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스페셜] 사진마을 /
기다리고 무심하게… 장노출 즐기는 이유
생활사진가 고수
온라인에서 ‘비츠로’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강태환(39·회사원)씨는 낚시하는 기분으로 사진을 시작했답니다.
-사진의 좋은 점은?
=5, 6년 전쯤에 회사에서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주말에 카메라를 들고 집에서 가까운 바다를 찾아갔습니다. 낚시를 하듯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올려 셔터를 눌러둔 채 생각에 잠기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차 풍경과 장노출을 즐기게 되었죠. 사진을 찍고 있으니 아무 생각이 안 났습니다. 사진은 낚시와 상당히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던져놓고 기다리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선 무심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딸 그림 보고 충격
강태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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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 났군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충격을 받았습니다. 애들 엄마와 상의했고 진심으로 사진을 그만둘까 싶었습니다. “카메라 팔까?” 물었더니 “하고 싶은 거 그냥 해”라고 답하더군요. 대신 평소에 애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같이 있는 시간을 늘리라는 처방을 받았고 열심히 노력중입니다. 사실 그동안 사진 찍으러 갈 때 늘 애들과 함께 다니곤 했는데 같은 장소만 수십 번 가다 보니 지겨웠던 탓도 있나 봅니다. 이제 궁평항은 같이 안가려고 해요. -사진이 무거워 보입니다. =처음에 사진에 집중하게 된 과정에서 보이듯 스트레스 돌파의 구실을 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우울한 사진을 찍게 된 것 같습니다. 무겁고 어둡고 그렇습니다. 맑은 날엔 안 찍게 되고 비 오고 안개 낀 날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태풍 경보가 내린 날에도 바닷가를 찾았습니다.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 최고 이렇게 몇 년 하다 보니 주변에서 마이클 케냐의 사진 분위기가 난다고 하기에 찾아보니 과연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내가 그를 따라한 것은 아닙니다만 알고 난 지금엔 가끔 마이클 케냐를 흉내 내보기도 합니다. -현재 본인 사진에 만족합니까? =그럴 리가 없죠. 잘 찍은 사진이란 생각이 드는 경우는 몇 번 있지만 마음에 들진 않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풍경사진이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본인의 풍경사진은 다를까요? =풍경사진이란 규정 자체가 정확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풍경=달력’이라는 접근이라면 내가 찍는 사진은 엄밀히 말해 풍경이 아닙니다. 경치를 찍지만 차별성을 두기 위해 노력합니다. 사진 속에서 시간 이야길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장노출을 하게 되었는데 장노출을 하면서도 사람을 넣는 시도를 합니다. 이렇게 찍은 풍경사진은 다른 사람들의 것과 분명히 다릅니다. -사진 초보에게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 최고입니다. 여러 가지 다른 앵글로 찍어보고 비교하는 것입니다. 곽윤섭기자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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