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인권 실태 진단 및 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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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한겨레사회정책포럼
아동청소년인권 실태
대한민국 아동청소년은 얼마나 행복할까? ‘아동청소년인권 실태 진단 및 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13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아이들의 삶을 인권이란 시각으로 재조명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과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가 함께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아동청소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선 아동청소년인권법 제정이 시급함을 한목소리로 말했다. 특히 오동석 아주대 교수가 해당 법의 시안을 발표했으며,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세부 조항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를 지상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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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제대로 반영 못하고…
학생인권조례는
가정·학원·알바 장소 등
학교 밖 인권 보장못해” ■ 법 제정 시 고려할 사항은? 이날 토론자로 나온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은 아동인권법안을 선언적인 의미에 초점을 맞출지, 강력한 법 제재를 통한 실효성에 의미를 둘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아동청소년인권법을 학생인권조례처럼 선언적인 규정으로 만들기보다 강력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교수는 “아동청소년인권법 시안에는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벌칙규정이 없다”며 “이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을 때는 국가권력을 동원하는 조항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아동인권법안 자체는 선언적인 의미에 초점을 두되, 관련 법·제도 정비를 통해 보완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동인권법안의 법률 조항이 선언적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법 취지를 반영할 관련 법·제도 정비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법·제도 정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끌어 낼 것인가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야간 자율학습은 강제학습…선택권 안줘”
“아르바이트 근로계약서 작성 거의 없어요”
“최저임금보다 시급 적어…알아도 말 못해”
“주말엔 14시간 일해…시간외수당도 없어”
“알바때 이××놈아…욕이란 욕은 다 들어” 실태 들여다보니 아주대 ‘글로벌인권센터’
중고생 21명 인터뷰 결과 “치마길이, 머리길이, 염색, 교복 셔츠 안에 입은 티 색깔, 점퍼 색깔까지 자유롭지 못해요.” “오토바이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 차와 부딪혀 몸이 날아가 헬멧이 깨진 적도 있어요. 치료비는 못 받고 나왔어요.” 아주대학교 글로벌인권센터가 경기교육청의 연구용역을 받아 지난 5~7월 동안 초·중·고생의 인권실태를 분석한 자료에 나온 내용이다. 아동청소년의 학교 안 인권 실태와 학교 밖 노동인권 실태는 어떠했을까? ■ 학교 안 인권 학교 안 인권 실태조사는 올해 5월21일~7월26일 서울·경기·충남·광주·울산·경북·부산의 중고생 21명을 대상으로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생인권조례 발표 전후 학교에서의 인권 상황 변화 여부에 대해서는 지역과 학교별로 차이를 보였다. 일부 학생들은 인권 상황이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는 아침에 교문에서 치마길이와 머리, 화장을 검사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규율이 사라져 치마길이나 머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 마음 편하게 아침에 학교에 올 수 있어요.”(용인시 ㄱ고 3년생) 반면 여전히 학생들에게 규제를 강요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학교도 많았다. 경북 의성군 ㄱ여중 2년생은 “발표 전과 후에 차이가 없어요. 지방이라서 그런 것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아요. 치마길이, 머리길이, 염색, 교복 셔츠 안에 입은 티 색깔, 점퍼 색깔까지 자유롭지 못해요”라고 말했다. 대전의 ㅅ여고 2년생은 “벌점이 많이 쌓인 학생은 학교 게시판에 ‘번호, 이름, 사회봉사 며칠’ 이런 식으로 공고문을 붙여요”라고 말했다. 충남 서천군의 ㅈ고 3년생은 “학생들은 야간 자율학습을 강제학습이라고 불러요. 학생들의 선택권을 주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 학교 밖 노동인권 아동청소년의 노동인권 실태조사는 18~19살 청소년 11명(남 9명, 여 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패밀리 레스토랑 주방, 자동차 정비소, 웨딩홀, 팬시점, 주유소 등 다양한 곳에서 아르바이트 또는 현장실습을 했다. 이들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일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근로계약서가 없으면 노동시간을 사업주 마음대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시급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일할 가능성이 높다. 오토바이로 음식 배달을 했던 ㅁ(18)군은 “여러 군데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건 한번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런 거 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제약회사에 현장실습을 했던 ㅈ(18)양은 시급으로 3800원을 받았다. ㅈ양은 ‘2011년 최저임금이 4320원이었는데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알고 있었지만 말을 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근로기준법에서 청소년의 노동시간은 1일 7시간, 1주 40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뷰를 했던 청소년들의 노동시간은 1주일에 60시간을 넘기기 예사였다. 웨딩홀 서빙을 했던 ㅂ(19)군은 “오후 5시부터 밤 12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주말엔 14시간씩 일하기도 했지만 시간 외 수당은 받지 못했다. 팬시점에서 일했던 ㅊ(18)양은 주말과 공휴일에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근무해야만 했다. 사고를 당하기도 다반사였다. ㅁ군은 “2~3개월에 한번씩은 사고가 났던 것 같아요. 몸이 까지기도 하고 병원도 많이 갔어요”라고 말했다. ㅁ군은 “그동안 10번 넘게 사고가 났는데 치료비와 수리비를 제가 책임졌어요. 그 비용을 지금까지 다 합치면 100만원이 될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외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상당수는 심한 욕설을 듣는 등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었다. 음식점 주방 아르바이트를 한 ㅅ(18)군은 “야, 이 △△놈아 같은 것을 듣고요. 욕이란 욕은 거의 다 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정혁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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