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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24 11:50 수정 : 2011.02.24 11:50

[하니스페셜] 100비트 특집/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

특별분야 수상작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 특별 분야 선정 결과에선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만든 ‘큰 어른’과 열정을 무기 삼아 현역으로 돌아온 ‘큰 형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묻어납니다. 1960년대 ‘팝 스타일 가요’의 원류를 형성했던 손석우, 슈퍼세션이라는 밴드로 뭉친 엄인호·주찬권·최이철이 그들입니다. 누리꾼들이 직접 뽑아 그 의미가 남다른 태양·김윤아·에프엑스도 빛나는 주인공들입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제공 한국대중음악상



손석우

공로상 | 손석우

한국 팝 첫 작곡가, 한류 선구

손석우(1920~)는 1960년대 대중음악계를 개막하며 ‘팝 스타일 가요’의 원류를 형성했던 인물이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악극단에서, 해방 후 K.P.K악단(‘조선 짜스의 귀재’로 불린 김해송의 악단)에서 활동했던 선구적인 연주자 중 한 사람으로, 1950년대 중반 이후 방송국 경음악단 지휘자이자 작곡가로서 밝고 품격이 있는 노래들을 발표했다.

특히 1961년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한명숙 노래)를 통해 파란을 일으켰는데 이후 프랑스 가수나 일본 가수 등의 목소리로 녹음되어 소위 한류의 선구적인 사례로 남아있다.

그는 후일 김현식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리메이크했던 ‘이별의 종착역’(노래 손시향)이나 ‘우리 애인은 올드 미스’(최희준), ‘처음 데이트’(김상희) 등을 계속 발표했다. 당시 많은 악단장 겸 작곡가들에 의해 빚어지던 새로운 경향의 선두에 손석우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한국 ‘팝’ 최초의 작가이다.

또한 지금의 인디 레이블이라 할 수 있는 ‘뷔너스 레코드’를 설립하여 ‘자주제작’을 통한 레코딩의 선구적 입지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방송드라마 주제가의 효시격인 ‘청실홍실’을 비롯해 방송극(또는 영화) 주제가 붐의 선도적 역할도 했다.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가 발표된 지도 5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 작은 트로피는 그의 공적에 비하면 정말 보잘 것 없지만, 이 자리를 빌려 그의 업적을 되새기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지선 선정위원


슈퍼세션

선정위원회 특별상 | 슈퍼세션

상식의 뿌리, 소리 없이 부활

1970~80년대에 대중음악을 듣고 사랑했던 이들에게 엄인호·주찬권·최이철은 음악 그 자체였다. 그들이 어떤 밴드에 몸담았고 어떤 음악을 내놓았는지를 모르고서는 한국 록과 한국 대중음악을 말할 수 없었다. 그들은 상식이었으며 진리였다. 그러나 그후로 오랫동안 그들은 잊혀진 이름이 되었다. 그들의 음악은 결코 과거의 히트곡으로 족한 음악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세대의 노래로 한정되었다.

하지만 지난해 슈퍼세션이라는 이름으로 소리 없이 함께 돌아온 그들은 한국 대중음악의 과거를 현재화하며 우리가 들었던 음악들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상기시켜 줄 뿐만 아니라 중견 음악인이 왜 필요한지를 증명했다. 그들이 내놓은 음악은 그들이 젊었던 날들만큼 에너지가 넘치지 않았고 축적된 거장의 혼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이 든 음악인들의 좋은 관록의 음악은 적당한 느슨함과 여유로 편안하다.

이렇게 돌아왔다는 것으로, 그리고 이제는 예전에 이들의 음악을 들었던 사람들이 자녀들과 함께 들을 만한 음악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귀환은 충분히 성공적이다. 이제 그간의 공백을 맹렬하게 메우며 존재 이상의 가치를 증명하고 진정한 원로 밴드로 함께 있어주기를. 부디 오늘의 역사, 오늘의 추억이 되어주기를.

서정민갑 선정위원


에프엑스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그룹 음악인 | 에프엑스

히트 공식 걸맞지 않은 실험

‘에스엠의 이단아’, 혹은 ‘유영진의 희생양’. 에프엑스를 수식하는 다소 짓궂은 문구들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의 에프엑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는 확신에 가까운 생각 역시 든다.

범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기획되었다는 그룹 성격에 걸맞은 다국적 멤버 구성부터 소녀시대의 그것과는 확실히 구별되는 음악 스타일까지, 에프엑스는 전형적인 모범생의 길을 걷기보다는 항상 그 나름대로의 신선함과 파격성을 그룹의 생명으로 삼아왔다. ‘NU 예삐오’는 그 정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몰아치는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는 조금 과장하면 아이돌 세계 안에서 ‘전위적’인 위치를 점했고, 길게 거슬러 올라가면 신화의 ‘M.I.L.’(‘T.O.P.’ 노랫말)로부터 그 기원을 찾아야 할 유영진의 기묘한 신조어는 노래 제목에서부터 이미 감지 가능하다.

또한 전혀 히트 공식에 걸맞지 않은(!) 멜로디 구성과 진행 역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그리고 이 ‘실험’은 리스너와 평자의 긍정적인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듯하다. 앞으로 그들은 또 어떠한 실험과 파격으로 아이돌 세계, 아니 그를 넘어 주류 가요계를 술렁이게 할 것인가. 관심이 가지 않는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김봉현 선정위원


김윤아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여자 음악인 | 김윤아

두 마리 토끼 다 잡은 아이콘

김윤아는 자우림의 보컬이다. 홍대 앞 인디신에서 메이저로 진출한 대표적인 밴드로, 진정성 있고 탄탄한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음악인의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다. 김윤아는 그 안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보컬리스트로서의 탁월한 능력은 물론 빼어난 작사·작곡 능력으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위상을 탄탄히 하고 있다. 그는 자우림뿐 아니라 솔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표출해 왔다. 2001년 1집 <섀도 오브 유어 스마일>, 2004년 2집 <유리가면>에 이어 지난해에는 3집 <315360>을 발표했다. 그는 솔로 앨범들을 통해 밴드 음악보다 좀 더 어둡고 내면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았는데, 특히 3집에서는 편곡과 프로듀싱까지 모든 작업을 혼자 해냈다.

‘최우수 팝 음반’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그의 음악적 성과는 선정위원들 사이에서 충분히 인정받았다. 그는 이제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다. 상당수 여성 음악인들이 결혼·출산과 동시에 음악을 놓는 경우가 많은 데 반해, 오히려 이를 창작의 원동력으로 삼고 걸출한 결과물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우리가 김윤아에게 거는 기대는 한층 더 크다. 대중의 판단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서정민 선정위원


태양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남자 음악인 | 태양

아이돌 넘어 당당한 뮤지션

아직도 태양을 가리켜 ‘아이돌치고는’이나 ‘다른 아이돌에 비하면’ 같은 수사를 쓴다면, 우리는 너무 인색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를 ‘아르앤비 뮤지션’으로 칭하는 것은 격려성 지지나 과대평가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실체를 인식하는 일이다.

이는 2010년 한해 동안 태양의 데뷔 앨범보다 더 좋은 아르앤비 앨범이 과연 몇 장이나 있었는지 돌이켜보는 행위로 확고하게 증명된다. 미니 앨범으로 이미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태양이지만 올해 그보다 더 진화한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하고도 디즈 형과 진보 형의 미친 존재감에 아깝게 밀리고 말았다. 절대적 우열을 가릴 수야 없겠지만 태양의 앨범이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좋았다면 디즈와 진보의 앨범은 그 이상으로 호되게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더 관심이 가는 쪽은 태양이다.

물론 ‘어린 나이’, ‘잠재력’, ‘성장 가능성’ 같은 키워드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을 다 제쳐두고라도 태양은 지금의 환경과 조건과 위치 속에서 아르앤비를 움켜쥔 채로 디즈와 진보가 하지 못하는 일을 앞으로 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아르앤비 던전에서 태양이 끝판왕을 깨고 즐거운 엔딩을 보는 장면을 감상하기 위해, 기꺼이 그의 배후세력이 되겠다. 김봉현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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