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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27 08:24 수정 : 2010.12.27 08:24

오재호 기후변화센터 정책연구위원

기후변화, 국가·인류 생존 달려
정부 회의유치 노력 환영할만
정치 악용우려는 지엽적 비판
정부의 내실있는 준비 촉구를

[싱크탱크 맞대면] 기후변화회의 유치 필요한가

기후변화 문제는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 좌우 이념대립이나 국가간 갈등보다 우선순위에 있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유치를 찬성하는 것과 4대강을 비판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구온난화로 야기되는 위험은 결코 손에 잡히지 않으며 일상생활에서 거의 감지될 수 없기에 그 잠재력이 제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우리는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뿐이다.”

‘제3의 길’로 알려진 영국의 사회사상가 앤서니 기든스가 자신의 책(‘기후변화의 정치학’)에서 밝힌 ‘기후변화의 역설’이다. 지난달 29일부터 2주 동안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1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6: Conference of Parties 16)에서도 이 역설은 통했다. 칸쿤 총회는 최대 현안인 2012년 이후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각국의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선진국은 “이제는 개도국도 의무감축 목표를 제시하라”고 했고, 개도국은 “선진국이 먼저 온실가스를 대폭 줄이라”고 맞섰다.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씩 녹색기후기금을 조성하자고 했지만, 구체적인 자금 조달방안이 없다.

2012년이면 교토의정서 효력이 끝나니, 남은 시간은 2년. 내년 남아공에서 열릴 제17차 회의(COP17)와 2012년 제18차 회의(COP18)뿐이다. 2012년은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합의를 위한 마지노선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나서서 2012년 COP18을 서울에서 유치하겠다고 한다. 정부에서 나서주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 총회 유치를 두고 환경단체 내부에서 “현 정부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는 반대의 목소리가 있다니, 우선 안타깝다.

기후변화 문제는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 인류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다. 좌우 이념대립이나 국가간 갈등보다 더 우선순위에 있다.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서 환경 관련 엔지오(NGO)들은 정부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에 앞장서라”고 촉구하지, “온실가스 감축에 반대한다”고 외치지 않는다. 아펙(APEC)이나 G20 정상회의장 밖 엔지오들의 시위와는 성격이 다르다. 왜 그럴까. 정부나 환경단체가 한 배를 탄 운명이기 때문이다. COP18 유치를 찬성하는 것과 4대강을 비판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우리나라가 COP18을 개최한다면 우리나라가 기후변화 문제에 큰 전환점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대표적인 예다.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당사국총회(COP3)에서 선진 38개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기준으로 5.2% 줄이기로 하는 ‘교토의정서’를 만들어냈다. 개최국 일본은 한술 더 떴다. 국제 평균보다 1% 많은 6% 감축을 공언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일찌감치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친환경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등 환경 선진국으로 변신했다.


반면 당시 개도국의 지위를 인정받아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에서 제외됐던 우리나라는 뒤늦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013년 실시를 앞두고 최근 입법예고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둘러싸고 산업계에서 ‘시기상조’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COP18을 서울에서 개최한다면, 우리는 일본처럼 전세계에 모범을 보여야 할지도 모른다. 천문학적 비용을 예상하는 일부에서 “정부의 COP 유치공약이 독인지 약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이유다.

우리도 더는 개도국 방패 뒤에 숨을 수 없다.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다. 선진국은 산업 패러다임을 석유 등 화석연료 중심에서 수소나 태양광, 풍력 등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우리는 이런 친환경 기술 수준에서 선진국보다 몇 발짝 뒤처져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특정 제품이 국제 환경기준에 미달하면 각종 제재를 취하는 ‘그린라운드’(Green Round)가 확산되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85%에 달하는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로선 이 또한 넘어야 할 무역장벽이다. COP18 개최를 통해 기후시대라는 새로운 국제 질서 속에서 생존 전략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COP18 유치는 일부 환경운동가들이 이전 정부에서부터 요구해오던 것이다. COP18은 국제 환경회의 때마다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 한국 엔지오의 역량을 세계로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88올림픽 당시 많은 이들이 반대했지만, 결국 국익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이제 비판의 방향을 좀 바꾸었으면 좋겠다. 정부에 대해 구호만 요란한 녹색성장이 아니라 내실 있는 COP18 유치를 준비하라고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코펜하겐에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30% 감축’을 선언했다. 선언만 있을 뿐 아직 실효성 있는 실천 로드맵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제 한목소리로 COP18 유치를 기원해보자. ‘교토의정서’와 ‘발리로드맵’에 이어 ‘2012 서울의정서’가 채택돼 온실가스 감축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다면, 결국 누구에게 이득이 될까. 정부도 환경단체도 아니다. 우리 자신과 아이들,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다.

오재호 기후변화센터 정책연구위원

※ ‘싱크탱크 맞대면’은 한국 사회 과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고민하는 연구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다양한 정책현안들에 대한 기관의 연구성과를 원고지 10장 분량의 간결한 글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두뇌집단이 내놓은 제안이나 자료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도 좋습니다. 문의와 원고는 한겨레경제연구소(heri@hani.co.kr)로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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