 여겨진 까닭이다.
두,세살 어린이들도 아이폰을 쉽게 갖고 놀 수 있게 한 것은 풍부한 유아용 앱이다. 이후 출시된 스마트폰 대부분이 터치스크린을 거의 ‘필수 사양’으로 삼으면서, 유아용 앱은 모든 플랫폼을 망라해 등장했다. 형태는 동물원과 자장가가 대표적이다.
■ 동물원 가장 발전한 형태의 동물원 앱으로 아이폰의 ‘포켓 주’(Pocket Zoo·0.99달러)를 꼽을 수 있다. 앱을 실행하고 동물원 지도를 띄우면 동물들의 크고 작은 울음소리가 나온다. 마치 동물원을 거닐며 먼 데서 또는 가까운 데서 들려오는 소리 같다. 지도의 동물을 클릭하면 사진이 나오고, 사진을 누르면 울음소리가 들린다. 아래엔 서식지, 크기, 먹이, 관련 이야기 등이 영어로 적혀 있다. 동물에 따라 사진 오른쪽 위로 ‘라이브 캠’(Live Cam) 단추가 나오기도 한다. 이를 누르면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세계 곳곳 동물원에 사는 실제 동물 우리의 모습이 나온다.
‘포켓 주’(Pocket Zoo)는 마치 동물원에 온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동물 사진을 누르면 우는 소리가 들리고, 세계 곳곳 동물원의 실제 동물 영상을 볼 수도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아프리카코끼리 우리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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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앱 ‘파무’(farmoo)에 나오는 동물은 농장의 가축들이다. 신나는 음악을 배경으로 소, 오리, 개 등을 고르면 울음소리를 낸다. 단말기를 기울이는 방향으로 동물은 좌우로 미끄러진다. ‘사운드터치’(Sound Touch)는 동물뿐 아니라 탈 것, 악기, 가재도구의 사진과 소리를 갖췄다. 한·영·중·일 4개 언어로 동물 이름을 익히도록 하는 ‘동물카드’(Animal Card)도 있지만, 굳이 4개국어가 모두 필요한지는 판단하기 힘들다. 안드로이드 마켓에서도 검색창에 ‘animal sound’를 입력하면 수많은 앱이 뜬다. 대부분 사진이나 화면의 플레이버튼을 누르면 울음소리를 들려주는 간단한 형식이다. ‘주 셰이커’(Zoo Shaker)처럼 동물 사진이 나왔을 때 휴대전화를 흔들면 소리가 나는 앱도 있다.
티(T)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안드로이드용 ‘곤충채집 놀이’(1000원)를 통하면 우리나라에 사는 곤충들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물가, 숲 속, 집안 등에 사는 곤충들의 사진과 한국어·영어 이름을 보여준다. ‘퍼스트앱’은 동물·알파벳을 제시한다. 병아리를 누르고 있으면 닭이 되고 소문자 에이(a)를 누르고 있으면 대문자(A)가 되는 등의 형식은 흥미롭지만, 국내서 판매되는 “소중한 우리 아이를 위한 첫 번째 앱”에 왜 영어 읽기만 나오는지는 수긍이 가지 않는다. ■ 자장가 국내 자장가 앱의 현실은, 아쉽지만, 안타까운 수준이다. 영어로 된 앱이 다양하고 풍부한 데 견주면 더욱 그렇다. 예컨대 아이폰의 ‘슬리피 베이비’(Sleepy Baby) 시리즈 같은 앱은 가장 기초적인 앱이다. 자장가가 울릴 시간을 정해놓고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튼다. 예컨대 ‘작은 별’을 10분 동안 계속 반복하는 식이다. 앱 하나에 노래 한 곡씩인데, ‘쉿, 아가야, 조용히 해봐’(Hush, little baby. Don’t say a world)나 ‘맥도널드씨네 농장’(Old Mcdonald had a farm) 등 영어 동요뿐이다. 아이폰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영어로 ‘자장가(lullaby)나 ‘베이비 슬립’(baby sleep)을 입력하면 이런 앱이 수도 없이 나온다.
‘컨텐티드 베이비 앱’(Contented Baby App)은 유아를 안정시켜주는 것으로 알려진 심장 박동 소리, 폭포 소리, 파도 소리 등을 담았다. 동시에 여러 개를 선택해서 들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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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뱃속에서 듣는 세상의 소리와 닮은 소리, 예컨대 심장 소리나 파도·폭포소리, 진공청소기나 세탁기 소리를 들으면 아이가 안정을 찾는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구현한 아이폰의 ‘컨텐티드 베이비 앱’(Contented Baby App)의 유형도 국내에선 찾기 힘들다. 아이가 잠들고 나서 잘 자고 있는지를 일정 거리 안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베이비 모니터’라는 상품이 있다. 무전기 형태로 아이 잠자리에 송신기를 놓고 부모가 수신기를 들고 다니며 잠자는 소리를 듣는 형태인데, 시중에선 10만원 가량 한다. 아이폰의 ‘베이비 모니터’(Baby Monitor·1.99달러) 앱도 마찬가지 기능을 갖췄다. 단, 송신기·수신기로 각각 쓸 수 있도록 아이폰이 두 대 있어야 하고 무선인터넷(와이파이) 환경 안에서만 가능하다.
‘러닝 패드’(Learning Pad)는 알파벳, 숫자, 동물그림, 색깔 등을 어떻게 읽는지 배울 수 있게 한 앱이다. 영어만으로 돼있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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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난감 이밖에, 아이폰을 유아용 장난감으로 만드는 앱들도 눈길을 끈다. ‘전화놀이’ 앱은 전화 숫자판이 뜨지만 실제 전화가 걸리진 않도록 한다. ‘베이비 토이즈’(Baby Toys)는 아이폰을 간단한 자동차 운전 핸들로 만든다. ‘베이비시터’(Baby Sitter)는 다양한 소리·모양이 번갈아 등장하며 색깔·소리에 관심 많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러닝 패드’(Learning Pad)는 숫자, 그림판, 알파벳 등을 제시하고 이를 누를 때마다 읽는 소리가 나와 따라 읽을 수 있도록 한 앱이다.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을 응용한 앱이 이미 이처럼 다양하게 나와있는 가운데, 한층 화면이 큰 태블릿형 피시(PC)는 한 번 더 유아·어린이용 앱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국내 출판계도 애플 아이패드 등의 교육 기능에 주목한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그럼, 이제 우리 아이들이 디지털기기에서 제대로 된 우리말을 배우고, 우리 귀에 익숙한 노래를 들으며 잠들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기를 기대해도 좋을까.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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