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2.03 20:22
수정 : 2015.12.03 20:22
싱크탱크 광장
‘코리안 디아스포라 여성’ 포럼
9일 만해NGO교육센터서 열려
개인 삶 넘어 ‘민족 개념’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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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말 서울 동작구 ‘사단법인 조각보’ 사무실에서 진달래·무궁화·민들레모임이 열리고 있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여성들은 이 모임에서 스스로를 진달래(탈북 여성), 무궁화(남한 여성), 민들레(조선족 여성)라고 부르며 자신들의 삶 이야기를 나눈다. 사진 조각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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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디아스포라 여성들의 개인적인 삶 이야기에서 출발해 ‘민족 개념’의 현재와 미래까지를 성찰해보는 포럼이 열린다. 평화 여성단체 ‘사단법인 조각보’(대표 김숙임)가 오는 9일 오후 서울시 중구 만해엔지오(NGO)교육센터에서 여는 포럼 ‘코리안 디아스포라 여성의 삶과 정체성’이 바로 그것.
조각보는 남과 북, 동포 여성들이 다양한 대화운동을 통해 서로의 삶의 역사를 공유하며 새로운 시선의 여성통일운동의 비전을 구축한다는 취지로 2011년 창립했다. 주된 활동은 ‘남과 북 여성들의 삶 이야기 나누기’. 남북 여성들이 자신들이 살아온 삶 이야기를 진솔하게 함으로써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자는 것이다. 이후 남북 여성뿐만 아니라 조선족, 고려인, 재일동포 여성들까지 참가자가 늘어나면서 활동 명칭도 ‘다시 만난 코리안 여성들의 삶 이야기 운동’으로 바꾸었다. 여기서 ‘다시 만난’은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때 만주로, 러시아로, 일본으로 떠나갔던 ‘코리안 여성’들이 최근 남한에 다시 모이게 된 현상을 가리킨다.
이번 포럼은 조각보가 지난 몇 년 동안 진행한 활동을 되짚어보면서 이를 학술적으로 조명해보는 의미를 지녔다. 포럼에서는 우선 ‘삶 이야기 운동’에 참여했던 코리안 여성들이 자신의 얘기를 들려준다. 탈북자 마순희씨는 연평도 포격 사건 때 단골 미용실에 갔다가 면전에서 “빨갱이들”이라는 소리를 듣고서는 결국 단골 미용실을 바꾸어야 했다. 중국에서 방송일을 했던 조선족 박연희씨는 남한에서 3디(D) 업종에 종사해야 했다. 그는 어떤 구인광고에 ‘교포 사절’이라는 대문짝만한 글을 보고 마음이 얼어붙었던 기억이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장로자씨는 남한에 왔지만, 여전히 한국 국적이 아닌 우즈베키스탄 국적으로 산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 땅에서 주인이 아닌 손님이라고 느낀다. 재일동포 조미수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주민등록이 아닌 거소신고증을 받았고, 이를 보고 한국인들이 무신경하게 “외국인”이라고 하는 말에 상처를 받았다.
이들은 모두 자신들은 나고 자란 곳이 달라 문화적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한민족의 일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들을 이질적인 존재로 보기 일쑤다. 하지만 조각보는 이들이 민족 개념을 새롭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정병호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한민족 귀환이주민들은 법적으로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 되어도 남한 사회의 주류집단인 ‘우리’가 아니라, ‘그들’로서 타자화, 주변화된다”고 지적한다. 이런 타자화, 주변화는 이어서 이들에 대한 사회문화적 차별을 부른다. 하지만 그는 현 시대를 “경계를 가로지른 초국가적 이동이 보편화하고 있는 시대”로 규정하면서 “귀환이주민들의 개인적 ‘삶의 역사’를 재구성함으로써 한국 사회 내에 존재하는 ‘초국가적 한민족의 문화 다양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조선족이면서 서울시외국인명예부시장을 맡고 있는 이해응 박사(여성학)는 발제를 통해 ‘동포주민’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는 국제이주가 활발해진 현 상황에서 ‘다시 만난 코리안 디아스포라’ 여성들을 “이웃 주민과 다름없이 생활하고 있는 ‘인간’으로 바라보자”는 제안이다. 참가문의 070-8221-8049, jogakbo2011@daum.net.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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