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의 눈
애초 인간에 대한 컴퓨터 프로그램의 도전이 될 것이라 여겼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오히려 인간에게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험난한 도전이 시작됐다는 위기의식을 낳고 막을 내렸다. 알파고의 산실인 ‘딥마인드’는 수천년 동양 역사의 정신이 녹아 있는 이른바 ‘기도’(棋道)의 영역까지 치고 들어왔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구글의 혁신적인 기술보다 구글이 바꿔놓을 새로운 세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구글은 세상을 바꿀 야심찬 도전들을 ‘아더 베츠’(Other Bets)라는 비핵심 사업부문을 통해 전개한다는 사실이다. ‘구글의 미래’로 불리는 이곳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아울러 신규 프로젝트의 상당수는 구글 자체 개발이 아니라 구글이 최근 2년 사이에 인수한 벤처기업들이 추진한다. 이들은 모두 구글의 아더 베츠 사업부문 소속이지만 각자 별도 자회사로 운영된다. 인공지능 기술은 딥마인드가 담당하는 것처럼 드론은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Titan Aerospace), 풍력발전은 ‘마카니 파워’(Makani Power), 스마트홈은 ‘네스트 랩스’(Nest Labs)이라는 자회사에서 맡고 있다. 이 외에도 자회사는 아니지만, 최근 시험주행 도중 시내버스와의 가벼운 접촉사고로 유명해진 구글의 무인자동차도 2011년 원천기술을 보유한 ‘510 시스템스’에 구글이 먼저 사업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너무나도 다른 영역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직원’이라는 구글의 핵심 가치와 기업문화를 공유한다는 점에서는 하나의 가족이다. 거대기업에 인수된 기업이 성공하려면 필수조건이 있다. 바로 유연한 기업문화다. 단순한 기계적 결합이 아니라, 화학적 결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신생 벤처기업은 자유롭고 행복한 일터를 중요하게 여긴다.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가는 다른 회사와 인수합병 때 보통 두 가지를 살핀다고 한다. 하나가 ‘돈’이고, 다른 하나가 ‘인수자의 매력’이다. 즉 같이 일하고 싶은 기업인지 여부라는 것이다. 구글이 최근 5년간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 등 글로벌 거대 정보기술(IT)기업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벤처기업을 인수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구글은 <포천>이 1998년부터 매년 선정하고 있는 ‘일하고 싶은 기업 100’에서 2010년부터 7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CSR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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