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국가위기관리학회 회장
|
글로벌 협력체계 정착시키고
사고 수습보다 대비에 관심을
소규모 개별위기도 간과 안돼
[싱크탱크 맞대면]
원전의 허구 그리고 위험사회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국가위기관리학회 회장
3월11일에 센다이·미야기·후쿠시마 등 일본 동북부 지방의 태평양 연안 도시를 강타한 규모 9.0의 대지진에서는 자연재난 위기, 인적재난 위기, 핵심기반 위기, 생활 위기가 동일 시간대에 복합적으로 전개되어 나타났던 것이다.
최근 인류 사회는 다른 어느 시대보다도 다양하고 복합적인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테러·전쟁 등 군사적 안보 영역은 물론이고, 지진해일(쓰나미)·태풍과 같은 자연재난 영역, 대형화재·붕괴와 같은 인적재난 영역, 금융·교통·수송·전력·정보통신 등의 핵심기반 영역, 그리고 식품·의약품·치안 등 생활위기 영역에서 나타나는 위기들이다. 그 밖에도 현재는 모르지만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신종위기(new crisis) 영역과 이들 위기가 서로 영향을 미치며 발생하는 복합위기(hybrid crisis) 영역 등에 대한 더 복잡한 대응을 요구받고 있다. 예를 들면, 수많은 건물들이 부서지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죽거나 다친 대지진, 이 대지진에 의해 만들어진 대규모 지진해일, 거대 재앙인 지진해일로 인해 파괴된 원자력발전소, 그리고 원전 폭발로 인한 전세계 시민들의 방사성 물질 공포를 겪고 있다. 즉 3월11일에 센다이·미야기·후쿠시마 등 일본 동북부 지방의 태평양 연안 도시를 강타한 규모 9.0의 대지진에서는 자연재난 위기, 인적재난 위기, 핵심기반 위기, 생활 위기가 동일 시간대에 복합적으로 전개되어 나타났던 것이다.
국가와 국가위기는 어떤 관계인가? 국가위기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가의 주권과 영토, 그리고 국가를 구성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체계 등 국가의 핵심 요소나 가치에 중대한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거나 가해지고 있는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생활 위기, 재난 위기, 전통적 군사 위기, 핵심기반 위기 등이 대표적인 국가위기들이다. 이들 국가위기를 관리하는 국가위기관리는 “국가위기에 효율적으로 예방·대비하고 위기 발생 시에는 효과적으로 대응·복구하기 위하여 국가가 가용자원을 기획·조정·통제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복합적 위기의 현대사회, 국가관리시스템 구축을
|
셋째, 국가위기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예산 배정이나 정책적 관심보다는 위기 발생 이후의 대응과 복구에 더 많은 비중이 주어지고 있다. 따라서 위기 발생 이전에 예방 및 완화를 위한 예산 배정의 확대는 물론, 전문 인력의 양성 및 훈련, 대피소 구축 및 점검 등 대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넷째, 국가위기관리에 있어서 가장 주축이 되는 것은 정부지만, 오늘날 첨단화·산업화·도시화·고도화된 사회에서 정부 중심의 노력만으로는 위기관리의 효과성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개별 가정이나 기업, 비정부기구(NGO) 등 사회체계를 구성하는 모든 조직들이 자체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를 사전에 탐색하고 예방하며 효율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참여와 협력의 틀인 위기관리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다섯째, 아직도 우리 정부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거대 담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일상적으로 시민들이 겪고 있는 교통사고, 치안사건, 건설안전사고, 산업재해, 학교안전사고, 식생활안전사고, 의약품안전사고 등은 국가위기와 별개의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소규모 개별 위기로 인한 인명 손실이나 재산 손실, 공공의 가치관이나 사회시스템의 붕괴 정도가 훨씬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위기관리가 일상적으로 생활화될 수 있도록 위기관리 안전문화 진흥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요구된다. 국가위기관리는 인간의 존엄성 구현과 인간 생명의 존중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이념적 전제로 삼고 있다. 그렇기에 평상시뿐만 아니라 비상사태 때도 국가위기관리의 궁극적인 목적이자 지향점은 다른 무엇보다 인류사회 속에서의 생명 보호임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국가위기관리의 고도화는 사회가 지켜나가야 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는 것인 동시에 국가 선진화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투자인 것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