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과몰입 해결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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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가족 무관심과 소외
‘디지털 통금’ 실질효과 없어
게임산업 육성도 고려돼야
[싱크탱크 맞대면] ‘인터넷 중독’ 해법은
대부분 가정의 청소년들은 하루에 1~2시간가량 게임을 한다. 부모님의 간섭을 받으면서 그 이상 게임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결국 결손 가정, 취약 계층의 아이들이다.
현재 국회에는 0시부터 이튿날 아침 6시까지 18살 이하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내용의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역시 비슷한 게임 과몰입 예방 대책을 담고 있다. 아직 통과 여부를 알 수는 없으나 청소년 게임 이용 시간 제한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밤 12시 이후에는 온라인게임에 접속할 수 없다. 소위 ‘디지털 통금’이 실시되는 것이다. 문제의식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게임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쏟으면서 학습, 건강, 사회 문제 등 여러 면에서 부모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돌려보면 이런 방식의 일률적 통제가 왜 허점투성이인지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정상적인 가정의 청소년들은 하루에 1~2시간가량 게임을 한다. 여기저기 학원을 돌면서, 부모님의 간섭을 받으면서 그 이상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우리 아이들에게는 사실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결국 결손가정, 취약계층의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현실의 탈출구로서 게임을 접하기 때문에, 또 챙겨줄 어른들이 없기 때문에 부모나 조부모의 계정을 도용해 게임을 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성인용 게임에 빠질 우려도 있다. 현재 논의되는 법률은 ‘국내 기업의 온라인게임’만을 대상으로 한다. 피시에 시디로 설치해 즐기는 게임이나 엑스(X)박스·닌텐도 같은 콘솔 게임은 해당되지 않는다. 외국에 기반을 둔 온라인게임에 국내에서 접속하는 것도 막을 수 없다. 역차별 얘기가 나온다. 더욱이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생활 지도 문제에 국가 권력이 개입하고, 청소년들의 자율적 선택과 판단의 권리를 침해한다. 현행 게임 규제의 더 근본적인 문제는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본질을 피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살짝 언급했지만 이른바 게임 ‘중독’ 문제는 게임 자체의 문제나 게임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과몰입에 빠진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가 제대로 관심을 가져주지 않거나 가족간 소통이 안 되는 상태에서 학업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게임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또래 친구 관계에 어려움이 있거나 주의력·집중력 장애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도 많았다. 본 연구센터에서 수도권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사회성이 높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게임을 통해 활력을 느낀다’는 응답이 27.2%였지만 ‘사회성이 낮다’고 답한 사람들은 17.6%만이 ‘게임으로 활력을 느낀다’고 답했다. 반면 게임에 금단을 느낀다는 비율은 사회성이 높은 그룹에선 12.2%로 낮은 집단(26.5%)에 비해 절반 이하였다. 또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가정에 속한 사람은 게임에 과도하게 시간을 소비하는 경향이 낮았다. 사실 ‘게임 중독’이란 용어는 의학계에 정의되어 있지 않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Ⅳ)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이나 게임 중독에 대한 독립 항목은 없다. 과도한 인터넷 사용에 따른 행동상의 문제는 ‘충동조절 장애’의 ‘기타 범주’로 분류된다. 게임에 대한 의존 역시 충동 조절 장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게임에 대한 중독의 꼬리표는 너무 쉽게 붙여지고 또 쉽게 단죄된다. 흉악 범인 뒤에 온라인 게임이 있었다거나 게임에 빠져 아이를 죽게 했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면 불우한 환경, 치안 부재 등 총체적인 접근보다는 게임에 책임을 돌려버리곤 한다. 라디오가 처음 나왔을 때, 혹은 텔레비전이 처음 나왔을 때 호들갑을 떨던 것과 유사한 대목이다. 콘텐츠 산업계나 전문가, 심지어 일반인들까지 개인과 가정의 구실, 자율적인 규제를 가장 중요하게 꼽는다. 앞서 일반인 1000명 조사에서 게임 과몰입 문제 해결 방안으로 ‘개인의 노력’이 53.6%, 가정 내 관심이 24.7%로 가장 높았다.
한세희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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