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2.24 11:06 수정 : 2015.09.17 17:41

한국대중음악상

[하니스페셜]100비트 특집/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

장르분야 수상작 ①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 장르 분야 수상작 면면을 보면, 힙합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장르에서 ‘최우수 음반’과 ‘최우수 노래’를 각기 다른 음악인이 가져갔습니다. 이는 어느 한 장르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인 음악인이 없었다는 걸 뜻하기도 하고, 쉽게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양질의 음악이 고루 쏟아져 나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만 힙합에서는 ‘올해의 음반’을 가져간 힙합 듀오 가리온이 최우수 음반과 최우수 노래까지 모두 휩쓸며 3관왕이 됐습니다. 여러 음악인들의 전방위적인 약진 속에서 간간이 튀어나오는 걸출한 별을 맞이한다는 것은 우리 대중음악계에 있어 크나큰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제공 한국대중음악상

그래픽/정희영 heeyoung@hani.co.kr


조규찬 ‘조규찬 9’

최우수 팝 음반 | 조규찬 ‘조규찬 9’

흉내 못 낼 매력적인 창법

제1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대상 출신인 조규찬은 한국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구축해 왔다. 이제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제2, 제3의 조규찬을 양성하기 위한 등용문이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그의 존재는 무척 상징적이다.

조규찬은 3집 이후로 히트 싱글과 그로 인한 지상파 방송 출연과는 점차 거리를 두기 시작했지만, 팝 음악이 간과하기 쉬운 ‘앨범의 완성도’라는 측면에 치중하기 시작하면서 보다 깊이 있고 진지한 아티스트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5년 만의 컴백 앨범인 본작으로 ‘최우수 팝 음반’의 왕좌를 차지하면서 여전히 한국 대중음악의 중심에 자리한 존재임을 입증했다.

본작은 이례적으로 많은 피처링 뮤지션들의 참여가 두드러지지만, 탁월한 감성과 감각적인 멜로디를 통한 조규찬의 물오른 음악적 역량을 보조하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와우’와 ‘인스테드 오브 유’, ‘이스 디스 러브’와 ‘제시’ 같은 곡을 들어보라. 여전히 그가 아니면 흉내낼 수 없는 매력적인 창법뿐 아니라, 영어 가사도 이토록 한국적인 감성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이태훈 선정위원


10㎝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최우수 팝 노래 | 10㎝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엉뚱한 두 남자의 제 구실

이미 ‘인디계의 아이돌’이라는 별명이 붙은 10㎝는 제이슨 므라즈,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같은 외국 팀들의 인기에 힘입어, 근래 한국의 인디신에서 유행하고 있는 모던포크·어쿠스틱 사운드를 가장 대중적으로 풀어낸 팀이라 할 수 있다.

재치발랄하고 섹스어필하는 가사와 아기자기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이들은 데뷔 이피(EP)와 싱글을 거쳐 2011년 발표한 첫 정규 앨범으로 한 대형음악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1위는 물론, 30위권 내에 무려 7곡이나 올려놓으면서 인디 밴드로서는 놀라울 정도의 반응을 얻어내기도 했다. 특히 공연에서는 선보였지만 아직 음반으로는 발매하지 않은 주옥 같은 곡들이 여전히 가득하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당분간 10㎝의 인기는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세련되고 럭셔리한 맨해튼 스타일의 도시형 음악’을 추구한다는 이 엉뚱한 두 남자는 20~30대 여성 팬들이 갖고 있는 음악적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창구로서 지난해 한해 동안 제 구실을 톡톡히 해냈고, 그것이 바로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에 특별히 주목하게 된 이유이다.

김봉환 선정위원


크래쉬 ‘더 파라곤 오브 애니멀스’

최우수 록 음반 | 크래쉬 ‘더 파라곤 오브 애니멀스’

7년 세월이 빚은 자부심

무려 7년 만에 내놓은 새 앨범의 위용은 막강했다. 1990년대 초반 이들이 데뷔할 때는 한국 헤비메탈 필드의 막내뻘 정도였지만, 이제 20년 경력을 몇년 앞둔 고참 록 밴드가 됐다.

고참 스래시 메탈 밴드의 현장복귀 정도라거나 원년 멤버였던 기타리스트 윤두병의 재합류 기념으로 나온 앨범 정도로 생각했다가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더 파라곤 오브 애니멀스>는 실한 사운드와 묵직함으로 잘 갖춰져 있다. 데뷔 때부터 작업하며 그 세세함과 기술력을 눈여겨봤던 콜린 리처드슨의 노하우와 외국 유명 밴드의 사운드를 연구하고 후배 밴드 앨범 프로듀스를 하며 익힌 안흥찬의 소리에 대한 감각은 헤비 사운드계의 믿음직한 엔지니어로 인정받는 조상현과의 만남으로 더욱 빛을 발하게 됐다. 이전의 일렉트로닉적이며 인더스트리얼적인 시도를 버리고 다시 본연의 ‘헤비함’으로 무장한 이들의 신보는 고참의 경력과 경험을 증명하고 있다. 크래쉬의 신보는, 7년을 흘려보내면서 그리고 다 완성된 녹음 작업물을 포기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해낸 이들의 결단과 인고의 작업, 단결력, 프로듀싱 능력 등이 두루 빛을 발한 역작이다. 성우진 선정위원


게이트 플라워즈 ‘예비역’

최우수 록 노래 | 게이트 플라워즈 ‘예비역’

연주-보컬-가사 삼위일체

게이트 플라워즈는 한국 대중음악에서 보기 드문 스트레이트한 하드록을 선보이는 밴드이다. 이들은 2009년 인디 밴드 발굴의 산실 ‘이비에스 스페이스 공감’을 통해 등장한 뒤, 2010년 완성도 높은 데뷔 이피(EP)를 공개하며 애호가들과 평론가들의 찬사를 얻어냈다.

그중 단연코 돋보인 노래는 ‘최우수 록 노래’로 선정된 ‘예비역’이라 하겠다. 1990년대 전세계를 관통했던 정서를 오늘날의 화법에 대입해 능수능란하게 풀어내는 멤버들의 솜씨가 놀라운 곡이다. 버터냄새 진동하는 미국식 하드록과 블루스의 매듭을 풀었다가 다시 누벼놓은 듯한 연주, 호소력 짙은 창법으로 공명해 들어오는 보컬,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고달픈 청춘들에게 어필할 만한 설득력 있는 가사까지. 그야말로 삼위일체를 갖춘 노래이자 2010년을 빛낸 인디 록 트랙임에 틀림없다.

한국에서 유독 인기없는 장르에 천착하는 탓에 아직 대중들의 지지도는 미미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척박한 환경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기쁘게 바라보고 싶은 밴드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한해 동안 탐사된 재능 중 최고라 할 만한 박근홍의 보컬은 향후 주목할 만한 대상이다. 이경준 선정위원


9와 숫자들 ‘9와 숫자들’

최우수 모던록 음반 | 9와 숫자들 ‘9와 숫자들’

음악 초월 인디신 종합편

‘9와 숫자들’은 야릇한 이름에서부터 재치있는 창작집단의 냄새를 폴폴 풍긴다. 리더 송재경이 관악청년포크협의회와 그림자궁전을 거쳐온 걸 알았던 사람들은 이들이 들려줄 음악을 무척 궁금해했다. 결과는 대만족. 유아들이 갖고 노는 알록달록한 숫자 카드들처럼 <9와 숫자들>은 가슴 시린 서정, 풋풋한 낭만, 가벼운 즐거움을 두루 갖춘 음악 알갱이들의 집합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신중현의 ‘꽃잎’에 버금갈 만큼 뭉클한 ‘삼청동에서’, <슈렉> 장화 신은 고양이의 눈망울처럼 달콤하고 순수한 ‘말해주세요’, 몽구스보다 신나는 ‘석별의 춤’이 하나의 앨범에 모두 들어있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9와 숫자들의 진짜 성과는 음악을 뛰어넘어 존재한다. 그 음악이 알게 모르게 인디신의 종합편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9와 숫자들>에는 뉴웨이브와 사이키델릭에 접근하며 얻은 복고의 향취, 그랜드민트페스티벌에서 들을 수 있는 필살의 멜로디, 장기하가 선보였던 70~80년대 가요의 정서, 은연 중에 드러나는 정치성이 모두 들어 있다.

한마디로 2000년대 후반 홍대 앞 모던록과 인디팝이 행했던 모든 경향을 수렴하는 베스트 앨범이다. 윤호준 선정위원


투에니원 ‘투 애니원’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 | 투에니원 ‘투 애니원’

한 끗 차이 승부를 승리로

분명 논란은 있었다. 이 앨범이 다른 다섯 장의 후보들에 비해 눈에 띄게 뛰어난 앨범인가, 또 <투 애니원>이 과연 그간 투에니원(2NE1)이 발표해 온 앨범들 가운데 최고작인가. 하지만 그런 여러 갸웃거림에도 불구하고, 투에니원의 <투 애니원>은 올해 최고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의 승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 ‘한끗 차이’ 승부를 승리로 이끈 건 투에니원이라는 그룹과 네 멤버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력임을 의심치 않는다. 테디의 지휘 아래 여러 젊은 작곡가들이 뭉쳐 만들어낸 음악은 완벽하진 않아도 사람들을 춤추게 하기에 충분했고, 그 밑그림 위에 블랙에서 쇼킹핑크까지 제멋대로 색을 칠해 누구보다 빛나게 만든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투에니원의 네 소녀들이었다.

대한민국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들을 수 있는 합격점 이상의 댄스 음악이 담겨 있고, 그 음악을 똑똑히 소화해낼 줄 아는 소녀들이 있으며, ‘아파(Slow)’ 같은 훌륭한 아르앤비(R&B) 트랙까지 품고 있는 이 앨범이 2010년에 있었다는 사실은 역시 기억해두어야 옳다. 지금 이 순간 아무것도 두렵지 않은 넘치는 생명력의 증명, 투에니원의 <투 애니원>이다. 김윤하 선정위원


미스 에이 ‘배드 걸 굿 걸’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 미스 에이 ‘배드 걸 굿 걸’

적절히 겹친 복고 감수성

제이와이피에서 그간 명시화했던 전략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애초부터 아시아에 대한 지향을 드러내고, 복고적 감수성을 담았다는 점은 미스 에이와 데뷔 싱글 ‘배드 걸 굿 걸’의 핵심이다. 이 곡은 셔플 리듬을 근간으로 한 일렉트로닉 댄스를 통해, 흔히 걸그룹에서 진취적인 면모로 평가되곤 했던 ‘주체적 소녀에 대한 상찬’을 담은 듯하다.

“이런 춤을 추는 여자”에 대해 “겉으론 배드 걸, 속으론 굿 걸”로 이중화하는 위선(적인 남자 또는 세상)에 대해 “네가 더 뻔해”라고 일갈하는 것처럼. 그런 점에서 미스 에이는 원더 걸스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타겟을 겨냥한다. 전통적이고 순정적인 여성상의 자장 안에서 수용된 원더 걸스와 달리 미스 에이는 보다 도발적이고 섹시하며 적극적이다.

그렇지만 박진영식 과거의 소환을 통해 길어올린 사운드와 마찬가지로 이들의 도발은 적절한 수준에서 작동하고, 이들의 섹시하고 적극적인 이미지는 적당한 수준의 ‘위반’으로 처리된다. 이들의 파격은 연애 관계(물론 그 관계가 대중음악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속에서만 작용한다는 점을 적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시도는 대중적인 지지를 획득한다. 최지선 선정위원


브라보! 재즈 라이프

최우수 영화·TV음악 | 브라보! 재즈 라이프

한국 재즈의 과거와 현재

좋은 작품은 어떻게든 인정받는 모양이다. 극장에 오래 걸리지도 못했고 관객이 많이 찾지도 않았지만 성심을 다한 영화는 한국 재즈 1세대의 존재를 뒤늦게 확인시켜주었고 영화에 스민 음악은 이렇게 또 그만큼의 가치로 평가받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한국 재즈 역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니 당연히 음악이 좋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생각하지는 말자. <브라보! 재즈 라이프>의 사운드트랙은 다큐멘터리 작업만큼의 열과 성을 다해 제작된 별도의 결과물이다. 젊은 재즈 연주자들은 선배 재즈 연주자들에 대한 경외와 감사를 담아 연주했고, 한국 재즈 1세대들은 자신들의 삶을 담아 연주했다. 망라된 연주자들의 면면만으로도 한국 재즈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고 말하기 충분한 작품이다.

영화의 제목처럼 한국 재즈와 재즈인에게 보내는 따뜻한 응원이 참 아름다운 작품집이다. 이제 우리가 답할 차례이다.

서정민갑 선정위원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하니스페셜 웹진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