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스페셜] 100비트 특집/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
종합분야 수상작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 특별 분야 선정 결과를 보면, 록 음악의 강세 속에 흑인음악, 특히 힙합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신인’을 모두 록 밴드가 가져간 가운데 최고 영예라 할 수 있는 ‘올해의 음반’을 힙합 듀오 가리온이 차지했습니다. 진중하고 짜임새 있는 우리말 랩으로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온 이들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제공 한국대중음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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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온 ‘가리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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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음반 | 가리온 ‘가리온 2’
대중음악사 일대의 사건
한국대중음악상이 지난 한 해를 빛낸 최고의 음반으로 선택한 건 불세출의 힙합 듀오 가리온의 두번째 앨범이다. 어느덧 한국 힙합의 역사도 10년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힙합은 ‘가볍고 성의 없는 음악’ 내지는 ‘애들이나 좋아하는 음악’으로 폄하되어 왔다. 그만큼 이번 선정은 한국대중음악상 내부적으로도, 더 나아가 한국 대중음악사적으로도 일대의 사건이라 할 만하다.
짐작해보건대 이번 가리온의 선정을 두고 록이 중심인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2008년 헤드라이너로 제이지가 선정되었을 때만큼의 충격을 받은 이도 적잖이 있으리라. 본작은 바로 이러한 힙합 음악에 대한 세간의 선입관을 한방에 부숴버릴 정도로 강력한 카리스마와 놀라운 음악적 쾌감을 선사한다.
한국 힙합신을 일군 두 명의 래퍼 엠씨메타와 나찰이 겹겹이 쌓아 올린 라임을 바탕으로 토해내는 불세출의 래핑은 가요계에 판치는 ‘짝퉁’ 래핑에 길들여진 대중에게 랩이란 장르가 얼마나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언어의 예술인지를 깨닫게 해줄 것이며, 국내외의 탁월한 손길을 가진 프로듀서들이 정성스러운 커팅과 본능적인 감각으로 마무리한 비트 역시 어찌하여 힙합이 오늘날 세계 대중음악 작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 증명해줄 것이다.
노파심에 얘기하자면, 이 앨범을 감상할 때는 기존의 편견을 뒤로 하고 그 어느 때보다 랩에 집중해볼 것을 권한다. 가리온은 힙합신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플래시백 기법으로 구성했는데, 노랫말의 한 구절 한 구절에 집중하며 한 번, 각 곡의 주제를 파악하고 그 흐름을 좇으며 또 한 번 감상한다면, 본작이 지닌 진정한 맛과 치밀한 구성력에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비록 앨범이 다루는 주제는 한국 힙합신이지만, 그 속에 뒤섞여 있는 분노와 애정이 곧 오늘날 가요계에도 대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리온의 음악은 힙합신을 넘어서도 설득력을 가진다.
이제 힙합은 우리나라의 대중문화를 살피는 데 필수적인 키워드다. 하지만 ‘힙합 비슷한 음악’이 아닌 ‘힙합 음악’으로 대중의 가시권에 진입하는 건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부디 이번 선정을 계기로 대중과 음악 관계자들이 힙합 음악과 랩의 진짜 ‘미’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길 바란다. <가리온 2>는 힙합의 가장 전형적인 멋과 감흥을 간직한 앨범임과 동시에 우리나라 랩의 눈부신 발전을 반증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강일권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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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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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노래 | 뜨거운 감자 ‘고백’
영화나 소설 속 상상처럼
일부 대중들에게는 늘 별다른 표정이 없는 것 같아 보이는 예능인으로만 인지되던 김C가 그야말로 뮤지션으로서 본업을 과시할 수 있었던 곡이 ‘고백’이 아니었나 싶다. 이전에도 ‘봄바람 따라간 여인’이라든지 ‘비 눈물’ 등 어느 정도 알려진 곡이 있긴 했지만 모던록 밴드 ‘뜨거운 감자’의 입장에서 최고의 대중성과 방송 빈도, 판매량 등을 기록한 노래는 단연코 ‘고백’이었을 거라 판단될 정도로 이 곡의 반응은 대단했다.
일정 부분 김C가 인기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쌓아올린 지명도와 인기를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노래 자체가 별 볼 일 없으면 잠깐 그러다 마는 게 대중의 냉정함이라고 봤을 때 이 곡은 여러 장점을 지닌 좋은 노래다. 가상의 영화 사운드트랙이라는 앨범 <시소>의 콘셉트도 좋았고, 수록곡 중 ‘빈방’ 같은 곡의 완성도나 가치도 출중했다. 또 록과 팝, 포크의 정서까지 두루 아우르며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예쁜 사랑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준 ‘고백’은 깔끔하고 정감어린 뮤직비디오도 좋았다.
“달은 내게 오라 손짓하고”, “널 위해 준비한 오백 가지 멋진 말이 남았는데”, “구름 위를 걷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란 걸 알게 됐어” 등 마치 시처럼 아름다운 표현의 가사도 이 곡의 매력적인 흥행 요소였을 것이다. 예전에 열대과일 음료를 선전하던 광고음악 이후로 노래를 하는 모습을 통해 김C가 소속사 사장님에게도 자신있게 당당할 수 있었던 곡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성우진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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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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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음악인 | 갤럭시 익스프레스
파격의 도전, 그리고 생존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2010년은 한국에서 인디 밴드로 살아가는/살아남는 방법에 대한 능동적인 모색과 파격적인 도전의 시간이었다. 그들은 미디어의 관심과 자본의 지원이 요원한 인디 음악계의 한계상황을 실험과 태도의 결합을 통해 스스로 돌파해냈고, 작지만 의미심장한 성취를 이뤄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실험은 전방위적이었다.
앨범 <와일드 데이스>를 제작한 방식이 대표적 사례다. 30일 안에 음반 제작과 배포를 완료하는 도전적 과제를 설정하고 실행한 그들은, 그 과정에서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해 관객들과 직접 소통함으로써 대중 일반의 견해를 반영한 것은 물론이고 자연스럽게 자가홍보의 활로까지 만들어냈다. 다큐멘터리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을 통해 더 넓은 관객과 만나려는 자구적 노력에 동참한 것 역시 새로운 시도였다.
또 그들은 지난해 봄 홍콩에서 열린 국제음악산업 컨벤션 ‘뮤직 매터스’에 참석해 전세계 음악 관계자들 앞에서 “한국 최고의 라이브 밴드”로서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했다. 그 인상적인 공연을 통해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미국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캐나다 ‘캐나디언 뮤직 위크’ 등 외국 유수한 페스티벌 공식 초청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고, 이는 3월 한달 간의 북미 순회공연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열정과 노력으로 새로운 길을 탐험해낸 갤럭시 익스프레스에게 ‘올해의 음악인’을 시상함은 한국대중음악상의 소임을 실천함에 다름 아니다. 박은석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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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플라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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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신인 | 게이트 플라워즈
리듬과 보컬, 이상적 결합
좋은 록 밴드의 기본은 화려한 보컬과 기타의 기교가 아니라 리듬이다. 단단하고 우직한 드럼과 베이스가 버티고 있다는 사실은 게이트 플라워즈라는 밴드가 여타 신인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이다.
데뷔 이피(EP)인 <게이트 플라워즈>는 기본이 탄탄한 밴드라는 사실을 오롯이 증명해내고 있다. 비단 ‘에프엠(F.M.)’, ‘예비역’, ‘후퇴’와 같은 수록곡뿐 아니라, 단편적으로 소개되는 ‘잼’도 리듬 파트의 능수능란함을 확인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록, 나아가 블루스에 깊이 뿌리박은 리듬 위에서 걸죽하게 넘쳐 흐르는 보컬은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인 결합이다. 저멀리 도어스로부터 기인한 록 보컬의 한 전형이랄까? 와와 페달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보컬이 늘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기타 연주도 흘려들을 수 없다.
여기에 끝없는 경쟁에 내몰리고, 경쟁에 뒤쳐지거나 거부하는 이들을 잉여인간 취급하는 2010년의 한국이라는 사회를 까발리는 가사도 부글거리는 사운드에 힘을 실어준다. 더군다나 이들의 가사가 술에 취한 듯, 약에 취한 듯 몽롱하면서도 분노에 차 있다는 점도 록이라는 장르의 일면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 조일동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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