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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18 11:12 수정 : 2010.11.18 11:12

[하니스페셜] 사진마을/

심리카페 홀가분갤러리 치유밥상전

<한겨레>‘사진마을’ 독자들의 사진작품 13점. 언뜻 보면 흔하디 흔한 일상이다 그런데 감흥과 울림의 심리적 에너지는 상상 이상이다. 멘탈 샤워장이다내 생애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받는 이도 차려주는 이도 그 자체로 치유다-

제가 사는 곳은 지방 소도시입니다. 주말 같은 때 동네식당에 가면 그곳의 식탁 풍경이 해맑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약간 왁자지껄하고 정돈되어 있지 않지만 생동감이 넘칩니다. 약간 과장하자면 밥이 행복의 매개체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제가 일하고 있는 서울 한복판의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나 특급호텔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는 한 번도 시골 그 식당들의 행복한 느낌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지방 소도시의 시골 밥집과 특급호텔 식당의 행복감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치유밥상전은 그런 소박한 의문과 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어떤 거품도 없이 밥의 본질에 집중하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에서 비롯하는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동네 식당과 호텔 레스토랑

실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심리카페 홀가분갤러리에서 지난 10월25일부터 ‘치유밥상전’(사진)이라는 이름으로 전시중인 사진 작품들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작품수도 13점으로 많지 않고 사진의 크기도 압도적이지 않습니다. 사진 작품으로서의 미학적 완성도도 최고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한겨레>의 ‘사진마을’ 독자들의 사진작품 중에서 고른 것이라, 언뜻 보면 흔하디 흔한 일상 속의 풍경을 담은 생활사진가들의 아직은 투박한 작품들입니다.

하지만 ‘치유적 밥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더할 나위 없이 꽉 찬 내공을 지닌 치유전문 사진작가의 작품들입니다. 밥의 원형과 관련된 보통 사람들의 순수한 에너지를 담아냈다는 것, 그 순수한 에너지 속에 ‘일상에서의 치유적 인자’가 있다는 것을 어떤 세련된 상징물보다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들이라서 그렇습니다. 그 사진들이 시인의 정갈한 언어들과 연합하여 생성하는 심리적 에너지는 상상 이상입니다. 외형은 작고 소박하지만 치유밥상전 관람객들이 토로하는 감흥과 울림은 강렬합니다.

단번에 무장해제 시키는 눈빛

이명수/마인드프리즘 대표· 심리기획자, 트위터@meprism

누군가의 표현처럼 치유밥상전은 일종의 멘탈 샤워장입니다. 한 시인은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라고 노래했습니다. 시인의 언어를 빌리자면, 치유밥상전의 작품들을 찬찬히 바라보기만 해도, 그것을 통해서 내 삶에서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을 떠올리기만 해도 우리는 치유되는 것입니다.

전시작품 중 엄마와 눈을 맞춘 채 사과 한쪽을 들고 있는 아기의 천진한 시선을 담은 사진이 있었습니다. 그 표정이 보는 사람을 단번에 무장해제시킬 만큼 치유적인 사진이었는데, 원본을 분실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사진을 찍은 외할머니에게 다시 부탁했더니 놀랍게도 처음보다 2개월 더 자란 아기와 엄마의 사진이 처음 느낌 그대로 도착했습니다. 특별한 연출의 힘 때문이 아닐 것입니다. 엄마와 눈을 맞추는 아기는 그 자체로 가장 치유적인 존재라서 시간이 지나도 본질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치유적 밥상 또한 그렇습니다. 치유적 밥상이란 엄마가 기억하는 ‘어린 나’를 살뜰히 배려하고 보듬어 주는 밥상입니다. 세월이 흐른다고, 돈이 많아진다고, 입맛이 변한다고 그런 밥상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밥상을 마주하는 일은 그 자체로 치유이며 밥상을 누군가에게 마련해주는 모든 이는 치유자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밥상은 치유적입니다. 원래 밥상이란 것의 속성이 그렇습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애초에 무언가 잘못된 것입니다. 밥상의 치유적 힘이 얼마나 센지 경험해본 이들은 다 압니다. 치유밥상 사진전은 홀가분갤러리에서 12월 말까지 계속됩니다.

이명수/마인드프리즘 대표· 심리기획자, 트위터@mepr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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