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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24 11:27 수정 : 2011.02.24 11:27

가리온 ‘가리온 2’

[하니스페셜]100비트 특집/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

장르분야 수상작 ②


최우수힘합 음반 | 가리온 ‘가리온 2’

시작부터 그 이름만으로도

한국 힙합의 역사에서 가리온이란 존재는 절대적이다. 본격적으로 한국 힙합이 시작할 때부터 가리온은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가리온은 그 이름만으로도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동의어가 됐다.

그래서 7년 동안 새 앨범 활동이 없었음에도 가리온이란 존재가 잊혀진 적은 없었다. 무려 7년 만의 복귀작임에도 그들은 여전히 우직하게 ‘고집스런 한 길의 완성’을 이루어갔다. 프로듀서 제이유(JU)가 전담했던 1집과는 다르게 다양한 비트 메이커들에게 곡을 받았지만 결코 유행을 따라간다거나 하는 가벼운 행보는 보이지 않는다. 가리온이란 이름에 어울리는 비트들을 고르고, 거기에 13년 전 처음 마이크를 잡을 때부터 천착해온 치열한 한국말 랩을 입혔다.

다양한 프로듀서들과 래퍼들이 앨범에 참여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과 주제 아래 이 음반은 한 장의 아름답고 치열한 ‘앨범’이 됐다. 신뢰와 열정, 그리고 힙합신에 대한 존중과 고민, 그 모든 것이 이 앨범 안에 담겨 있다. 김학선 선정위원


브로콜리 너마저 ‘졸업’

최우수 모던록 노래 | 브로콜리 너마저 ‘졸업’

방송은 눈 감은 미친 현실

전처럼 곱고 감미로운 노래를 뽑고 소화할 수도 있었다. 우리의 쓸쓸한 속마음을 읽은 듯 직설적이면서도 따뜻한 가사로 작은 위로를 안겨줄 수도 있었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첫 앨범 <보편적인 노래>는 그래서 사랑받았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안했다.

그들은 멜로디와 이야기 모두가 무겁고 어두워진 두번째 앨범 <졸업>을 완성했다. 화사하고 포근한 1집의 인상을 ‘유자차’, ‘보편적인 노래’ 등이 대변했다면, 깊고 비장한 2집의 골격은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졸업’ 등이다. ‘졸업’은 일각의 반응 또한 탁했다. 일부 방송국에서 “짝짓기”와 “팔려가는” 등의 가사를 이유로 방송불가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후반부 10회 이상 반복되는 “이 미친 세상에” 또한 냉정한 평가의 근거가 됐을 것이다.

‘졸업’은 모두가 겪고 있거나 이미 겪었을 상실의 시절을 노래한다. 기대했고 또 불안했던 미래, 투명했고 또 암담했던 나날들을 보다 강한 언어로 풀고 보다 극적인 선율로 구체화한다. 감성적인 밴드로 평가되지만 사실 현실적인 밴드라 주장하는 것처럼. 그리고 정말로 ‘졸업’은 현실의 이야기가 됐다. 이민희 선정위원


진보 ‘애프터워크’

최우수아르앤비·솔 음반 | 진보 ‘애프터워크’

색다른 감상 포인트 제시

올해 아르앤비(R&B)·솔 후보작들을 보면 근래에 이르러 우리나라에서 해당 장르의 음악이 얼마나 많이 성장했는지 실감이 난다. 보컬리스트의 역량이 발휘된 음반에서부터 아주 트렌디하거나 마이너한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후보작들이 경합을 벌였는데, 흥미롭게도 그중에서 가장 대중적이지 않고 난해한 형식을 가진 진보의 <애프터워크>가 최종 선정되었다.

그만큼 이 앨범이 갖는 매력과 음악적 성취가 크다는 것이다. 사실 이전까지 진보는 피처링 보컬리스트란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음악의 질감을 멋지게 구현해 낸 이 네오솔 음반은 그가 또한 얼마나 재능 있는 프로듀서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의 음악들은 비록 귀에 꽂히는 멜로디나 중독적인 후렴을 수반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음원과 테마, 음향 효과들이 조화롭게 얽혀 만들어내는 로파이한 비트로 색다른 감상 포인트를 제시하고 있다.

이 감각적인 싱어송라이터의 등장 자체가 국내 아르앤비·솔 음악이 이제 느린 템포의 반주에 소몰이 창법을 얹어 놓은 것들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대변한다. 이병주 선정위원


디즈 ‘슈가’

최우수 아르앤비·솔 노래 | 디즈 ‘슈가’

러브송에 대한 새로운 정의

솔풀한 메이저 발라드로 대표되던 한국 아르앤비(R&B)계에 실험적인 소리를 들려줬다는 점에서 싱어송라이터 디즈의 등장은 특별하다. 네오솔 넘버들로 가득한 디즈의 음반에서 ‘슈가’는 수록곡들의 중심을 잡으며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 수작이다. 특히 네오솔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어도 더없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소리다. 가성과 진성을 넘나드는 디즈의 깔끔한 음색과 살아 숨쉬는 섬세한 사운드는 사랑의 속삭임을 감미롭게 덧칠해냈다는 평이다. 여기에 노랫말도 발음상의 각운에 세밀하게 신경쓰는 등 잘 다듬어진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아르앤비라는 장르가 보다 전문적이고 참신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깔끔하고 정제된 사운드는 감미로운 러브송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세웠고, 디즈만의 장르에 대한 시도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설명이다. 아르앤비 장르가 갖는 특유의 끈적함도 곡의 매력을 더하는 요소 중 하나다. 디즈의 ‘슈가’는 아르앤비 마니아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리임과 동시에 대중음악계에도 시도만큼 참신하고 새로운 소리였다.

박영웅 선정위원


가리온 ‘영순위’

최우수 힘합 노래 | 가리온 ‘영순위’

가짜 래퍼 따끔한 내부고발

힙합 음악은 랩이라는 독특한 가사전달 도구를 가지고 있다. 이 도구는 내용의 서술을 가능케 하는, 실로 유용한 가사 전달 수단으로 이런 특성 때문에 랩 음악은 다른 장르의 음악에 비해 메시지가 강조된다는 것은 해당 장르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아는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특징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랩이 가진 유희적 기능과 기술적 미학은 무시되기 십상이다. 랩을 잘한다고 표현함은 가사의 자연스러운 내용 전달과 라임이라는 형식미의 부각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가리온의 ‘영순위’는 이런 면에서 탁월하다. 힙합 음악계를 좀먹는 가짜 래퍼들을 내부고발하고 따끔한 충고를 풀어놓는 가사는 세 명의 래퍼가 들려주는 명료한 발음과 리듬을 자유자재로 타는 플로우, 화려한 라임으로 완벽한 랩 트랙의 가치를 획득한다.

웅장한 비트는 목소리를 압도하려 들지 않고 오히려 랩을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에 충실하다. 그저 라임을 만들고자 분별없이 사용하면서 쓸데없이 내용을 어지럽히는 한영 혼용을 지양하면서 이토록 수준 높은 기술적 즐거움과 메시지의 전달을 이루어낸 건 분명 빛나는 성취다. 예동현 선정위원


나윤선 ‘세임 걸’

최우수 재즈 음반 | 나윤선 ‘세임 걸’

한국적인, 그래서 세계적인

재즈는 언제 어디서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불태우는 음악이기에 감상자의 다양한 취향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100년이 조금 넘는, 길지 않은 역사이지만 여러 스타일이 존재하고 있으며 21세기인 지금, 저변이 확대될 중요한 시점에 서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대표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의 활약상은 유럽에서 부는 재즈 한류 수준을 넘어 우리 재즈가 전세계에 통용될 수 있다는 무한한 자신감까지 심어주고 있다. 1회와 6회에 이어 최우수 재즈 음반 부문을 세번째 수상하게 되는 나윤선은 5집 <메모리 레인>부터 외국 시장을 겨냥한 음반 작업과 공연을 해오고 있으며, 6집 <부아야주>를 거쳐 7집 <세임 걸>에서 보다 공격적인 노선을 택하여 세계적인 거장들과 함께 레코딩하고 있다.

유럽 재즈 본거지라 할 수 있는 프랑스에선 발매와 동시에 재즈 차트에서 4주간 1위를 했으며, 지난 1월 프랑스 재즈 어워드에서 최우수 보컬 상을 받기도 했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탁월한 선곡, 감각적인 편곡과 연주, 완벽한 보컬 등 음악을 대하는 그녀의 유연한 태도가 이제는 경지에 오른 듯 싶다. 김광현 선정위원


라 벤타나 ‘노스텔지어 앤드 더 델리케이트 우먼’

최우수 크로스오버 음반 | 라 벤타나 ‘노스텔지어 앤드 더 델리케이트 우먼’

음악계 블루칩 다시 증명

음반의 영화는 끝났지만 아직 음반의 가치는 남아있다. 그 가치는 탱고 재즈 밴드 라 벤타나의 두번째 앨범 <노스텔지어 앤드 더 델리케이트 우먼>에서도 확인된다. 아코디언을 형상화한 앨범 패키지는 음반 자체로서의 만족감을 주며 그 안에 내재된 음악에서는 하나의 앨범을 관통하는 구성과 인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아브라조 어게인’에서부터 보컬리스트 정란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요 소이 마리아’, 전작 ‘향월가’의 아스라함을 이어가는 ‘유리 구두 파트 1·2’ 등이 한 여인의 삶을 주제로 쓴 소설처럼 짜임새 있게 펼쳐진다. 정란의 보컬이 강한 인상을 남기지만 정태호(아코디언)를 주축으로 박영기(피아노), 황정규(베이스), 정승원(드럼)의 적극적인 참여와 탄탄한 호흡이 앨범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라 벤타나는 첫 앨범 <코모 엘 탕고, 코모 엘 재즈>로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크로스오버 음반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두번째 앨범으로 같은 부문에서 수상하며 음악계의 블루칩임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였다. 김광현 선정위원


이판근 프로젝트 ‘어 랩소디 인 콜드 에이지’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연주 | 이판근 프로젝트 ‘어 랩소디 인 콜드 에이지’

연주의 끝, 기교 아닌 얘기

이판근 프로젝트의 앨범 <어 랩소디 인 콜드 에이지>는 한국 재즈의 전설 같은 존재인 이판근의 음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동안 이판근은 많은 후배들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그의 음악을 들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런 노장의 음악을 현대에 불러냈다는 것만으로도 이 앨범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했다.

나아가 손성제(색소폰)를 중심으로 한국 재즈의 현재를 책임지고 있는 연주자들로 구성된 밴드의 대범한 해석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것이었다. 실제 이번 프로젝트의 멤버들은 이판근을 만나지 않고 오로지 곡 자체에만 몰입했다고 한다. 그래서 스카펑크 리듬 위로 한국적 멜로디가 흐르는 ‘어 페어웰 투 매드니스’, 국악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타이틀 곡 ‘어 랩소디 인 콜드 에이지’, 한국적인 우수를 범세계적인 스타일로 표현한 ‘소월길’ 같은 곡을 통해 이판근이 추구했던 한국적인 정서와 재즈의 현대적 긴장을 공존시킬 수 있었다. 최규용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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