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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17 20:28 수정 : 2011.04.17 20:28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00억대 쓴 특검 소득은 뭔가
판검사 감찰에 외부인 참여 강화
국민참여재판 등 활성화돼야

[싱크탱크 맞대면] 사법개혁의 방향은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형사사법제도의 개혁은 국가발전과도 직결되는 만큼 백년 앞을 내다보아야 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구색 맞추기’식으로 개악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화두는 사법개혁이라고 할 만큼 법원·검찰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들을 보면 국회의원을 포함하는 고위 공직자의 독직사건이나 대기업의 위법·탈법 관련 사건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언론에 오르내리는 사건들에 의해 사법부의 이미지가 형성되고 그 이미지를 토대로 법원·검찰에 대한 개혁 방안들이 피드백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들은 검찰의 전체 처리 사건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질 만한 이러한 사건만을 전제로 일시적인 검찰의 개혁을 논하게 된다면 자칫 그 방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경계하여야 한다. 검찰개혁의 성과물을 일부 특권층만이 향유하는 그런 방향의 개혁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개혁일수록 마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국민들을 위한 것인 양 호도하면서 선동적인 제도 개선을 내걸고 있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최근 국회의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의 개혁안을 보면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고, 판검사의 비리를 수사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특별수사청을 만들자는 개정안이 특히 눈에 띈다.

사개특위안이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의 범죄까지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어놓았지만 어디까지나 ‘국회의 의결’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국회가 보여준 ‘방탄국회’니 ‘제 식구 감싸기’니 하는 행태를 본다면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그동안 이들을 주 대상으로 수사해 온 대검찰청의 중앙수사부를 폐지하자는 주장의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요즈음 범죄는 수법이 나날이 고도화·지능화되고 있어서 수사에 많은 인원과 조직, 높은 수준의 수사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몇군데 압수수색하고 몇사람 불러서 사실 확인하면 간단히 범죄사실을 적발해낼 수 있다는 생각은 구태의연한 사고다. 하물며 머리 좋은 판검사들을 상대로 수사하려면 수사관의 능력도 상당히 필요한 것은 뻔한 이치다.


우리는 이러한 특별수사청과 같은 포퓰리즘적 데마고기(populist demagogy)의 하나로서 특별검사 제도의 허상을 경험한 바 있다. 8차례의 특별검사를 시행하면서 별 소득 없이 무려 107억원이라는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것을 잘 알고 있다.(표 참조)

판검사 범죄에 대한 기존의 수사와 소추·재판절차가 주권자인 국민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 그러한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개혁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판검사의 감찰에 대한 외부인의 참여를 강화하고, 국민이 참여하는 검찰시민위원회를 통해 수사와 소추를 하도록 하면서 재판은 국민참여재판부에 회부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개특위의 개정안 중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검찰시민위원회의 통제방안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고소사건에 대해 재정신청제도를 전면적으로 허용한 상황에서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또다시 검찰시민위원회의 통제를 받게 한다면 양자 간의 조화와 중복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 나아가 고소·고발이 남발되고 있고 민사사건의 형사화 등으로 허위 고소·고발 비율이 상당히 높은 현실에서 남고소·고발을 더욱 부추기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운 면도 있다. 양 제도는 상호 보완 관계라기보다는 대체적인 관계에 있으므로 검찰시민위원회 제도를 도입한다면 재정신청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퇴직한 판사나 검사의 사건수임을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경찰에서 영장이 신청되면 검찰 출신 변호사가 선임되고, 검찰에서 영장이 청구되면 판사 출신 변호사가 선임되고 있다. 실제로 영장기각으로 효험을 보고 있지 않는가. 들쑥날쑥하는 판사의 선고형량 또한 우리 국민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특별검사 예산사용내역
법조비리의 시발점인 이러한 ‘전관예우’를 극복하고 사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론 양형기준을 법제화하고, 구속 기준을 엄격히 정하고, 판사의 영장 처분에 대한 불복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2004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합의 내용대로 법조 일원화를 실현해가야 한다. 법학전문대학원을 마치고 변호사와 검사로서 충분히 법조 경험을 쌓은 다음 뒤늦게 판사가 되어 정년까지 가게 되면 ‘판사 출신 변호사’ ‘검사 출신 변호사’라는 호칭이 사라질 것이다. 일정 기간 사건수임을 제한하는 한시적인 방법으로는 이른바 ‘전화 변호’(변호사가 친분이 있는 판검사에게 전화 통화 등 비공식적인 접촉을 하는 일)라는 관행만 성행하게 할 뿐이고, 이러한 입법례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형사사법제도의 개혁은 국가발전과도 직결되는 만큼 백년 앞을 내다보아야 하고, 그때그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구색 맞추기’식으로 개악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법원과 검찰은 국민과 함께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지 여론몰이식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시켜서는 더욱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참여재판의 시행은 의미 있는 행보이며,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국민과 함께하는 재판을 통해 비로소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검찰, 국민의 주권이 실현되는 건전한 사법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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