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3.15 17:56
수정 : 2011.03.1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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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미아, 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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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스페셜] 북하니/
루케미아, 루미
<루케미아, 루미>는 백혈병에 걸린 열여섯살 소년의 고통과 성장을 담은 청소년소설이다.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글에는 백혈병 환자의 일상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백색 병실, 싱겁고 밍밍한 식단, 속을 뒤집어놓는 항암제, 견딜 수 없는 고통, 외로움과 소외감, 보호자와의 갈등, 시시때때로 찾아드는 죽음에 대한 공포…. 소년은 끝없이 무너져내린다.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하고 수없이 되뇌인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언뜻언뜻 내보이는 틈새는, 그래서 더더욱 새벽별처럼 반짝인다. 병실 밖 계절이 바뀌는 풍경, 같은 처지에 놓인 환자들과의 교감, 청소년기에 겪는 아련한 첫사랑의 향기….
이 빛나는 틈새는, 돌이켜보면 그다지 특별한 게 아니다. 그저 여느 사람들이 누리는 ‘평범한 일상’일 뿐이다. 그래서 “열여섯 소년이 누릴 수 있는 보통의 날들을 누리고 싶다”는 주인공 강이의 절규는, 무심결에 보통의 날들을 지내는 우리 모두에게 가시처럼 박힌다.
오늘 하루 느릿하게 지나는 계절이, 지하철의 무표정한 사람들이, 텔레비전 속 먼 나라 이야기가, 허공을 나는 작은 새가 무채색으로 기억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백승남 지음/한겨레틴틴·9천원.
박상육/한겨레틴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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