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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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 맞대면] ‘뉴타운 사업’ 갈등 해법은
뉴타운 사업 정책, 개발난민 양산
주거 불안 부추기는 주범 되고 있어
‘소유자→거주자’ 패러다임 바꿔야
“지금까지 주거정책의 중추적 구실을 해왔던 뉴타운 사업은 지역 공동체에 기반한 도시재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투자를 확대하고, 주민들의 안전·건강·쾌적함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서울시는 낙후된 도심을 재정비하기 위해 열풍처럼 추진되었던 뉴타운 사업이 지연되고 최근의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사업성 저하까지 겹치면서 주민들의 지정 철회 요구가 거세지자, 주민이 원하면 331곳에 이르는 뉴타운 지정 지역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02년 이후 10년 동안 서울에서 지정된 26개 뉴타운 지구 중 공사에 착수한 구역이 한 곳이라도 있는 뉴타운은 9개 지구에 그쳐, 뉴타운 전체 정비구역 중 85% 이상이 3년에서 길게는 8년까지 공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본래 뉴타운은 2002년 은평·길음·왕십리 등 세 곳을 시범지구로 지정하면서 본격화되었다. 뉴타운은 서울 강남의 집값이 한창 오르던 시기에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강북의 부동산 가격을 상승케 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을 뿐 아니라, 2007년 경기도를 거쳐 지방으로 확산되면서 전국적인 부동산 열풍을 일으키는 부싯돌이 되었다. 그러나 이후 10년 동안 25%에 불과한 원주민 재정착률과 무분별한 지정에 의한 난개발 및 주민들 간의 갈등·분쟁·소송 증가로 뉴타운 지구들은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매일 주민들이 구청에 몰려와 농성하고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가 하면 구청 직원을 폭행하며 구청장실을 검거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2008년 총선 때 뉴타운 공약으로 당선된 국회의원들을 ‘뉴타운돌이’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은 이런 심각한 상황을 잘 대변한다고 하겠다.
이렇듯 문제투성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뉴타운 정책의 주요 문제점을 살펴보면, 우선 뉴타운 방식의 재개발이 전면철거 방식의 대형 평형 아파트 위주로 진행돼 오히려 주거 불안정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서울 성북구는 현재 관내 78개 구역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자치단체로, 향후 3년(2010~2012년)간 정비사업으로 공급되는 가구가 7229가구인 데 비해 멸실 예정 가구는 1만5354가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서울지역 주택공급도 2007년 3만가구에서 2012년 9500가구로 급감하여 뉴타운 인근 지역의 전세난 및 전세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성북구는 올해 들어 몇주 동안 전세가 상승률 전국 1위를 차지하는 등 이주민들의 주거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규모 주택 소유자의 경우 아파트 입주 때의 추가부담금이 2억~3억원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개발난민 신세가 되어 도심 외곽 세입자로 내몰리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세입자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뉴타운 구역 거주자의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임대주택 건립 비율은 전체 공급 가구의 17%에 그쳐 필연적으로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주거이전비 및 임대아파트 입주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무대책 세입자가 50% 이상 되는 것으로 조사되어 이들의 주거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할 것이 명약관화한 상황이다.
또다른 중요한 문제는 도시기반시설 설치비용이 조합원 부담으로 넘겨지는 점이다. 도시기반시설에 대한 공공투자 없이 용적률 상향을 통해 기반시설 설치를 조합에 떠넘김으로써 사업성이 악화된 현재 상태에서는, 뉴타운 사업은 허울만 좋을 뿐 오히려 조합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는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구조 변동과 주거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획일적인 계획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으며, 2020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14.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서울의 23.3%를 차지하고 있는 1인가구 비율도 2030년에는 51.8%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한나라당 의원들은 뉴타운 사업 촉진을 위해 용적률 최대 500% 상향 등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선심성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뉴타운 사업 철거현장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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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황금알을 낳을 것 같았던 뉴타운 사업은 반대파의 급증으로 몆년째 사업이 지연되고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겹쳐 사업 진행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추진과정에서 투입된 비용 청산 문제 등으로 인해 벼랑 끝으로 달리는 자전거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실제 성북구 ○○구역의 경우 관리처분 단계의 조합원 총회에서 반대파의 거센 저항으로 관리처분계획이 2차례나 부결되었으며, 찬반 주민 사이의 갈등이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구청으로서는 이를 해소할 제도적 권한이 없어 당사자 해결 원칙 이외의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먼저 정치권이 나서서 법제화 논의를 시작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등 모두의 지혜를 모으는 게 절실하다. 지금까지 주거정책의 중추적 구실을 해왔던 뉴타운 사업은 지역 공동체에 기반한 도시재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투자의 확대가 필수적이고, 주민들의 안전·건강·쾌적함을 보장해주는 주거권, 즉 주민생활최저기준 제도(civil minimum)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도심 외곽으로 내몰리는 중소형 주택 소유자의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주민의 재정부담 능력에 맞는 맞춤형 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고, 소유자와 세입자 모두의 주거안정을 도모하는 ‘소유자 중심에서 거주자 중심으로’라는 주택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여야 한다. 아울러 이미 시작된 공공관리의 범위를 확장하여 사업단계별 ‘자문위원회’를 구성·운영하여 다수의 힘의 논리에 의한 무분별한 사업추진을 예방하면서 투명성을 높이고, 의사결정을 공개하여 주민참여를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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