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3.15 18:13
수정 : 2011.03.1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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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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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스페셜] 북하니/
이것이다
소위 탁월하다 싶은 작품 속에는 터무니없는 설정마저 ‘믿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영화 ‘인셉션’의 주인공은 수면 상태에서 타인의 무의식에 침투한다. 소설 <향수>의 주인공은 냄새 하나로 존재를 인지하고 나아가 세상을 지배한다.
그리고 여기, 천국의 아름다움을 지상의 언어로 설명할 길이 없어 열두 제자에게 수학을 가르쳤다고 주장하는 남자가 있다. 천국행 지도는 성경이 아닌 기하학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자칭 재림 예수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소설 <이것이다>는 세상의 모든 원리와 우주 형태를 알아내는 유일한 수단이 수학이라고 단정한다.
이 책은 이야기 속 예수가 천국의 실체를 수학적 언어로 보여주려 하듯, 궁극의 수학을 소설이라는 독자의 언어로 바꿔놓았다. 다만 역사적·과학적 사실 혹은 가정을 화두로 삼는 데 그친 여느 소설과 달리, 점과 집합, 위상수학과 상대성이론이 휴대폰과 반도체, 우주와 연결됨을 수학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독자로서는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수학적 언어’의 전개는 역설적으로 수학이 우리 삶과 얼마나 가까운지 리얼하게 보여준다. 이 책이 쏟아내는 수학적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다음 세상에서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지식이 수학뿐일지 모른다고 믿는 순간, 이 책의 탁월함은 스스로 증명된다. 김태연 지음/시간여행·13,800원.
조은주/시간여행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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